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증인세울 진상조사..골든타임 놓치지말자"

입력 2014. 6. 21. 22:55 수정 2014. 6. 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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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철저한 진상조사 촉구하는 한 장의 힘' 시민대회…폭우속 유가족 눈물 쏟기도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약속, 벌써 잊어버린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결코 쉽게 잊혀질 수 없는 사건입니다. 많은 사람이 집회에 모이진 않아도 각자가 거처하는 모든 곳에서 각자의 불을 밝히고 전국 각지에서 함께 하리라 생각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67일째인 6월 21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 장의 힘' 시민대회는 세월호 참사를 다시 한 번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2000여명의(주최 측 추산) 시민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여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어느 새 두 달이 넘게 지났다. 세월호 참사는 월드컵 등 다른 이슈에 묻혀 잊혀 지는 것처럼 보인다. 매주 열리는 추모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날 시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외쳤다.

▲ 21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 장의 힘! 시민대회'에서 미국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촛불집회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사람들이 아직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이다. 지난 주말에 이어 21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역, 홍대, 강남역 등 서울 시내 10곳과 부산, 인천, 대전, 울산, 대구, 경기용인, 경기양평, 충남천안, 전북전주, 경남양산, 강원원주 등 전국 20곳에서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130만 명의 시민들이 서명했다.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청소년 이누리(중학교 2학년)씨는 "가만히 있는 청소년이 되고 싶지 않아 서명운동에 동참했다"며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친구들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서명을 받다보니 친구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선장이 잘못했다는 것 외에 아는 것이 없었다"며 "처음에는 무관심한 친구들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화를 내야 할 대상은 친구들이 아니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과 언론조차 믿지 못하게 만든 사회"라고 말했다. 이씨는 "제대로 된 구조도, 제대로 된 보도도 되지 않는 이곳은 별로 살고 싶지 않은 나라"라며 "4월 16일에 일어난 일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검은티 행동'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김수진씨도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김씨는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 촛불의 수도 줄었고 언론보도도 눈에 띠게 줄었다"며 "하지만 서명운동에 서명하는 사람의 수도, 서명용지의 수도 점점 늘어난다. 100만인이 서명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서울지하철노동조합도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21일부터 서울지역 주요 역사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여사에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은주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은 "이번 사건의 근본원인은 생명, 안전보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에 있다"며 "노조의 권리를 하찮게 여기고, 고용부가 노동탄압에 앞장서고, 산재로 한해에도 수천 명의 노동자가 죽어가는데도 비정상의 정상화만 외치는 자본과 정권이 아이들이 어두운 바다 속에서 엄마‧아빠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가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 21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 장의 힘! 시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세월호를 잊히 않기 위한 노력은 또 있다. 국민대책회의는 지난 6월 5일부터 매주 팽목항 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과 함께 하자는 취지로 서울과 팽목항을 왕복하는 '기다림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기다림의 버스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출발한다.

'기다림의 버스' 기획자 이원호씨는 "버스를 타고 진도 앞바다 팽목항에 내리는 순간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졌다. 노란 리본의 붉은 글씨들을 읽기조차 힘들었다"며 "팽목항에는 아직도 애타는 기다림들이 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또 다른 약속들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들이 원한다면 '특별법 제정'도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특별법 제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에 가족들을 폭넓게 참여시키겠다고 약속도, 여·야가 입장을 달리하여 국정조사가 표류할 때 가족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세월호 참사를 잊게 만들자는 공문들이 돌고 있다. 월드컵 방송을 부추기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유병언을 잡기 위해 집집마다 수배전단을 뿌리고 반상회까지 동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우리는 몸통의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유병언을 잡기 위해 경찰은 물론 군대까지 동원되는 이 난리법석을 보면서 군경, 핼리콥터, 배, 잠수사 수천 명이 동원됐다는 세월호 구조작업이 떠올랐다"며 "결국 아무도 구조하지 못했던 모습이, 난리법석을 떨면서도 유병언 하나 잡지 못하는 모습 속에 재현되고 있다. 진상규명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세월호 이후 국민통합이 필요한 시점에서 문창극을 총리로 임명했다. 그가 국민통합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처장은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친 교육당국을 바꾸려고 시민들이 진보교육감을 선택했는데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불순분자의 말을 듣지 말라고 말하는 꼰대같은 인간을 교육부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이 처장은 또한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규제개혁'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부가 제2, 제3의 세월호를 막을 수 있나"며 "김기춘 비서실장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증인으로 세울 수 있는 진상조사, 성역없는 조사를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날 시민대회에서 국민대책회의 측은 그동안 모인 서명 용지들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유가족들은 서명용지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이 눈물과 함께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폭우로 바뀌었다.

▲ 21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 장의 힘! 시민대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명용지를 들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시민대회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시민행동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망각이 두렵다. 우리는 침몰시킨 세상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대로 굴러갈 것이 두렵다. 그래서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 모든 책임자들이 허둥대며 사실을 숨기기 급급했던 동안 아픔을 위로하고 진실에 다가서려고 온 힘을 기울였던 것이 우리 스스로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기댈 힘은 우리로부터 나온다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또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범국민서명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학교에서 거리에서 공장에서 아파트에서 골목에서 시장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지하철역에서 인터넷에서 우리의 손발이 닿는 모든 곳에서 서명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는 망각의 두려움을 기억의 약속으로 달궈 진실의 문을 함께 여는 열쇠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전국각지에서 서명운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매주 시민대회와 '기다림의 버스' 행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 시민대회는 27일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 21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 장의 힘! 시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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