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100조 쏟아부었는데..超저출산국 오명 '여전'

최석환 기자 입력 2014. 6. 30. 08:45 수정 2014. 6. 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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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2020년 인구절벽 위기 온다]4-① 정부 저출산 대책 '한계' 드러나

[머니투데이 최석환기자][[창간기획-2020년 인구절벽 위기 온다]4-① 정부 저출산 대책 '한계' 드러나]

"이런 추세라면 한국 인구는 현재 5020만명에서 2050년 4200만명, 2100년엔 1900만명으로 줄고 이는 노동력과 소비 위축에 따른 경제 침체, 세대간 사회적 갈등 심화, 가족관계 해체 등을 야기해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3월 출산장려기금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 여성의 1인당 평균 출산율이 최근 10년간 세계 최하위 수준인 1.1~1.3명으로 유지되면서 한국이 2001년에 초(超) 저출산국가로 진입한 후 출산율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도 지난해 총 출생아수는 43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9.9%(4만8000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은 1.19명으로 전년보다 0.11명이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조출생률도 8.6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하위 수준이다.

황 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출산장려금과 양육비 지원 정책 등은 수혜 대상자와 지원액이 지자체별로 달라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형평성 문제도 나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자녀의 임신·출산·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출산장려 정책의 지속적 추진과 보편적인 국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산장려기금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합계출산율 OECD 최하위‥100억 투입 인구정책 '한계' 드러내

황 의원의 이런 문제의식은 사실상 저출산 대책을 포함한 정부의 인구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1·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일·가정 양립 정상화 △결혼·출산·양육 부담 경감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환경 조성 등 3대 분야 100여개의 과제를 추진해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8년간 이 계획에 쏟아 부은 예산만 100조원이 넘는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예산 비중도 2006년 0.52%(4.5조원)에서 지난해 1.93%(24.6조원)로 높아졌다. 특히 평균 10조원의 예산을 저출산 분야에 투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적 지원 중심의 백화점식 정책으로 인해 아직 사회 전반적인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민간의 육아휴직 이용률이 66.7%(2012년 기준)로 공공부문 140%와 비교해 현저히 낮으며 그나마 고용보험이 없는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9년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족지출 비중이 1.01%로 OECD 평균 2.61%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다 그간 늘어난 재정투자가 영유아 보육·교육비 지원에 집중되면서 결혼과 출산지원을 위한 균형적 배분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정책의 한계를 인정했다.

영유아 보육·교육비 예산은 2011년 4조8000억원, 2012년 7조4000억원, 지난해 10조400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지난해 전체 저출산 예산(14조4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1.9%에 달했다.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도 "저출산 예산액은 보육·교육비를 전액 지원하는 대상이 확대되면서 2012~2013년에 급격하게 늘었지만 인구정책 자체의 성과들이 출산율(인구조절정책의 성과)과 여성고용률(인구대응정책의 성과) 제고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 경제적 이유가 출산율 부진 원인‥전략적 인구정책 절실

'2.11명'.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초 전국 20~30대 기혼·미혼 남녀 5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온 평균 희망 자녀수다. 2010년에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 나온 1.81명보다 늘어난 것이지만 실제 합계출산율(1.19명)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 20~30대 3명 중 2명(65.5%)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4명 중 3명(74.2%)은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예상과 달리 '결혼'과 '자녀'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출산율이 부진한 이유는 뭘까. 이 조사에서 20~30대는 '출산 및 육아비용 부담(44.3%)'을 1순위로 꼽았고, '전반적인 경제·고용상황 불안(30.4%)'과 '직장생활 등 개인활동 지장(13.0%)' 등도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기 어려운 장애요인으로 지목했다. 결혼도 '주택마련 등 비용 부담(42.1%)' 등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미루거나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고승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혼과 자녀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관과 달리 경제·고용 상황의 불안과 관련 비용 부담 등 결혼과 출산을 방해하는 구조적, 비자발적인 제약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희망 자녀수가 출산율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현실적 장애요인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20~30대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 가운데 '보육·교육비 지원 확대(45.0%)'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또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23.7%) △임신·출산비용 지원 확대(14.1%) △민간 보육시설 개선 및 관리 강화(12.2%) 등도 필요한 대책으로 꼽았다.

고 위원은 "정부 정책이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데다 전략적 개념도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한 뒤 "스웨덴이나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출산 선진국을 보면 예산이 증가하는 대로 출산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구정책의 내실화를 위해 일·가정 균형정책과 여성고용촉진책, 보육 등 저출산대책 등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결혼 장려를 위해 일자리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삶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출산율 높인다"

"인구정책, 결혼율 높이는데 초점 맞춰야"

머니투데이 최석환기자 neok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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