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정조사는 그냥 '쇼'일 뿐?

김동인 기자 2014. 7. 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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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참사 앞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세월호 침몰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세월호 국조)를 두고 나오는 질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정조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제구실을 못한 정치권이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단기 처방'이었다. 성역 없는 정보 공개를 통해 책임 소재를 가려낸다는 취지였다.

현실은 지지부진하다. 6월26일에야 여야는 6월30일부터 기관보고를 받기로 합의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2일 만이었다. 유가족들은 정치권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해한다. 국정조사의 효용성에 의문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왜 세월호 국정조사가 이처럼 공전하게 됐을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의 면면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심재철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위원장이 있다. 유가족이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면담을 가진 지난 5월27일, 심재철 위원장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처음 불거졌다. 일부 유가족이 심재철 위원장에 대해 "그분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도 하셨는데, 17개월 동안 성과 없이 끝났잖은가. 왜 그런 분이 위원장을 또 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연합뉴스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 앞에서 세월호 국정조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열고 있는 경대수·조원진·심재철·이완구·주호영 의원(왼쪽부터).

유가족이 문제 삼은 심 위원장의 전력은 19대 국회 초기에 출범한 '민간인 사찰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였다. 당시 민간인 사찰 국조특위는 위원장 및 여야 간사 선임을 위한 회의를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전체회의를 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었다.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의 불법 사찰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불법 사찰까지 조사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갈등 끝에 활동이 종료되면서 당시 특위를 이끌었던 심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일었고, 그 과정에서 심 위원이 특위 활동비로 받은 9000만원이 시빗거리가 되기도 했다. 성과도 없이 거액의 혈세를 받았다는 비난이 일자, 심 위원장은 특위 활동 종료 후 활동비를 반납했다.

민간인 사찰 국조특위에서 새누리당 간사였던 권성동 의원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세월호 국조특위에도 참여하는 권 의원은 민간인 사찰 국조특위, 국정원 댓글 사건 국조특위에서 여당 간사로 활동했다. 19대 국회에서 이례적으로 세 번이나 국정조사에 참여한 것이다. 권 의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던 2013년 7월 "국정조사는 그냥 쇼"라는 발언을 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국정조사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국정조사에서 양당이 각자의 주장을 할 테고, 결국 합의된 결론이 도출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권 의원은 "국정조사 제도의 본질적인 한계를 언급한 것이다. 국조 자체를 부인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야권에서는 심재철·권성동 의원이 세월호 국조특위에 재선임된 것은 새누리당이 애초부터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기 때문 아니냐고 해석한다. 19대 국회에서 실시한 여타 국정조사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조사 범위·기관·증인에 대한 세부적인 이견'이 전체 국정조사의 발목을 잡는 사태가 이번 세월호 국정조사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여야 협상 테이블에서 엇박자 행보를 보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여당 간사)과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월27일 여야 간사 및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 자리에서 여당 대표로 참석한 조 의원과 김 수석부대표는 번갈아 자리를 뜨면서 협상을 지연시켜 눈총을 샀다. 유가족이 밤새 협상장을 지키고 있었지만, 최종 협상은 결국 이날 밤을 넘겨서야 이뤄졌다.

조 의원은 6월12일 세월호 국조특위와 피해자 가족의 면담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아서 유가족들의 거센 비판을 샀다. 여야 간 협상이 더디자 피해자 가족이 직접 면담을 제안했지만 조 의원은 "여야 합의가 우선이다"라며 불참했다. 야당에 대해서도 "유가족을 핑계로 쇼를 한다"라고 쏘아붙였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태도가 문제가 되었다. 이 대표는 6·4 지방선거 이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의 주례회동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기로 했으나, 세월호 국조 기관보고 일정에 대해서는 명쾌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무엇보다 원내대표로서 당내 의견 조율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 드러났다. 6월16일 여야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에서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기관보고 일정 문제에 대해 "가족들이 내놓은 중재안(6월30일~7월4일)이 가장 맞다"라고 말하자, 이 원내대표는 "(피해자) 가족들이 왜 날짜까지 개입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기관보고 일정에 대해서도 심재철 위원장은 6월30일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6월23일을 주장해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심재철과 조원진으로 분리되어 있는 협상 창구를 이완구 대표가 적극 조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정조사 효용성에 시비 거는 보수 언론들

야당 위원들 역시 '지지부진한 국정조사'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증인 및 기관 범위, 기관보고 일정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여당에 번번이 끌려다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관보고 일정 협상 과정도 개운치 않았다. 6월20일 여야 간사는 6월26일부터 기관보고 일정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 이후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정밀 수색 기간인 6월이 지난 후에 기관보고를 실시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야당의 제안으로 기관보고 일정은 6월30일로 미뤄졌다. '야당이 협상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며 새누리당이 공세를 취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런 정치권의 지지부진함을 고리로 보수 언론은 국정조사의 효용성에 대해 꾸준히 시비를 걸고 있다. 국정조사가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거나 관련된 수사의 진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각 정당이 정파적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라는 논지다. 이에 대해 우원식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조사가 진상을 명백히 밝히지는 못하더라도 조사 과정이 공개되면 국민들이 실체에 접근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는 것이 '정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얘기다.

김동인 기자 /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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