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좋은 친구들' 공개한 주지훈
"놀아보자"는 기분으로 출연 결심
지성ㆍ이광수와 찰떡호흡 자랑

배우 주지훈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카페 크렘에서 영화 '좋은 친구들'(이도윤 감독) 개봉을 앞두고 스포츠한국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저에게 기대치가 없는 걸까요? '주지훈의 재발견'은 이제 10년 가까이 듣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한 번도 비슷한 연기를 한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뭐 좋죠. 매번 새로운 면을 발견해주신다면야. 하하."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배우 주지훈(32)의 발언은 거침없다. 저렇게 속내를 털어놔도 괜찮을지 의문이 들 만큼 속 시원한 인터뷰이다. 연예인이라면 감추고 싶은 치부도, 과거의 잘못된 행실도 툭툭 털어놓는다. 현재 교제 중인 여자친구(가수 손가인)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솔직담백, 혹은 거칠어 보일 정도의 진심이 이 남자의 매력이렷다.

모델로 시작해 드라마 '궁'으로 연기에 입문한 뒤 꾸준히 연기활동을 벌여온 주지훈은 벌써 8년 차 연기자다. 내공은 쌓일 대로 쌓였다. 장르도 다양해서 코미디부터 멜로, 메디컬 극까지, 안 해본 연기가 없다. 10일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 제작 오퍼스픽처스)에서는 누아르에 도전했다. 보험왕이면서 보험사를 등쳐먹는 속물 캐릭터 인철로 분했다.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며 은밀한 일을 벌이지만, 의도치 않은 상황과 이 때문에 상처입은 현태(지성)와 민수(이광수) 사이에서 갈등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 중에 저와 가장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 신 나게 놀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죠. 하지만 막상 그게 아니었어요. 인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함께 호흡한 지성 형과 광수와 끊임없이 호흡을 나눠야 했죠. 영화는 공동작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죠."

주지훈은 성악설을 믿는다. 누구나 선한 면이 있겠지만, 그 안의 이기심이 있단다. '좋은 친구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 그가 연기한 인철은 꽤 굴곡진 감정 파고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재발견된 주지훈이지만 이번에는 진짜 사고를 칠 것 마냥 열연했다.

"'좋은 친구들'은 어쩌면 리얼리티에 가장 가까운 작품입니다. '좋은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담겼죠. 타인 속에서, 그리고 같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친구에 대한 속죄와 미안한 감정, 복합적인 감정들을 극 중에 녹이려 노력했어요."

촬영 내내 함께한 배우 지성과 이광수, 그리고 메가폰을 잡은 이도윤 감독이 큰 힘이 됐다. 네 사람은 친구 이상의 감정을 쌓으며 '좋은 친구들'을 이끌었다. 작품 포스터 속 정겨운 모습과 실제가 다르지 않다.

"각자의 역할이 달랐던 것 같아요. 이도윤 감독은 정말 좋은 글과 연출로 배우들의 길을 정확하게 그려줬어요. 여기에 지성 형이 잘 이끌어줬죠. 극 중 친구 사이로 등장하기 때문에 '큰형'이라는 무게감을 덜고 친근하게 대해줬습니다. 세 남자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친구처럼 보였다면 지성 형의 공이 제일 클걸요? 동생 광수는 정말 잘 따라줬어요. 착해서 탈이 나지 않을까 싶을 생각이 들 정도였죠. 저는 제 스타일대로 러프하게 작품에 다가갔죠."(웃음)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는 것은 때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꾸미는 것은 성격상 맞지 않아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는 주지훈은 과거 편한 차림으로 VIP시사회에 등장했다가 워스트 드레서로 뽑혔던 사연도 스스럼없이 말했다. 모델 출신이지만 그다지 옷에 신경 쓰지 않는다. 스타일리스트가 펄쩍 뛰었겠다고 말하니 "(옷)못 입으면 뭐 어때요"라 답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주인공"이라는 그는 대중의 눈을 피하며 다니지 않는다. 쉬는 날이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즐긴다. 연예인이 아니라 아주 예전부터 알아온 이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다. 천호동에서 나고 자란 그는 틈날 때마다 오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암사 시장 뒷골목을 찾는단다. 연인 손가인과의 연애가 일찍 밝혀진 것은 솔직한 성격 때문이 아닐까.

"어린 나이에 데뷔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가치관이 성립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스스로 편해지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SNS를 하는 건 제 성격상 안 맞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귀찮죠.(웃음) '공인'이라는 단어는 어려운 것 같아요. 배우가 곧 공인은 아니지만, 대중 앞에 공개된 사람으로서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저의 행동이 누군가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겠죠. 그렇기에 대중에 드러나는 면은 작품 속 캐릭터에 한정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왜곡되는 면도 있는 것 같거든요. 그저 솔직해지고 싶어요. 그것이 보시는 분도, 저도 편안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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