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배상' 딜레마에 빠진 정부

홍재원·박병률 기자 2014. 6. 1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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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진해운 불법 규명 수사.. 사실일 땐 보험금 지급 난항

정부가 세월호 참사 배상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분노한 국민 여론을 감안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불법성 규명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자칫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17일 "지금까지 제기된 세월호 관련 수사는 청해진해운의 불법·과실에 맞춰져 있지만 보험 처리는 이와 별개"라며 "수사 결과가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는 청해진해운 측의 화물 과적과 선박 불법증축, 또 평형수 규정 위반 등이 꼽힌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불법 의혹이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서 사실로 규명된다면 보험사의 배상책임보험금 지급이 어려워지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세월호에 탑승했던 단원고 학생 320여명이 동부화재의 여행자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밝혔다. 1인당 1억원 한도이며 이는 여행 중 사망사고 등에 일괄 지급되는 보험이어서 즉각 수령할 수 있다. 금감원 집계로는 지난달 말 현재 100여명의 단원고 희생학생 유족 측이 해당 보험금을 받아갔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이 한국해운조합에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은 상황이 다르다. 희생자 1인당 3억5000만원씩 총 3500억원 한도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기름 유출에 따른 배상보험금도 1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배상책임보험은 청해진해운 측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을 때는 지급되지 않는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보상금 형태로 유족들에게 일정 금액을 선지급한 뒤 청해진해운과 실소유주 유병언씨 등에게서 해당 금액을 받아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사당국도 청해진해운과 유씨 측 중과실 입증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은 실질적 파산 상태다. 또한 검찰이 유씨를 장기간 검거하지 못하면서 그의 개인재산 몰수도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월호 인양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과실 판단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찰이 청해진해운를 비리 혐의 등 '별건 수사'로 단죄하거나 세월호 관련 국민성금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정부가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국내 보험사가 들어놓은 재보험이 주로 외국계 보험사 상품이어서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보험사에 재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재원·박병률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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