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죽어간 아이들처럼, 부모들도 입을 닫습니다"

입력 2014. 7. 14. 16:27 수정 2014. 7. 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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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성애,유성호 기자]

▲ 단식 돌입한 김병권 씨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김병권 유가족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제가 죄를 졌다면 내 자식에게 죄를 짓고 있다. 딸의 원한을 풀어주고 안전한 나라를 딸의 이름으로 만들고 싶다"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 유성호

전국에 무더위가 찾아온 가운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본관에서 14일 오전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여성 2명 포함, 유족 15명은 광화문 광장과 국회 본관 앞에서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관련기사: "대통령님 의원님 기억하세요,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습니다").

이날 오전 단식농성에 참여하는 김병권 위원장(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아래 가족대책위)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도 빛나라(딸) 얘기를 하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라며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가 싶지만, 이게 자식 잃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라 말했다.

그는 이번 참사를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정치인들에게 많이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이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협의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말한 약속(가족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을 믿고 기다렸지만 새누리당은 법안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대형 참사가 나면 대통령이든 정부 관료든, 유족들을 감싸면서 함께 울어주는 게 먼저인데 유족들을 돈(보상금)으로 입막음하려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며 "치유라는 걸 오로지 돈이라는 방법으로만 보는 게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법에 대해서도 "전원 의사상자 지정, 대학 특례법, 보상 얘기 등은 유가족들의 주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나라 위에 국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단식 농성을 하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배 안에서 저렇게 쓸쓸히 죽어갔으니, 우리도 말없이 몸으로 (단식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나 정부가 이렇게 안전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며 제 남은 딸아이마저 잃을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과 나눈 1문 1답 내용이다.

"가족안, 유족들에 대한 특혜 없어... 성역 없이 수사해달라는 것"

-이번에 단식 농성에 참여하게 됐다.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

"저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2학년 3반 김빛나라의 아빠 김병권이다. 가족 대책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제가 이런 자리에 설 사람이 아닌데, 세월호 참사가 나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빛나라 때문에 오히려 아빠가 빛이 나는 게 아닌가 싶다. 저희(유족들)가 국회에 온 이유는 그저 보상을 위해 시위나 농성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읍소를 하려고 왔다. 그런데 무작정 시위하려고 온 것처럼 비춰져 마음이 아프고, 세월호 참사에서 사고가 나서 다친 분들과 돌아가신 분들께도 죄송스럽게 느껴진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가 싶다. 저 같은 경우도 아직도 빛나라(딸) 얘기를 하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인데... 그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가 11명이나 있고, 진도에 계신 실종자 가족 분들은 반 이상이 실신 상태라고 들었다. 국회 앞에 앉아있으면서 가끔은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죄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결국 저희는 몸으로밖에, 이렇게 단식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자식 잃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인 것 같다."

-이미 지난 12일부터 국회 앞에서 노숙을 해왔다. 단식 농성까지 하게 된 이유는.

"저희는 여기에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온 것이다. 자식 잃은 부모로서, 세월호 안에서 이유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들 대변하고 싶은 마음에 정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런데 저희가 지켜본 결과 여당과 야당은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협의를) 하고 있었다. 여야 측에 특별법 제정할 때 가족들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아이들을 정치적으로 쟁점화 하지 말아달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자 협의체 구성'도 이미 예전에 얘기했던 부분인데 왜 이제 와서 거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새누리당에게 많이 실망했다. 그쪽에서는 '급하게 해서 준비된 게 없다'는 식으로 변명하는데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이런 방법(단식)을 택했다. 국민이 나라 아래 있는 게 아니라, 나라 위에 국민이 있었으면 좋겠다."

-일각에서는 유족들의 단식 농성이 좀 지나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농성이 지나치다고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제까지 봐왔듯 유족들은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나. 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된 4·16특별법안(아래 가족안)을 입법 청원했고, 대통령이 말한 약속(가족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을 믿고 기다렸다. 대통령조차 여야 측에 16일까지 본회의에 처리하라고 요청한 특별법인데, 여당 같은 경우는 법안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 이제껏 가만히 참고 기다렸을 뿐인데 단식 투쟁마저 지나치다고 하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부모로서 자식을 생각하니까 조용히 단식을 하는 거다. 우리 아이들이 배 안에서 저렇게 쓸쓸히 죽어갔으니, 우리도 말없이 몸으로 (단식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막무가내로 욕도 하고 싶고 싸우고도 싶다. 그러나 그런 게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마지막 방법으로 단식을 선택했다."

-특별법 관련해 가족안에는 어떤 내용이 있나. 일부에서는 세월호 유족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단 오해가 많은데, 가족들이 주장하는 특별법안에는 대학 특례나 보상 얘기는 들어가 있지 않다. (이번 일로 피해를 입은) 단원고 전체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저희 안에 그런 내용은 없다. 보상이나 배상을 유족들이 요구한 적도 없다. 전원 의사상자 지정, 대학 특례법, 보상 얘기 등은 유가족들의 주장이 아니다.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해 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것, 특위 구성에 유족들을 참여시켜 달라는 게 핵심이다.

