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1인 피켓 시위 제가 해볼게요"

2014. 7. 12. 18: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현우 기자]

서울 광화문 일대를 걷다보면 길을 수놓은 노란 리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던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걸어둔 리본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침몰하는 뱃속에서 더 이상의 생존자 구조는 없었다. 이에 분노한 '엄마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 11일 오후 광화문 광장, 33도씨의 폭염 속에서도 그들의 1인 시위는 계속 이어졌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분수대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장아무개씨는 이날이 세 번째 '출정'이다.

서울 강동구 장아무개 어머니는 오늘 1인시위가 세 번째라고 한다.

ⓒ 김현우

"어머니, 안녕하세요. 1인 시위를 직접 해보고 싶어서 왔는데 잠시 쉬고 계세요."

"아 그래요? 그럼 저 뒤쪽 벤치에 있을게요."

장씨 어머니로부터 넘겨받은 노란 바탕의 피켓에는 "아이들이 끝까지 애타게 불렀을 이름, '엄마!'.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2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와는 살짝 거리가 먼 내용이다.

광화문 광장은 그늘이 없어 직사광선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상황. 다행히, 광화문 광장 분수대를 등지고 서서 그런지 해는 따가웠지만 바람이 불어 심하게 덥진 않았다.

1인 시위를 하면서 바라본 광화문 일대.

ⓒ 김현우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모녀, 광장 끄트머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말하던 '희망나비' 학생들, 담임선생님의 인솔 하에 현장학습을 온 듯한 교복 입은 학생들까지.

한 학생이 지나가다 "원래 이런 거 학부모가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혼잣말처럼 질문을 내뱉는다. TV에서만 보던 평범한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아닌 까맣게 탄 남성의 모습이어서 그런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힐끗힐끗 쳐다보는 눈빛에서 "신기하다"라는 반응이 읽힌다. 모녀가 지나간다. 딸로 보이는 네 살배기 아이가 가던 길을 멈추고 피켓을 빤히 쳐다본다. 그때였다.

"이런 거 보면 안 돼. 이리와."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젊은 여성의 말이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면서도 1인 시위를 하는 기자에게 말소리가 들린 것이 미안했는지 한 번 뒤돌아보고 피켓의 내용을 훑는다. 피켓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에서 약간의 측은함과 미안함이 엿보였다.

1인 시위는 정말 뜨거웠다. 날씨도, 내 얼굴도.

ⓒ 김현우

"아무래도 남자가 (1인 시위를) 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거부감이 있는 모양이에요. 보통 시위에 참가하시는 분들이 스스로의 생존 문제 때문에 나오시니, 뭔가 무서워 보이잖아요."

장씨 어머니가 기자를 위로해 준다. 풀이 죽었다. 처음해본 1인 시위는 무척이나 썼다. 그나마도 1시간을 목표로 도전한 첫 1인 시위는 30분 만에 끝났다.

"자 이제, 30분 됐어요. 교대해요."

장씨 어머니가 다시 피켓을 잡았다. 그때, 지나가던 또 다른 모녀가 음료수를 권했다. 600ml 스포츠음료였다. 30분밖에 안 섰다고 만류하는 나에게 장씨 어머니는 "그냥 받아요"라고 권했다. 초등학교 6학년 정도로 보이던 딸도 "수고 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처음 1인시위하시던 분이 병이 나신 다음부터 80여 명 정도가 동참한 걸로 알아요. 저도 처음엔 겁이 났지만 점점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고 싶어하더라구요. 그들 모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마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광화문 광장에 찾아온 거죠."

노란 리본이 수놓은 광화문과 시청광장. 그 속에서 '평범한 일반인'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현우 기자는 < 오마이뉴스 > 20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