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강수진의 발레 '나비부인'

2014. 7. 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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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마치 나비가 훌쩍 날아올라 저만치 꽃 위에 사뿐히 내려앉듯이, 소리없는 날갯짓으로 꽃밭 위를 유유히 떠다니듯이.

발레리나 강수진은 우아한 몸짓으로 허공 위를 날듯 춤을 췄다.

발레 '나비부인'이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지난 4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2012년 '카멜리아 레이디' 이후 2년 만에 고국 무대에 선 강수진은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고도 부드럽고 유연하게 흐르는 몸동작과 희로애락이 극명히 드러나는 감성적 연기로, 때로는 연약하면서도 때로는 격정적인 '나비부인'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오직 강수진만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만든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발레단의 엔리케 가사 발가 예술감독이 왜 "강수진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는지에 대한 대답이 거기 있었다.

나비부인 게이샤 '초초상'이 남자 주인공인 미국 해군장교 '핑커톤'과 결혼 후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은 1막의 하이라이트다.

얇고 하늘하늘한 순백색 슬립을 입고 차이콥스키의 '감상적 왈츠'에 맞춰 '핑커톤' 카를로스 라미레스와 함께 춤추는 강수진은 표정과 몸짓으로 사랑에 빠진 여인의 행복감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46세의 현역 최고령 발레리나'라는 수식어는 무색해지고, 그가 이른 예술적 경지에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 중 하나다.

2막에서 나비부인이 미국인 아내와 함께 돌아온 핑커톤을 보내고 사랑을 잃은 절망감에 몸부림치는 장면과 자결 직전의 독무는 압권이다.

비탄에 빠져 괴로워하다 자결을 결심하고 체념하기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나비부인'의 심리와 감정의 변화, 자결 전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와 고통이 강수진의 섬세한 표정과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 춤을 통해 관객석까지 전해져 마음 한구석을 애잔하게 만든다.

발레 '나비부인'은 그야말로 강수진의, 강수진을 위한, 강수진에 의한 작품이 분명하다.

하지만, 강수진 그 이상을 기대했다면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비부인'은 클래식 발레에서 모던발레, 일본 현대무용 부토까지 다양한 무용에 푸치니의 동명 오페라의 아리아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곡, 일본 전통 북 다이코, 피리 등 여러 색깔의 음악을 깔았다.

발레를 처음 보는 관객도 심심할 틈이 없을 것이라는 강수진의 말처럼 내내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1인무에서 2인무, 군무까지 쉴새 없이 전개된다.

하지만, 인스부르크 발레단 무용수들의 춤이나 음악, 극의 흐름 등 전반적으로 작품 요소요소들의 흡인력이나 호소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나비부인의 내면과 심적 갈등을 대변하는 중요한 역할로 전 막에 걸쳐 등장하는 비중 있는 역할인 '음'과 '양'은 다소 난해한 움직임으로 존재감은 컸으나 표현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아리송한 캐릭터였다. 핑커톤을 맡은 카를로스 라미레스는 존재감 자체가 약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2막 종결부가 다소 급하게 마무리돼 작품의 감동을 반감시켰다.

나비부인의 독무에 이어 자결하고 막이 내려가기까지 극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강수진의 아름다운 마지막 독무에서 받은 감동이 절정에 이르기 직전 갑자기 끝나버리는 느낌이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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