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구조 골든타임에 대통령 보고 몰두 "현지 영상 달라" 해경에 수차례 독촉

2014. 7. 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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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국조 해양청 기관보고

5시간 지나 '구조 370명→166명'

 

"야당 위원이 녹취록 왜곡 발언"

새누리 반발로 오후회의 파행

세월호 참사 초기 청와대가 현장 대처에 대한 지시는 물론 상황 파악도 못해 우왕좌왕하면서도 대통령 보고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세월호 국조특위)를 통해 2일 공개됐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을 핑계삼아 국조특위 진행을 파행시켜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 실패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세월호 국조특위 야당 위원인 김현미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2일 해양경찰청 기관보고에서 사고 당일과 이튿날인 4월16~17일 해양경찰청 본청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위기관리센터)이 주고받은 유선전화 녹취록과 해경과 지방청이 주고받은 녹취록 11개, 그리고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녹취록을 보면 청와대와 해경은 초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세월호의 조난신고가 해경 등에 접수된 4월16일 오전 8시58분에서 22분이 지난 9시20분이 돼서야 해경 상황실에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여객선의 이름과 조난신고 시점, 탑승객 수를 확인했다.

청와대는 그 직후부터 '대통령 보고용' 현장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해경 상황실을 추궁한다. 오전 9시39분 청와대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은 해경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구조작업 진행상황을 몇 가지 확인하고는 곧바로 "현지 영상 있느냐"고 묻는다. 해경이 머뭇거리자 구조작업중인 '해경 123정'을 지목한 뒤 "지금 브이아이피(VIP·대통령) 보고 때문에 그러는데, 영상으로 받은 거 핸드폰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다.

현지 영상 요구는 30분 뒤 또 이어진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은 "사진 한장이라도 빨리 보내달라"고 해경 상황실에 거듭 요구한다. 6분 뒤 청와대는 다시 해경에 전화를 걸어 "(현장) 영상 갖고 있는 해경 도착했느냐"고 묻고는 "(전화) 끊지 말고 (도착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보라"고 재촉한다. 오전 10시32분에도 영상 송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 그거 좀 쏴 가지고 보고 좀 하라고 하라니까, 그거 좀"이라고 역정을 낸다. 해경 근무자가 "알겠다"고 답하자, 청와대는 "브이아이피(가 요구하는 것)도 그건데요, 지금"이라며, 현지 영상 확보가 대통령의 관심사항임을 강조하며 해경 상황실을 압박한다.

선내진입 불가능해진 10시25분청와대, 해경에 "객실 확인하라" 엉뚱한 지시

청와대는 인명 구조가 시급한 사고 발생 초기 '황금시간대'에 위기상황 관리보다 대통령 보고에만 몰두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구조와 관련된 조처라고는 'VIP(대통령) 메시지'라며 짤막한 두 가지 지시사항을 하달한 것뿐이다.

오전 10시25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관계자는 해경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장에게 "그냥 (받아) 적어"라는 말과 함께 다음과 같은 지시사항을 전한다. "첫째 단 한 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내에 객실·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 (구조에)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 이는 "박 대통령이 해경에 지시한 내용"이라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 시각 세월호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채 뒤집혀 선내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고 발생 2시간이 될 때까지 '컨트롤타워 기능'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현지 구조 인원에 대해선 오후 2시30분이 지날 때까지 청와대가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었음도 확인된다. 오후 2시18분 청와대는 해경 상황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브이아이피님께 5분 뒤 보고 올라가야 하니 인원 정리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해경은 "우리도 파악중인데, (지금까지 보고한) 370명은 잘못된 보고"라고 털어놓으면서 "(구조인원은) 166명"이라고 바로잡는다. 그러자 청와대는 "큰일났네. 그러면 202명이 사라진 것 아니냐. 이거 브이아이피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라며 당혹스러워한다. 이어 어느 선에서 보고가 잘못된 것인지를 추궁하면서 "아까 (진도 행정선이) 190명 구조했(다고 전달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브이아이피님께 바로 보고했거든. 완전 잘못 브리핑된 거네. 이거 여파가 크겠는데"라며 당황해한다. 청와대 상황실이 대통령 보고를 위한 현장 상황 파악에만 집중할 뿐, 정밀한 상황 관리는 애초부터 할 능력도 의사도 없었음을 보여준다.

오후 내내 화를 누르며 국정조사 파행을 지켜보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급기야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도망가지 말라", "우리는 왜 항상 기다려야만 하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새누리당은 여당으로써 책임있게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국정조사는 저녁때 속개됐다. 이승준 이세영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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