이 법안은 세월호 유족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350만명 이상의 국민이 함께 서명한 것이고, 법안 내용에는 유족만이 아닌 국민들에게도 적용될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실제 가족안에 따르면, 특위가 정부기관 등에 권고한 참사 재발방지대책을 해당 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시 징계를 받을 수 있음-기자주). 특별법을 제정한다고 아이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지만, 더 이상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유족들에게 '돈 받고 떨어져라' 하는 나라... 남은 딸마저 잃을까 겁나"

▲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 제정 촉구하며 단식 돌입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표단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여아 정당 및 국회가 세월호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가족 대책위와 국민들이 청원한 4·16 특별법의 취지를 받아들여 독립된 특별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성역없이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 유성호

▲ 세월호 유가족들 광화문광장 단식 돌입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표단 총 15명이 14일부터 국회의사당앞(10명)과 광화문광장(5명)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 권우성

- 여야 각 정당의 특별법 관련 TFT 회의 등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나.

"가족들이 특위에 기소권을 부여해 진상조사를 하게 해달라는 얘기를 하면, 국회의원들은 이제까지 그런 전례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저는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지금 당신들이 관례나 관행만 찾다가 이제까지 세월호 참사란 대형사고가 왜 났는지 정확하게 규명조차 못하지 않았나, 아이들을 가지고 제발 정치적으로 쟁점화하지 말아 달라. 정말 당신들의 자식으로서 생각하고, 자식 잃은 부모처럼 생각해달라'고 말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TFT회의에 너무 성의 없이 온다. 변명은 급하게 만드느라 그랬다고 하는데, 법안 자체도 제대로 된 법이 없다. 특위 수사권이나 기소권에 대한 얘기도 전혀 없다. 마치 여야가 법안을 가지고 흥정하는 듯이, 그야말로 정치꾼같이 행동하고 있다. 유족들의 회의 참관 요구도 그렇다. 정치인들은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어야지 어떻게 일반인들이 참여하냐'는 건데, 솔직히 말하면 자신들의 준비 안 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또 한편으론 여야가 쉽게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게 아닌가 싶다."

- 이번 주에는 무더위와 함께 장마가 예정돼있다. 날씨 등으로 유족들의 단식 농성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데.

"날씨나 그런 건 따지고 싶지 않다. 저희는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애들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저도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의 총 책임자로서 유가족들만 생각하고 싶다. 솔직히 유족들이 주장하는 가족안 중에 불법적인 내용이 있나. 그렇지 않다. 유가족들의 특별법은 유족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말없이 죽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자, 함께 서명한 350만명 이상의 국민들을 위한 법이다. 저희들의 욕심만 담겨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난 6월 말에, 진도에서 함께 하셨던 진도경찰서 김아무개 정보과 계장이 자살하셨다.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 제가 직접 그 장소(진도대교)에 가봤다. 맹골수도처럼 물살이 센 곳이더라. 그 분은 진도에서 정말 유족들과 함께 울면서 함께 하셨던 분이다. 알고 보니 1년 전에 이미 사고로 아들을 잃으셨다고 한다. 트라우마 치료를 받으셔야 했는데 경찰관이 직업이다 보니 그러지 못했고, 그런 상태로 세월호 사고를 담당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마음이 너무 아파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많이 울었다. 일이 다 끝나면 유족 분들을 찾아뵈려 한다."

-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가 막말로 물의를 빚었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유족들의 의견은 조원진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여야 TFT에 그런 의견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제 개인적으로는, 조 의원이 정말 본심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싶다(조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세월호 사고를 조류독감에 비유하고, 유가족들에게 '당신 뭡니까, 좀 계세요'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기자주). 그렇게는 믿고 싶지 않다. 그 사람들도 정부나 청와대의 눈치를 봐야하니까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조 의원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특별법 제정하고 난 다음에 따로 짚고 넘어갈 계획이다."

- 오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00일이 된다. 지금껏 사고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무엇을 느꼈나.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대형 참사가 나면 대통령이든 정부 관료든, 사고 유족들을 감싸면서 먼저 함께 울어주고 해야 하는데 마치 '이거 먹고 떨어져' 이런 식이다. 유족들을 돈(보상금)으로 입막음하려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아마 이제껏 급성장을 해오다 보니, 계속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너무 이기적으로 변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 치유라는 걸 오로지 돈이라는 방법으로만 생각하는 그런 점이 저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저는 그게 제가 이 나라에 사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는 그렇다. 마음속에서 50%는 이미 딴 나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특별법이 바르게 제정되고, 일이 정리되고 하면 조용히 떠날 거다. 지금 이런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분명히 제2의 (세월호)사고가 날 텐데, 아직도 국회나 정부가 안전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제게 빛나라 외에 남은 다른 딸이 한 명 있는데, 그 애까지 잃을까봐 겁이 난다.

유족들의 요구는 크지 않다. 여당, 야당, 가족들 이렇게 3자 협의체를 만들어 제대로 진행하자는 것이고, 여기서 가족들이 법 제정에 (강제로) 참여하겠다는 게 아니라 회의에 참관이라도 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의견을 여야가 전혀 듣지 않으니 될 때까지 단식을 해보려고 한다. 저는 딸을 잃은 부모로서, 제 딸 빛나라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대표로서 부끄럽지 않은 위원장이 되기 위해서 끝까지 해보겠다."

▲ 국회 잔디밭에 놓인 침몰한 세월호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잔디밭에 침몰한 세월호를 표현해 만들어 놓은 노란종이배가 놓여져 있다.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사흘째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 회원들은 여야 세월호 특별법 TF팀에 가족대책위를 참여하는 여야 3자 협의체 구성과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의 세월호 국조특위 배제 등을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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