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적 나쁜 학생, 비행청소년 되기 쉽다

입력 2014. 6. 20. 06:02 수정 2014. 6. 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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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적응못하고 좌절감 키워 비행으로 연결되는 경우 많아감수성 한참 예민한 성장기에 우열반 편성·분리수업 자제를

#1. 비행 청소년이 되면 성적이 떨어진다.

#2. 성적이 나쁘면 비행 청소년이 된다.

둘 중 한 가지만 맞다면 어느 것이 답일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2번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의 학업성적과 비행, 비행친구의 관계에 대한 종단연구' 보고서에서 이처럼 '가슴 아픈' 결과가 19일 나왔다. 학업성적은 비행과 비행친구에 대해 부정적인 인과적 관계가 있었다. 즉, 학업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성적이 높은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비행을 저지르거나 비행친구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0∼2016년 실시하는 종단조사 연구사업인 KCYPS 가운데 중학교 1학년 패널 대상 3개년 조사 데이터를 분석자료로 활용했다. 2010년 수집된 중1 패널의 원표본은 전국 78개 중학교의 2351명이었다. '비행'의 범위는 흡연과 음주에서부터 무단결석, 가출, 성폭행, 절도, 구타 등 13가지로 상정했다.

연구 결과 낮은 학업 성적이 비행에 미치는 영향과는 달리 비행이나 비행친구에 접촉한다고 해서 학업성적이 낮아지지는 않았다.

비행과 비행친구는 양방향적인 인과관계를 보였다. 즉, 비행친구와의 접촉이 비행을 유발하고, 비행의 경험은 다시 비행친구와의 접촉을 증가시켰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이종원 통계·기초연구실장은 "한국 사회에서 학업성적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면서 "학업성적이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되다 보니 공부를 못하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뒤떨어지는 아이'라는 좌절감이 들어 문제를 겪게 되고 이것이 비행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낮은 성적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비행과 같은 공격적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범죄학의 '일반긴장이론'과도 통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비행 청소년들에게 집중적인 수학 개인지도를 하자 학생들의 탈선율이 크게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시카고대학 범죄연구소가 문제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멘토링과 수학 개인지도를 함께 실시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멘토링 프로그램만 실시했을 때보다 학생들의 부정행위와 결석률, 낙제율 등이 현저히 낮아졌다.

보고서는 그동안 청소년비행 문제에 접근할 때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성적요인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좋은 성적이 곧 사회적 성공으로 연결된다는 신념이 지배적인 우리 사회환경에서는 비행의 원인이 되는 성적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을 예방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응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성적의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감수성이 예민한 성장기에 우열반과 같은 성적에 따른 분리수업을 지양하고 학업성적 외에도 예체능 등 자신의 특성을 살려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평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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