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탐구]SD카드 불법 음원 유통, 근절 토론회 개최..'해법은?'

장용준 입력 2014. 7. 2. 11:28 수정 2014. 7. 2. 16: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장용준 기자]지난달 26일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으로 모여들었다. 기자는 물론이고 음반 제작자, 저작권 협회 관계자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들은 불법복제 음반물 근절을 위한 토론회의 참석자들이었다. 최근 SD카드를 이용한 불법 음원 유통이 해당 콘텐츠 산업 성장에 큰 부정적 영향을 줬다. 이에 연예계 관련 종사자들은 대응 방한을 논의함과 동시에 이 사안을 널리 알리고자 한 것이다.

이날 패널은 윤명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김경남 한국음반산업협회 회장, 정진성 한국전통가요진흥협회 전 회장, 김상옥 솔미디어 대표, 류재민 거성레코드 대표, 황용희 스포츠투데이 대표, 김진수 명지대 교수, 최원일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과장이었다.

이번 토론회의 주최자 중 한 명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인사말로 물꼬를 텄다. 안 의원은 환영사와 함께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속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며 "이는 분명 중간에 비상식적인 커넥션이 존재하는 탓"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발언을 기점으로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김진수 명지대 교수는 SD카드 불법 유통의 실태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SD카드를 넣은 속칭 '효도라디오'는 시중가 약 1만5000원이다. 부담 없는 가격. 그 안에 대량의 불법 음원이 들어있다.

윤명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은 무엇보다 저작권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꼬집었다. 윤 회장은 "케이팝이 요즘 뜨고 있으나 그 행성 원인을 들어보면 씁쓸하다"며 "이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장사하기 힘들어서 해외로 진출한 탓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케이팝 시장 규모가 커진 지금도 이는 마찬가지"라며 "한국 GDP는 세계 15위인데 저작권 수익 순위는 19위다. 지표를 보면 스웨덴 같은 경우 GDP가 우리보다 훨씬 낫지만 저작권 수익은 거의 두 배"라고 덧붙였다.

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이 32살의 젊은 나이에 가난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며 "'구름빵'으로 유명한 동화 작가 백희나는 작품이 4400억 원 매출을 올린 것에 반해 고작 1800여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현 저작권 제도의 불합리성을 고발했다.

김경남 한국음반산업협회 회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정부의 한정된 인원을 감안하면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우리끼리도 순찰을 돈다. 하지만 법 집행 권한이 없어 불법 현장을 적발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요구안 세 가지를 발표했다. 첫째는 저작권 관련 협회에 불법 단속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권한 부여. 둘째는 대형 공급업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단속. 셋째는 음악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홍보 및 지원이었다.

김 회장은 또 "'효도라디오'라는 이름으로 불법 SD카드를 장착한 제품이 판매된다"며 "이는 '효도'라는 키워드로 도둑질을 포장한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정부가 이를 방치하면 멀쩡한 효자 국민을 범죄자, 장물애비로 만드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성 한국전통가요진흥협회 전 회장은 처벌 수위의 적절한 조정을 말했다. 그는 생계형 판매라고 해서 단속 벌금이 너무 작다"며 "그러다보니 오늘 벌금을 징수당해도 내일 아침에 또 팔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판매책들의 윗선인 불법 SD카드 제작자들은 벌금을 대납해주기도 한다"며 "벌금이 다른 선진국들처럼 5000만원 혹은 1억원이 된다면 그리 쉽게 대신 지불해주지 못 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또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대중들"이라며 "제작자는 많은 비용을 들어 음반을 만들고 유통한다. 이들이 살아남지 못 하면 산업도 몰락한다. 결국 국민에게서 좋은 음악을 들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옥 솔미디어 대표는 먼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선 적이 많다. 법적 권한이 없으니 결국 마지막엔 몸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며칠 전에도 단속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우리 측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도 해결책으로 업계에 대한 일부 사법권 부여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법적 권리가 절실하다"며 "전국에 하루 약 200곳에 5일장이 선다. 그곳에서 불법 '효도라디오' 판매가 자행된다. 내 눈에는 그 광경이 도둑 천국으로 보인다"고 호소했다.

