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슬픔' 우롱하는 조원진 의원

입력 2014. 7. 14. 09:40 수정 2014. 7. 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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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장에서]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저희 아이들을 비롯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닭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지키고 싶어서, 무엇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이런 태도를 보여주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구병)을 이렇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지난 2일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서 "유가족분들 잘 좀 계세요"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더니, 11일에는 세월호 참사를 조류인플루엔자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 그는 11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노무현 정부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전직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할 때 유병언하고 밥 먹은 사진이 나왔다. 확인해봤냐?"는 질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경제보좌관을 지낸 조윤제 서강대 교수와 밥을 먹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그는 이후 사진이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런 질문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동안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조 의원이 이런 세간의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잇단 실언으로 이슈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조 의원이 아이를 잃은 유족들 앞에서 이런 발언들을 쏟아내는 이유는 뭘까? 비난을 감수해가며 숨진 전직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이유는 또 뭘까? 대구지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에서 그 이유를 찾는 이가 많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언도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는 와중에 나왔다.

조 의원은 '친이계'(친이명박계)가 공천권을 휘둘렀던 제18대 총선에서 대구 달서구병에 출마했다. 당시 그는 '친박연합' 후보로 나서 49.2%를 얻어, 한나라당 유재한 후보(47.7%)를 누르고 극적으로 당선됐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의 바로 옆 선거구였다. 이후 제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74.8%의 득표율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과거에 대구를 방문할 때마다 늘 옆자리를 지켰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 다음날, 지역 일간지에 큼지막하게 실린 박 대통령의 사진에는 늘 그가 등장하곤 했다. "자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는다"는 우스갯소리가 기자들 사이에 나돌았다.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대구에서 국회의원은 어찌 보면 '새누리당 임명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 의원이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서 유족들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이런 정치적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이나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윗분'의 심기를 살피는 게 정치적으로 더 이득이 될 수도 있어 보이는 탓이다. 대통령을 위해 기꺼이 망가진 그가 박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대구에서 잃을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를 보며 '국회의원은 과연 누구를 위한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보게 된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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