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철 "'천상여자', 연기 열정 되살려준 작품이다" [인터뷰]

2014. 6. 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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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임승미 기자] 지난 2일 KBS 2TV 일일드라마 '천상여자'(극본 이혜선, 연출 어수선)가 103회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천상여자'는 20%를 웃도는 시청률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막장드라마라는 지적 속에서도 '천상여자'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일등 공신은 악역의 끝판왕 장태정 역을 연기한 박정철의 공이 크다.

박정철은 '천상여자'에서 자신이 목표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장태정 역으로 열연했다. 박정철에 대해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보여준 연서남(연약한 서울 남자)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캐릭터다. 그는 기존의 갖고 있던 이미지를 버리고 완벽한 악인으로 약 6개월을 살았다.

그는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6개월 동안 겪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울컥했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 끝났다는 표현보다는 잘 이겨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박정철은 처음 도전하는 악역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진짜 밑도 끝도 없이 악한 말을 하고 악행을 하는 것 자체가 실제 성격과는 차이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애를 먹은 건 사실이에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표현하지 스스로 질문을 많이 던졌거든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장태정이라는 인물이 나를 괴롭혔던 거 같아요. 그 안에서 나름 해답을 찾아서 표현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죠. 늘 그게 스트레스였어요."

악역은 연기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다. 자신의 이성적인 감정과 캐릭터가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박정철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기를 하다가 장태정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가 버겁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단다. 결국 그는 연기를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악역 표현법을 찾은 듯 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내가 표현하기에는 버겁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미니시리즈면 오히려 더 머리를 비울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일일드라마는 긴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리 중심을 잡지 못하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자' 오히려 이게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내가 남은 촬영 기간 동안 조금이나마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길이었거든요."

그의 말처럼 미니시리즈였으면 조금 더 편하게 악역을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장기간의 호흡이 필요한 일일드라마 특성상 촬영 내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 앞서 박정철은 5년 전 SBS '아내가 돌아왔다'로 일일드라마를 찍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일일드라마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천상여자'는 예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일일드라마가 이번이 두 번짼데 5년 만에 또다시 하게 됐어요. 5년 전에 했던 드라마와 이번 드라마의 작가님도 같아서 사실 특성도 알고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새롭게 힘들더라고요. 사실 지나고 나면 힘들었던 것 보다는 좋았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지 않나요? 그래서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줄 모르고 선택을 했네요.(웃음) 쉽지 않은 장르에 쉽지 않은 역할, 그것 만으로도 벅찼는데 중간 결혼준비를 하면서 두 배, 세 배 더 심적인 고통이 있었어요. 그런데 전 괴로움과 고통을 즐기는 편이에요. 그런 게 없다면 변화와 발전이 없을 거라는걸 분명히 알기 때문이죠. 잘할 수 있는 역할보다는 가급적이면 더 어려운 역할들을 선택하고 싶어요."

'천상여자'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남기며 종영했다. 사실 악역 장태정이 죄를 뉘우치고 자수를 한다는 내용은 조금 뻔하고 식상하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결말에 대해 묻자 박정태 역시 결말이 조금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저는 솔직히 결말에 대해 조금 불만이 있었어요. 장태정이 잘못을 많이 했지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를 했거든요. 대사에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죄인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있는데요. 죄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겠지만 캐릭터에 표현하는데 있어 떳떳하게 연기를 했어요. 그런데 계기나 단계가 없이 서둘러 마무리 지어지는 게 개인적으로는 불만이더라고요. 차라리 어차피 장태정이 극단의 행동을 일삼았기 때문에 자살을 암시한다던 지 하는 극단적인 결론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100회까지 밀어 붙여왔던 끈질긴 모습과는 달리 마지막에 너무 쉽게 허물어진다는 게, 6개월 동안 연기한 나로서는 불만족스럽더라고요"

"어차피 드라마니까 악은 그냥 악으로 대가를 치르는 게 더 맞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감독님, 작가님과 상의도 했었는데요. 결국은 받아 드려지지 않았지만. 마지막 대본을 받았을 때 죽은 이진유(이세영 분)의 환영이 나와서 나를 구제하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막상 촬영을 해보니 장태정을, 그리고 박정철의 6개월을 정리해주는 장면이었던 것 같았어요. 연기를 하면서 진심 어린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연기였지만 거의 100회 이상을 악감정을 쌓아왔었는데 모든 감정이 그 씬 하나로 녹아 내렸어요. 원하는 결말은 아니었지만 그 장면으로 정리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과론적으로는 좋았어요."

뭐든지 처음은 낯설고 힘들다. 박정철에게 악역 장태정이 그러했다. 예상보다 센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것과 같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가장 비슷한 감정으로 후회 없이 최선을 뽑아내려고 매 순간 노력을 했다. 비록 처음 하는 악역이라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래도 박정철은 장태정을 통해 연기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극제가 됐고 분명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뭐든지 처음은 어렵지만 두 번째는 훨씬 수월 할 터다.

"만약 또 악역을 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웃음) 한번 해봤기 때문에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과거 작품을 하기 전에는 캐릭터에 대해 서슴없이 내뱉고, 그만큼 역할들이 내 생각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자신에 차있던 마음과는 달리 캐릭터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을 해야겠구나 깨달았죠. 그만큼 연기를 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자신감 있게 연기를 하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하는 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 긴장하고 경계심을 갖고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그걸 배웠고요."

박정철은 인터뷰 중간 중간 아직도 장태정에게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촬영이 끝나고 일주일 동안은 끝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단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또 촬영장에 나가야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자체가 흥미로운 스토리가 주가 되다 보니 연기하는 입장에서 캐릭터 욕심을 다 담아내며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다 해소하지 못한 답답함과 아쉬움이 남아있어서 그랬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빨리 장태정에게서 빠져 나오는 게 숙제 인 것 같네요. 솔직히 오래갈 거 같아요. 스스로 질릴 정도로 많이 치열했었거든요. 후회는 없지만 지나고 나니까 아쉬움을 갖고 있던 것들이 점점 머릿속에 분명해지고 있어요. 머리 속에서 정리되면 떠나 보내야겠어요. 그래서 차기작은 뭐가 됐던 빨리 하고 싶어요. 쉽고 편한 역 말고 그냥 뭔가를 도전해서 장태정을 빨리 잊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천상여자' 촬영에 앞서 박정철은 '정글의 법칙'을 통해 1년 정도 정글을 다니면서 정글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고. 그는 정글의 매력에 대해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정글에 빠져있는 잠시 동안은 솔직히 연기에 대한 열정을 접어뒀었다고 고백했다.

"솔직히 ('정글의 법칙'을 하면서)연기에 대한 열정을 접어둔 상태였는데 이번 '천상여자'가 연기 열정을 다시 되 살려준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에요. 이제 연기자로서 내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안주할 수 있고 남들 눈에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역할보다는 앞으로 롱런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훈련이 되는 작품들을 많이 하고 싶네요."

inthelsm@osen.co.kr

< 사진 >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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