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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사 할(喝)]'가짜 관심사병' 골치…부대만 나가면 '멀쩡'

등록 2014.06.27 08:32:44수정 2016.12.28 12: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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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병역 피하려 일부러 미친 척 '이상행동' 정신질환 제대자는 사후 추적관찰 필요 부실관리 땐 '제2의 임 병장' 나올 우려

【전국=뉴시스】시사할 취재팀 = 강원도 최전방부대 GOP(일반전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으로 군내 관심사병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가짜 관심사병'이 적지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22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부대 내에 일부러 관심사병으로 낙인 찍히기 위해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병들이 있다는 것이다.

 관심사병으로 분류된 뒤 '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게되면 현역생활에서 제외돼 2년간 공익근무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주로 정신질환으로 (군에서) 나가는 사병이 많은데 그냥 내보내기만 하면 끝이냐. 이들이 제대하고 나서도 꾸준히 정신과 진료를 받는지 기록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신질환으로 제대한 사병이 '가짜 관심사병'이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토론회에서 병무청 관계자가 얘네들(관심사병)이 제대하면 공익으로 나와 다 정상적으로 생활한다고 말하더라"며 "군대에서 관리를 못한 것 아니냐고 묻는데 화가 치밀었다"고 말하며 이들이 현역복무를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관심사병처럼 행동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한 중대당 A급 관심사병이 5명 가량이라는 통계를 감안하면 전체의 20%가 관심사병인데 이렇게 문제가 있는 사병을 모두 제외하면 80%의 인원으로 초병근무가 돌아갈 수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 같은 사례는 군대를 제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부대 내에서 자주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회사원 강모(34) 씨는 "군 복무 당시 고참이 전출 왔는데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다 간부들에게 불려가 수 차례 상담을 하기도 했다"며 "이 '고문관'고참은  맨날 '아프다' '수도병원 보내달라'며 문제를 일으키고 왕따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또 2년 전 제대한 조모(26)씨는 "새로 온 후임이 훈련할 때나 내무반 생활 때나 말을 못알아 듣고 어리버리한 상태로 먼 산을 바라보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며 "그러다가도 면회나 휴가 때는 멀쩡하게 나가더라"고 말했다.

 그는 "부대원들은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확증이 없었는데 나중에는 결국 정신질환으로 입원해 제대했다더라"고 전했다.

 5년 전 제대한 박모(31) 씨는 "병장 시절 신병교육을 받은 이병이 소대로 들어왔는데 수면 중에 내무반에서 대·소변을 보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며 "결국 2주만에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소변을 보는 일은 다반사였고 그 빨래들은 행정보급관의 지시에 따라 분대장과 부분대장의 몫이 됐다. 이렇게 되자 주변 사병들만 골탕을 먹고 결국 그를 기피하게 됐다.

 박씨는 "소대 대원들 모두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며 "소대원들이 계속 지켜보며 타이르고 병원에도 데려가 봤지만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관심사병은 '정신적 문제'와 연루된 경우가 대다수여서 행동관찰과 상담 등을 통해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관심사병은 A,B,C등급으로 나뉘는데 A급은 자살 계획을 세웠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 B급은 가혹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부류, C급은 주로 입대 100일 미만자와 허약 체질, 동성애자들이 포함된다.

 이번에 사고가 난 22사단 관계자는 "제대하려고 발버둥치는 사병들이 작심하고 정신질환자인 척 행동하다 목적을 달성하는 '가짜 관심사병'문제를 막으려면 이렇게 제대한 사병은 2년이 아니라 3년간 공익근무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 관심사병' 때문에 성실히 군 복무를 하는 나머지 사병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작 관심이 필요한 진짜 관심사병들은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크다.  또 다른 임 병장이 나오지 않도록 군 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시사 할(喝)'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fly122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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