류재민 거성레코드 대표는 공권력의 강력한 집행을 희망했다. 그는 "판매자도 남들 다 하니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불법 '효도라디오'를 파는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서 '차라리 단속으로 없어지면 (안 팔아도 되니) 편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류 대표는 단속권 부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단속권을 우리에게 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오로지 방법은 고소 및 고발 시 법의 한도 내에서 엄벌을 내리는 것이다. 벌금도 더 많이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용희 스포츠투데이 대표는 조금 이색적인 주장을 내놨다. 그는 "오늘 자리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이 중요한 토론을 취재하는 언론 매체 수의 부족"이라며 "이게 저작권 문제에 대한 무관심의 본 모습이다. 업계 관련자들 모두가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토론 자료집을 보면 언론 홍보 현황이 있는데 수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많이 알려야 한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안다. 그 절실함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또 흥미로는 예시를 제시했다. 그는 "영화 관계자들은 단합이 잘 된다"며 "좋은 예가 배우 안성기 등의 주도적 참여로 완성된 '굿 다운로더 운동'이다. 최근 제작자들에 의하면 덕분에 불법 다운로드가 현저히 줄었다. 음반 업계에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일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과장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정부는 지속적으로 단속을 해 현재 2000만 개 이상의 불법 음원 유통물을 수거했다"며 "그 과정에서 잠복 및 기획수사도 실시됐다.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덕분에 고속도로에 자리한 숍에서는 '효도라이도'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며 "문제는 전국의 5일장이다. 이곳에는 나이 많은 판매자들이 많다. 이들의 그릇된 의식을 바로잡아주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이를 위해 홍보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의 치열한 발제는 약 2시간 동안 지속됐다. 참석자들은 숨죽이며 그 과정을 지켜봤다. 그 중에는 가수 남진도 있었다. 그는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며 "'힘들게 일궈온 산업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 감각을 공유해야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안민석 국회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크게 두 가지 움직임을 약속했다. 첫째는 경검의 일체화된 근본 대책 논의. 둘째는 이번 사안을 오는 7월 문화체육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8월 국정감사에 제기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이번 토론회는 SD카드를 악용한 불법 음원 유통의 실태와 그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시발점으로서 손색없는 자리였다. 이날 모인 각계의 인사들은 협력과 노력을 언약했다. 이들의 굳건한 의지와 함께 식순은 끝을 맺었다.

▲ [이슈 정리1]'효도라디오' 불법 음원 논란으로 화제가 된 SD카드는 무엇?

SD카드(Secure Digital Card)는 노트북 컴퓨터 및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등 각종 가전제품에 쓰이는 작은 우표 크기의 기억장치를 의미한다. 플로피 디스크와 CD(Compact Disc)가 초기의 기억장치로 애용됐으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보다 작고 안정적인 SD카드에 그 바통을 넘겨줬다.

▲ [이슈 정리2]SD카드를 통한 불법 음원 유통, 왜 치명적인가?

첫 번째는 기억장치 용량의 거대화다. 과거 주로 사용된 CD에는 고작 몇 십 곡의 음원만이 저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용자는 SD카드 하나에 수천 곡의 불법 음원을 담아놓을 수 있다. 한 번의 구매에 따라 이동되는 불법 음원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 음반 업계의 피해 규모도 이에 비례해 커졌다.

두 번째는 너무나 약한 처벌 규정으로 인한 벌금 대납이다. 불법 음원 도매업자들은 소매상들의 사정을 악용하고 있다. 이들은 생계형 판매책으로 미약한 벌금 처벌의 대상이며 도매업자들은 그 돈을 대신 내주고 있는 것. 이런 사태는 저작권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족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은 불법인지조차 인지하지 못 하는 소비자들이다. 올해 초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KBS2 '맘마미아'에 출연한 한 개그우먼은 전통 시장에서 어머니에게 '효도라디오'를 선물했다. 방송 PD조차 그게 불법임을 알지 못 한 것. 정부의 항의를 받고서야 KBS 측은 '다시보기' 메뉴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장용준 기자 zelra@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