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신적, 도덕적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유교와 불교, 도교 등 전통적인 종교를 포용하면서도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대해선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단속 강화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 내 기독교인들은 중국 당국이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시 교회당과 십자가들을 철거한 것을 계기로 기독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베이징의 한 목사는 "당국이 지난 4월 말 원저우시 싼장 교회 강제 철거를 통해 누구도 감히 중국 정부에 맞설 수 없다는 본보기를 보여 주려 한 것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저장성 당국이 올해 들어 원저우시에서 교회 6개를 철거하기로 결정한 지 수 주일 만에 이미 이곳에서 15개의 십자가를 제거해 기독교 단속의 포문을 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독교 단속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독교삼자애국운동회'(이하 삼자회) 승인을 받은 공식 교회에도 이어졌습니다.
삼자회 소속인 허난성의 란러현 기독교회 장사오제 목사에게 지난 4일 징역 12년형이 선고됐습니다.
난러현 인민법원은 장 목사에게 군중을 모아 사회질서를 교란한 혐의와 사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장 목사의 변호인은 당국이 난러현에서 기독교의 교세가 커지면서 장 목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그를 단속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지하교회 량런 교회 전도사 마자원의 부인 리자타오와 신자 황추루이가 지난달 23일 각각 자택에서 공안에 연행되기도 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를 보면 중국에는 기독교도가 2천400만 명에 가톨릭 신자가 600만여 명으로 집계됐으나, 지하교회 신자 등을 합치면 기독교도 수가 공산당원 수에 맞먹는 6천만∼7천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베이징에 거주하며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칼럼을 기고하는 중국 전문가 이반 오스노스는 최근 출간한 서적에서 이런 기독교의 영향력 확대는 중국 당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기독교에 대한 단속 강화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중국의 화약고' 신장위구르자치구 외에 윈난 성, 간쑤성, 칭하이성에 신자가 많은 이슬람교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면서 이슬람교도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이 전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이 지역들에 대해 이슬람교가 운영하는 학교를 폐쇄하고 이슬람교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을 해산시키는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당국은 또 신장자치구에서 공무원과 학생, 교사들에게 이슬람의 단식성월인 라마단 참여를 금지한 데 이어 이슬람교도 집단 거주지에서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 대해 이슬람 교회당 출입과 이슬람 모자와 복장 착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조처를 내려 종교 탄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 중심의 중국 새 지도부는 고속 경제 성장의 부작용으로 초래된 도덕성 위기를 극복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유교·불교·도교 등 전통 사상과 종교에 대한 포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작년 말 당국이 탐욕에 눈이 멀어진 인민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전통 종교와 신앙에 더욱 관용을 베푸는 방향으로 종교 정책을 미세 조정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30여 년 간의 개혁ㆍ개방 결과로 부강해지면서 '굴기(우뚝 선다)'하는 과정에서 중국인의 정신세계가 공허해지고 가난한 지역과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도교와 불교, 그리고 각종 민간 신앙이 중흥하고 있다고 VOA가 전했습니다.
그 결과 불교·도교 신자가 1억∼3억 명에 달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