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전쟁나면 지휘관 쏘고 싶다는 병사들 많아"

입력 2014. 6. 23. 10:45 수정 2014. 6. 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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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 한수진/사회자:

지난 토요일 발생한 GOP 총기사건 짚어보겠습니다. 총기사건을 일으키고 무장 탈영한 임 병장은 여전히 군과 대치 상태입니다. 어제 오후 임 병장을 추적하던 소대장 1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기도 했는데요. 이번 총기 난사 사고로 지금까지 5명이 숨지고 모두 8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왜 이런 끔찍한 참사가 벌어진 걸까요? 심지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은 전역을 불과 3개월 앞두었다고 하는데요. 관련해서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건은 역대 총기사건과 비교해도 피해가 상당히 컸죠?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네, 근래에 2011년 해병대에서 있었던 총기사건, 그리고 2008년에 18사단 총기 난사 사건, 이렇게 비교해보면 인명피해가 났기 때문에 사실상 상당히 피해가 크다고 볼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전우를 향해서 총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무슨 이유로든 부대에 불만이 있다는 걸로 봐야 되겠죠?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우리 아군끼리 이렇게 총격이 벌어져서, 총격이 아니라 조준 사격으로 해서 사망한 것에 대해서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제가 2005년에 28사단 총기 사건 이후에 육, 해, 공, 군, 해병대를 실태조사를 다녔습니다. 그 때 제가 조금 충격을 받은 것이요. 그것이 요인이 되어서 저희 군 인권센터를 만들게 되었지만, "'돌격 앞으로' 하는 지휘관을 쏴 죽이고 싶다" 이야기하는 병사들이 많았습니다, 전쟁이 나게 된다면요.

▷ 한수진/사회자:

지휘관을 쏴 죽이고 싶다?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상당부분 신뢰관계가 깨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구타 가혹행위가 발생했을 때, 병영 부조리가 발생했을 때, 지휘관이 가해자 편을 드는 경우들이 간혹 있었고요. 그런 것에 불만을 가진 피해자들이 전쟁이 나면 "저 사람부터 쏴 죽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저는 그 때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건에서도 그런 점이 자세히 구체적으로 잘 조사가 되어야겠네요.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상 임 병장을 사살해서는 안 되고요. 반드시 체포를 해야지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요. 군이 조금 지쳐있더라도 최악의 경우로 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단 지금 임 병장이 관심사병이었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주목하고 있는데요. 소장님 우선 관심사병 제도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주시겠어요?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관심병사 제도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보호 관심병사 제도'라고 합니다. 2005년 총기 난사 사건 이후에 만들어진 제도인데요. 군 생활 적응이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보호하는 제도이고요. 병무청 신체검사나 인성검사 때 이것이 걸러지게 되는데요.

2011년 해병대 총기사건 이후 김관진 장관이 3중 필터링을 하겠다고 해서 강화되었습니다. 병무청에서 MMPI 인성검사를 한 번 하고요. 훈련소나 신교대 배치 받으면 또 한 번 하게 되어 있고요. 그리고 자대배치 받았을 때 한 번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확하게 본인이 입증해야 되는 프로세스이고 그리고 또 하나는 비전문가인 지휘관에 의해서 ABC로 등급이 나눠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인성검사를 지휘관이 한다고요?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네, 왜냐하면 지휘관이 면담을 이병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4차례하고 일병은 3차례, 상병은 2차례, 병장은 1차례, 이렇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보호 관심병사 같은 경우는 주 4회 정도 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는 지휘관은 거의 없고요. 병사들의 고민상담을 하게 되면 생활지도기록부에 기록해서 관리하는 게 끝인 경우가 거의 많습니다. 그래서 지휘관들 책임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도 많고요.

그래서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상담기록만 있으면 지휘관 책임이 경감되는 부분에서 약간 면피성으로 이렇게 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A급, B급, C급으로 등급을 나누거나, 등급을 변경할 때는 사단에 한 명씩 배치하고 있는 병영생활 상담관, 그리고 정신과 군의관이 반드시 참여하는 제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데 이것이 거의.

