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자막제작자 고소 '법적논리'와 '국민정서' 사이

박소연|김유진 기자 입력 2014. 7. 6. 08:01 수정 2014. 7. 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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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자막집단, 그들만의 세계 下]"10년 '미드'열풍 이끌었는데 이제와서.."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편집자주] '워너 브라더스''20세기 폭스' 등 미국 유명 드라마 제작사들이 자사의 드라마 한글 자막을 불법으로 제작해 배포한 네티즌들을 고소했다. 미드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활동해온 네티즌들은 혼돈에 빠졌다.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미드의 전성기'를 이끌어왔는데 고소까지 당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불법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드 자막 제작자 집단의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진단해본다.

[[미드 자막집단, 그들만의 세계 下]"10년 '미드'열풍 이끌었는데 이제와서…"]

한 국내 웹하드에 한글자막과 함께 판매되고 있는 인기 미국드라마(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의 한 장면. 현행법상 국내 웹하드나 토렌트, 커뮤니티에 업로드된 자막은 불법이다. /사진=독자 제공

"그냥 돈 내고 보자. 솔직히 돈 내고 보기 싫으니까 수요층 운운하며 핑계 대는 거 맞잖아?"

"지금 자막러(자막제작자) 고소한 건 황금알 낳는 거위 병아리 배 가른 꼴이지. 케이블이 아무리 빨라도 인터넷보다 느린데 시청률 안 나온다고 고소하다니."

"미드도 영어 알아듣는 사람만 보라는 거다."

'팬덤'으로 시작돼 10년 넘게 지속돼온 미드 자막제작 문화가 분기점을 맞았다. 미국 주요 방송그룹 6곳이 한글자막 제작자와 유포자 등 15명을 집단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지 일주일, '충격' 일색이던 미드 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토론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앞으로 미드를 보는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

◇원저작자 허락 안 받은 자막제작은 '위법'

저작권 침해죄는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가 가능한 '친고죄'다. 이번 집단고소는 6개 미국 방송사로부터 위임받은 국내 모 법무법인이 자막제작자와 카페 운영진, 업로더 등 15명을 추려 이뤄졌다. 이중 자막을 상업적인 용도로 제작한 이는 1명에 불과하다.

저작권법 제136조 1항에 따르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간주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껏 원저작자가 권리침해를 당하고도 권리주장을 안 했을 뿐, 상업적 의도 없이 좋은 뜻에서 자막제작을 했어도 개인적으로 보관하지 않고 외부에 게시하면 권리침해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드 제작사 중 국내 자막 커뮤니티나 웹하드업체와 자막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없기 때문에 '제휴콘텐츠' 가격을 지불했더라도 웹하드업체에 돌아갈 뿐, 이곳에서 유통되는 자막은 거의 100% 불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막제작의 불법성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데다 이미 하나의 '관행'으로 정착돼 갑작스러운 이번 고소는 정서적 반감을 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피고소인들이 자막제작이 법에 저촉되는지 몰랐다고 했고, 실제 검찰이 기소할지도 알 수 없다"며 "하지만 이번 15명의 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관행을 바로잡는 '경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많은 미드는 미국 방송사와 정식 제휴를 맺은 국내 케이블채널에서 방영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미드 팬들은 국내 케이블 방송이 미국 현지보다 느리고 편성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 또 일부는 케이블방송 자막 질이 불만족스럽다는 이유에서 직접 자막을 제작해왔다. /사진=온라인 게시판

◇미국 방송사 왜 이제와서?…"미드 소비방식 바뀔 것"

미드 자막제작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공간의 미드 동호회와 커뮤니티 구성원들에 의한 '팬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좋아하는 미드를 정확한 번역으로 많은 이들과 함께 즐기고자 하는 이들의 활동은 미드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2011년 미드 동영상과 자막 등의 불법 유통을 방치한 웹하드 운영자를 유죄 판결한 사례가 있지만 '자막 제작자'에 대한 고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드 팬들 사이에서 '앞으로 미드 어떻게 보냐'는 걱정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제작사들이 오랜 자막제작 관행에 급제동을 건 데에는 장기적인 전략과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앞으로의 미드 소비방식이 '유료화' 등으로 획기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신한성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사는 "이번 고소는 불법복제 대응의 일환"이라며 "자막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것이 불법복제물과 필연적으로 연관되면서 개인적인 용도를 넘어서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되게 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막을 통해 팬덤이 생기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됐음을 인정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너브라더스 본사는 즉답을 피했다.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저작권에 더욱 엄격해 팬덤 따위는 고려대상이 아닐 것"이라며 "미국 스튜디오들이 한국시장에 들어와 직접 합법적인 정식서비스를 공급하려고 준비 중이란 얘기가 오래 전부터 나왔다"고 귀띔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관계자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제껏 미드 불법유포를 눈감았다가 어느 정도 시장이 확장됐다고 판단해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일 수 있다"며 "앞으로 미국 제작사에서 직접 혹은 특정 업체에 대행권을 줘서 자막을 제작해 수익을 얻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초창기 국내 미드열풍과 팬덤을 주도한 '프리즌 브레이크'와 '섹스 앤 더 시티'. /사진=온라인 게시판

◇'법적논리'와 '국민정서' 사이

현재의 미드 자막제작 관행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이것이 문화 다양성과 교류를 촉진해왔다는 측면에서 이번 조치가 아쉽다는 정서가 있다. 반면 진정한 '팬'이라면 원저작자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시청하는 방식으로 소비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반성도 나온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는 "해외에서도 2013년 폴란드에서 불기소 처분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자막제작자를 형사고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15명은 대부분 돈 벌 목적이 아니라 일종의 재능기부자들인데 원저작권자들에게 허락 안 받았다는 이유로 처벌해서 창조적인 노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은 "한 사회에서 오랜 시간 형성된 문화나 예술에 법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재단하고 처벌하는 게 맞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미드나 일본애니메이션 등 타 문화의 소통과 교류엔 카페나 동호회에서 이것들을 신속하게 번역하고 소개해온 순수한 취지의 작업이 있었는데 이것의 가치가 저평가돼있다"고 지적했다.

권 소장은 "최근엔 '공유문화'라는 새로운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며 "저작권의 배타적 주장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문화 예술을 억압하는 측면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철 상명대 지적재산권학과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미드 자막을 구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다운받은 미드를 쉽게 보려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나라 드라마가 남미나 중국, 동남아에서 불법 다운로드받은 뒤 자막 달아 미리 배포되면 제작자들이 좋아하겠나. 이번에 고소당한 자막제작자들은 놀랐겠지만 앞으로 저작권 교육을 철저히 해 국민의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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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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