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세월호 암초라던데" 해경 "암초..얘긴하면 안돼요"

2014. 7. 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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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상황실 녹취록…총리실 "좌초로 추정하는거고" 국정원 "YTN 자막 보고 물어본 것"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세월호 기관보고가 진행되면서 국회에 제출된 해양경찰청 상황실 녹취록에 사고원인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해경, 국무총리실이 대화과정에서 암초와의 충돌 가능성을 여러차례 언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암초에 올라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이들과 통화할 때는 암초는 아니라고 하는 등 오락가락했던 것으로 나타나 사고 원인에 대한 전면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해경 본청상황실 전화 녹취록(2442)을 보면, 국가정보원 직원이 사고발생 1시간 여가 지난 4월 16일 오전 10시7분경 본청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사고 원인은 아직 현재 기초적인 것만 확인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본청상황실 직원은 "지금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국정원 직원은 "만들고 계세요. 바로 좀 도와주시고요"라면서 "암초라는데 맞나요"라고 말했다. 상황실 직원은 "아니고 원인 미상이고요 그냥 침수된 것"이라고 답했다.

상황담당관 녹취록(2042)을 보면, 앞서 이날 9시40분경 국정원 직원이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본청상황실 직원은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라며 "지금 침수중이라고 인천에서 제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오전 11시16분경 총리실 직원이 "그 다음에 사고원인이 뭐라고 나왔어요"라고 묻자 본청상황실 직원은 "암초위를 올라 탔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그 이야기는 하면 안될 것 같고요"라고 답했다. 총리실 직원은 "좌초로 추정하는 거고 그 다음에 구조 후에 대처할 사항은 뭐가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4월 16일 오전 10시경 국정원 직원과 상황실 직원의 대화 녹취록.

비슷한 시각인 16일 오전 11시19분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직원도 본청상황실 직원과 전화통화에서 "사고 원인이 암초에 부딪쳤다는 얘기도 있고 다른 선박에 부딪쳤다는 얘기가 있고 그렇게 나오네요"라고 물어보자 본청상황실 직원은 "그 부분하고 학생 구조현황하고 제가 확인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반해 청와대(BH) 직원이 해경청 실장에게 전화했을 때는 암초는 없다는 답을 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핫라인 녹취록(0416-0417)을 보면, 사고 당일 오전 10시26분경 "실장님 근처 암초는 어떻습니까"라는 청와대 직원의 질문에 해경청 실장은 "암초는 없구요 그러니까 3마일 4마일 권에 서거차도가 있고 1.8마일 하방쪽으로 해가지고 관매도 쪽에 작은거(암초) 하나 있어요"라고 답했다.

비슷한 시각인 10시20분경 현지에 파견된 직원이 "깊은데 암초에요"라고 묻자 본청상황실 직원은 "암초가 아니고 항해를 좀 한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오후 들어선 수사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상황담당관 녹취록(2042)을 보면, 현지에 파견된 직원이 사고 당일 오후 4시46분경 '암초가 있는지 여부'를 묻자 상황담당관은 "암초도 아니고요 예단할 수 없고 수사를 해봐야지 알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실 정보관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확인을 해보니 우리 직원이 사고당일 9시55분 쯤 해경에 그렇게 물어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게 물어본 이유에 대해 "그날 9시49분에 YTN 속보로 '안개 때문에 암초에 부딪힌 것 같다'는 자막이 떠서 '언론에 그렇게 났으니 사고원인이 암초 때문에 그런 것이냐'고 물어본 것 같다"고 말했다.

총리실 직원과 본청 상황실 직원과의 대화 녹취록.

이 정보관은 "사고원인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해난사고 대부분이 선박 충돌이거나 좌초인데다, 언론에도 그렇게 나오니 그렇게 물어본 것 같다"며 "미리 알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사고 가능성 언급은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해군본부와 방위사업청,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통영함 등의 구조지원 합의 각서에 세월호 침몰원인을 '좌초'로 표기했던 것으로 나타나 해경-국정원-해군-총리실로 이어지는 사고수습 당국이 사고초기 좌초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해군과 대우조선해양으로 보낸 이 공문에서 관련근거에 대해 "진도여객선(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해본 전력3과-2525호 청해진함 및 통영함 여객선 침몰현장 긴급 지원지시(요청)"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암초라면 정부에서 가릴 이유가 뭐가 있느냐. 암초일 경우 암초라고 하면 되지 누가 어뢰를 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분명히 하지 않는지) 이것도 이상하다"라며 "배가 옆으로 뉘어 있으니 조사하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이 작성해 통영함 좌초선박 구조참가 합의각서를 통보한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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