
국회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흘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14일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가족들은 조속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법안 논의 과정에 가족들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새누리당의 반대로 유족들의 공식 참여도 배제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국회가 최선을 다하지 않기에 15명의 가족들이 단식에 들어간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원인과 구조 과정의 문제점을 파헤칠 특별법의 특별위원회 구성에 가족들이 추천한 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하고, 이 위원회에 독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족대책위는 이를 위해 대한변호사협회와 협약을 맺고, 지난 9일 자신들이 만든 세월호 특별법인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입법청원했다. 유족들의 요구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세월호 특별법의 16일 본회의 처리가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피해자 가족들은 지난 12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야 협의체인 ‘세월호 특별법 티에프(TF)’에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 참석한 뒤 회의 참여를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법안 논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새누리당이 가족들의 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대책위는 “특별법에 유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약속도 허망하게 사라지고 있다”며 “국회가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원하기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도 이날 “근본적 치유와 쇄신의 시작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있는데, 현 국정조사는 청와대를 비롯한 피감기관들의 불성실한 태도와 여야 조사위원들의 안일한 태도로 실체적 진실에 다다를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며 “조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위원회의) 독립이 보장된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승준 기자, 조현 종교전문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