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한, 뇌가 섹시한 대세 배우 되기까지 [인터뷰]

2014. 7. 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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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표재민 기자] 배우 진이한(36, 김현중)의 연기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 해 말부터 불과 며칠 전까지 고된 드라마 촬영, 그것도 연속해서 2편이나 참여했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다. 30대 농익은 남자의 매력을 뿜어대며 '뇌가 섹시한 대세 배우'가 된 진이한과 수다는 달달했고 친근했다.

진이한은 MBC '기황후'에서 기승냥(하지원 분)을 보필했던 책사 탈탈 역으로 지성미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뽐냈다. 어딜 가나 탈탈이 멋있다는 여자들의 고백을 들을 수 있었던 '진이한의 재발견'이었다. 이후 그는 곧이어 '개과천선'에서 성공을 위해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는 전지원 역을 맡아 김석주 역의 김명민과 대립각을 세웠다.

연이어 지적인 역할을 연기하며 그가 대중에게 각인시킨 것은 자신의 매력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배역의 구분이 없다는 것. '애정만만세'에서 욕하면서 정이 들었던 지질한 한정수가 이렇게 멋있는 남자였다는 것을 연기라는 정공법으로 보여줬다.

"'애정만만세' 지질이가 쟤야?, 라는 반응을 보며 뿌듯했어요. 사실 제가 '애정만만세' 때 주성우 감독님이 악역을 즐기자고 조언을 해주셔서 즐기면서 연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어느 순간 시청자들이 저를 안 좋게 보시더라고요. 한정수가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쓰레기'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조금 과장되게 연기를 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셔서 어느 순간 그렇게 됐어요.(웃음)"

실제로 만난 진이한은 눈빛으로 극과 극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남자였다. 섹시하고 남성적인 눈빛 뒤에는 왠지 모를 서늘한 느낌도 있었다. 눈빛을 보다가 무시무시한 악역을 하면 진짜 무서울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네자 그는 다시금 달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죠? 제가 사이코패스 연기를 하면 사람들이 진짜 사이코패스로 볼 것 같아 두려워요.(웃음) 그래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진짜 센 역할을 연기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진이한은 캐릭터 분석과 몰입이 뛰어난 배우다. 그가 '애정만만세'에서 주부들의 욕을 한 바가지로 먹는 한정수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기황후'와 '개과천선'에서 뇌가 섹시한 남자로 사랑받았던 것도 어느 한 배역을 통찰력 있게 분석하고 몰입하는 배우로서의 장기를 유감 없이 발휘할 줄 아는 영민한 연기 덕이다.

탈탈은 초반 비중이 크지 않았다가 후반 들어 승냥이 황후가 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조력을 했다. 특히 숙부이자 권력욕에 미친 백안(김영호 분)을 죽이고 승냥의 목숨을 살리는 대목은 진이한의 묵직한 연기가 더해지며 '기황후'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대의를 위해 혈육을 죽이는 남자의 뜨거운 눈물은 안방극장을 전율하게 했다. 그런데 진이한은 이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드라마 초반부터 하나하나 벽돌을 쌓듯 탈탈이라는 인물에 감정을 넣어 연기했다. 이 한 장면을 위해 탈탈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드라마 내내 신경을 썼다. 그렇게 진이한은 섬세한 배우다.

"사실 드라마 중반에는 눈빛과 대사 한 마디가 탈탈의 역할이었어요. 대사는 적었지만 감정을 차곡차곡 쌓았죠. 작가님께서 말씀해주셔서 탈탈이 백안을 죽이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숙부를 죽이는 마음이 어떨지 고민을 하며 연기를 했죠. 비극을 항상 염두했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진이한은 '기황후' 전까지 상당히 큰 비중의 배역을 연기했기에 대사 한마디 나오지 않은 날도 있었던 '기황후'를 버티는 게 쉽지 않지 않았을까.

"작가님이 제가 비중이 없는데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렇게 말씀 안하셔도 되는데 비중이 없는 것에 미안해하시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죠. 드라마가 끝나고 작가님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잘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는데 뭉클했어요. 전 비중과 관계 없이 탈탈을 연기하는 게 행복했거든요. 탈탈은 작가님이 써주시는 대본에 나와 있는 표현을 넘어서 연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역할이에요. 대사나 지문에 없는 부분도 연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배우로서 폭 넓은 연기를 할 수 있었죠."

진이한은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장영철, 정경순 작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기황후' 대본을 보는데 정말 만화책을 보는 것처럼 매회 재밌었어요. 50부작인데 매회 재밌다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정말 많은 인물들이 나왔는데 인물마다 이야기가 있었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작가님들이 제가 '개과천선'에 출연하는 동안에도 조언을 해주셨어요.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탈탈이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 몰랐어요. 또 언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죠."

진이한은 '개과천선'에서 '기황후'의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전지원을 연기하며 김상중, 김명민 등 내로라하는 선배 배우들의 연기 경연의 장에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개과천선'은 법정 드라마로서 따뜻한 인간애와 냉철한 현실 직시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다만 잦은 결방 등의 이유로 배우 일정 조정이 어려워지면서 2회 조기 종영됐고, 처음에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다소 마무리가 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김상중, 김명민 선배와 언제 또 연기를 해보겠나 싶어서 '개과천선'에 출연하게 됐어요. 두 배우와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니까요. 촬영 여건상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연기를 할 수 없었어요. 더욱이 법정 장면은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연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배우로서 아쉬웠죠."

극이 급하게 마무리되면서 전지원과 김석주의 대립이 극렬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전지원은 성공을 위해 판사의 자리를 내던지고 차영우 펌에 들어와 김석주의 빈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차영우 펌의 전방위적인 권력을 눈앞에서 지켜본 전지원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미처 풀지 못한, 드라마에는 나오지 못한, 그리고 진이한이 바라는 전지원의 이야기는 어떨까. 물론 상상이다.

"제가 김석주와 법정 대결에서 승소를 하고 넥타이를 푸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저는 전지원의 갈등을 표현한 거거든요. 전지원은 알고 보니 차영우 펌의 꼭두각시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논리싸움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차영우 펌의 권력에 기대서 이긴 것을 알게 된 후 전지원이 갈등을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을 했죠. 전지원은 차영우 펌을 박차고 나왔을 것 같아요. 김석주와 마찬가지로 같은 고민을 하고 후학양성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웃음)"

진이한은 연달아 출연한 드라마로 인해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며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가열차게 달려온 만큼 쉬어도 될 텐데 연기를 쉬지 않겠다는 생각이 크다.

"갑자기 쉬니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웃음) 하루 이틀 쉬고 나니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요. 배우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일인데, 그래도 쉬면 왠지 정지된 느낌이 들어요.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연기를 하고 현장에 있는 게 살아 있는 느낌이 들죠. 배우로서 보여줘야 할 게,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더 많은 연기를 해서 무게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jmpyo@osen.co.kr

< 사진 >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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