▷ 한수진/사회자:

전문가의 자문도 제대로 받지 않고 지휘관의 재량만으로 A, B, C 등급으로 관심사병이 나누어진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건 제도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거죠. 지금 22사단의 경우 전체 병사들 중에서 약 20% 정도가 보호관심병사로 분류되어 있어서 부대 입장에서는 GOP에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A급 병사를 투입 못 하게 되면 그 공백 상태인 인원에 대해서 다른 병사의 업무 과중이 심해지기 때문에 지휘관 입장에서는 투여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병력이 부족하다보니까 무리하게 낮춘 것 아니냐, B등급으로.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네, 그런 야전 부담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것들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한데, 그냥 그건 지휘관 네가 알아서 해라, 라고 내팽겨져 있으니까 지휘관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심지어는 제가 어떤 대대에 방문했을 때는요. 대대장께서 A급 병사를 아예 그냥 데리고 살아요. 그러니까 거의 퇴근 시간 이후 이후에는요, 아예 같이 다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는데요?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그럼요. 대대장이 어떻게 A급 병사만 관심을 갖고, 대대 병력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러니까는 이 지휘관들의 부담이라는 게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휘관들 부담 덜어주기 위해서 복무 전환하는 제도를 활성화하거나, 예를 들면 공익 근무 요원이나 상근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방안. 그리고 또 정말 이 사람은 군 복무를 하면 안 된다, 라고 하면 현역 부적합 판단, 이런 것들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병역 비리 때문에 안 된다, 라는 식으로 모르쇠 하는 것은요. 차제에 이런 사건 사고가 터질 가능성을,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저는 그렇게 지적하고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더구나 이 GOP같은 경우는 워낙 근무 스트레스가 높다면서요. 그래서 사고가 많았죠?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네, 그렇습니다. 근무 투입이 되면요, 6-7개월 동안 이렇게 외부로 못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긴 PX도 없어요. 동부전선 같은 경우는 해발 900고지, 1,000고지 되는데요. 여기에 가끔 황금마차라는 이동형 PX가 오긴 하는데요. 혹한기에는 이마저도 올라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철책 시작 시점부터 GOP소초까지는 비포장 길로 약 1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렇다보니까 여기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빨리 빨리 후방 병원으로 못 빼는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사병들의 스트레스도 많고.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그렇습니다. 문제가 우리 병력이 서부 전선에 다 집중되어 있습니다. 서부전선은 평야지대 이다보니까 북한군이 전차로 밀고 들어올 경우에 서울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병력이 집중되어 있고. 동부전선은 산악지대가 크기 때문에 병력을 조밀하게 배치하지 않아서요. 병력들이 쉽게 피로도에 쌓이게 되죠. 왜냐하면 주간근무, 야간근무 이렇게 두 반이 나누어져 있는데. 거의 뭐 경계근무 나가야 되죠. 생활관에서 일상적인 생활 다 해야 되는 거죠. 그렇다보니까 근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동부 쪽이 더 현실적으로 어려운 근무 여건을 갖고 있는 거네요. 일단은 사고 수습이 우선이겠지만요. 어떤 대책이 더 나와야 한다고 보세요?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우선 관심병사 한 명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 현재 군이 초동대응도 잘못했거든요. 사건이 발생한 직후 무장 탈영병이 발생했기 때문에 민간인의 피해가, 최악의 경우 민간인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빨리 언론에 알려서 대피 요령이나 대응 요령을 알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요.

그리고 진돗개도 22사단 차원에서 내렸습니다. 그렇다보니 그 병장이 저지선을 뚫고 10km이상을 이동해서 민가까지 내려오는 사태가 발생했고요. 민가까지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을 빨리 소개령을 내리지 않고 주민대피령도 굉장히 늦게 내렸습니다. 그리고 총격전이 벌어지다보니까 8군단장 같은 경우에 사살 명령을 3시 15분에 내렸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우선 초기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말씀이시구요.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네, 이후 대응도 문제가 있고요. 그래서 이건 군이 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2011년 해병대 총기 사건 이후 김관진 장관이 그렇게 재발방지 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형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윤광웅 장관 때, 28사단 사건 터졌을 때 사표 제출했지만 노 대통령이 한 번 기회를 주기 위해서 반려를 했는데, 저는 기회를 한 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이 같은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이런 분이 안보실장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민구 장관 내정자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덜기 위해서 저는 김관진 장관의 거취를 표명할 때가 되지 않았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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