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회에 온 세월호 유가족 "동네 양아치도 이렇게 안 한다"

장훈경 기자 2014. 7. 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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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늘도 국회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들, 딸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진상을 규명하는 회의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국회에 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 여야가 계속 이견을 보이자 수십명의 가족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조속한 국정조사 시행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애들한테 니들이 어떻게 스러져갔는지 그거 명확하게 알려주자는 거예요.

딱 그거 하나 바라는 거예요."

어렵게 시작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는 기관보고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파행을 빚었습니다. 첫 날부터 일부 의원이 유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회의 중 조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논란을 빚고, 막말 신경전을 벌여 논란이 됐다가 결국 이번엔 아예 회의가 멈춰버린 것입니다.

파행의 불씨는 2일 새벽 해경이 공개한 상황실 유선전화 녹취록이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녹취록을 인용하며 청와대의 늦장 대응을 지적하자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가 녹취록에 없는 내용을 인위적으로 지어내 발언한다며 반발한 것입니다. 다음은 국회 속기록에 나온 두 의원의 발언입니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청와대에서 지속적으로 화면을 보여 달라, 화면을 보여 달라 요구하지요? 그렇지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녹취록에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김광진 의원

(자료를 들어보이며) "다른 일을 그만 두고 계속 영상중계 화면 배만 띄워라. 외부로 송출하는 화면 안 된다" 해경이 말하지만 "카톡으로 해서라도 보내라" 요청을 해 보겠다 하니까 청와대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요청을 하는 게 아니다. VIP가 그걸 제일 좋아하고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것부터 해라'고 끊임없이 말합니다.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게 만들지요. TV 화면에 나오는 것 이걸로 가능하냐 묻지만 VIP는 계속 다른 화면만 요구합니다.

그러자 조원진 의원이 문제를 제기합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지금 야당 위원께서 'VIP께서 뭐 영상 이것 말고 저것 좋아한다', 전혀 녹취록에 그런 내용 있습니까, 청장님? 전혀 없는 사실을 있는 것같이 말이지, 이 공개된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녹취록, 똑같은 녹취록을 보고 있는데 어떻게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습니까? VIP께서 이 화면을 좋아하지 않고 저 다른 화면을 좋아한다고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할 수 있어요? 국회의원의 자질로서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다음은 실제 해양경찰청과 청와대의 전화 녹취록입니다.

청와대 : 영상중계에는

해경청 : 예 지금 해가지고 도착은 했는데요.

청와대 : 예

해경청 : 그게 외부로 송출하는 화면이 아니어서...

청와대 " 아아 그럼 얘기를 똑바로 해야지요, 그거를

해경청 : 예 못하면은 해가지고 찍어가지고 카톡 이런거로 보낼 수는 있는데

청와대 : 예

해경청 : 해가지고 외부로 송출하는 화면이 아닙니다.

(중략)

청와대 : 예 그거 좀 해가지고 보고 좀 하라고 하라니까요. 그거 좀

해경청 : 예 알겠습니다.

청와대 : VIP도 그런건데요, 지금.

해경청 : 예 저도 좀 해가지고 현장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 요청하는 게 아니고 거기 해경한테 다이렉트로 전화해서 바로바로 그거 좀 실시간으로 보고하라고 하세요.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

김광진 의원이 말한 '청와대가 카톡으로라도 보내라, VIP가 그걸 제일 좋아하고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라는 발언은 실제 녹취록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문맥 상 청와대가 사태 수습보다는 영상 확보에 주력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주장했고, 조원진 의원은 없는 사실을 지어냈다고 반발한 것입니다. 조 의원은 더 나아가 "김 의원이 특위 위원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강행합니다. 이렇게 회의는 5시간 넘게 멈춰버렸습니다.

국회 회의장을 서성이던 유가족들은 분노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대체 이 발언 실수가 기관보고를 멈춰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냐"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18살 딸을 시퍼런 바다에 빼앗긴 한 아버지는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의를 위해서 해경청장, 해수부장관의 국회 출석을 용인해줬다"며 "1분 1초가 지날 때마다 끝이 모를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들에게 국민의 대표라는 의원들이 할 짓인가"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청와대와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해 문제를 키우려는 야당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청와대와 대통령만은 보호하고 싶은 여당의 정쟁 사이에서 유가족은 무기력하게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의원은 "당신 뭡니까? 유가족분은 잘 좀 계세요!"라며 속개를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묵살하기도 했지요. "동네 양아치도 이렇게 안 한다"고 외치는 유가족의 외침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날이었습니다.장훈경 기자 roc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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