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17회] 숨가빴던 서울시장 선거, 50일의 기록

김경미 2014. 6. 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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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4 지방선거가 지난주에 끝이 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라는 점에서 이전 지방선거와는 사뭇 다른 의미와 분위기 속에서 치뤄졌는데요. 탐사플러스는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장 선거전을 50일 전부터 밀착취재했습니다. 특히 선거 막판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온 네거티브에 주목했는데요. 네거티브가 진행되는 동안 정몽준, 박원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추적해봤습니다.

조익신, 김경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시장 선거를 정확히 50일 앞둔 지난 4월 15일, 서울시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4명의 후보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밝은 표정으로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정몽준 후보.

[정몽준 : 오늘은 가나다 순이 아니고 나이 순으로 했나? 이렇게 앉아있는 게?]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자 한껏 고무된 모습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 후보 캠프는 조심스럽게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터진 세월호 참사.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민심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상황의 심각함을 느낀 정몽준 후보.

[정몽준 : 이렇게 큰 대형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 정말 걱정이 많이 됩니다. 제가 시간을 빨리 보고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서울시장 출마 후보자 가운데 가장 먼저 사고 현장인 진도를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합니다.

이른바 '비박계'로 박근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던 정 후보로선 세월호 태풍을 빗겨가는 듯했습니다.

사고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정 후보의 막내 아들이 SNS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글을 올린 겁니다.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정 후보를 향한 지지 여론도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국회 정론관에 들어선 정몽준 후보.

막내 아들의 실수를 용서해 달라며 국민들께 고개를 숙입니다.

[정몽준 :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정 후보가 사죄의 뜻을 표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예비후보 등록까지 미루고 서울시장으로서 안전 등 민생 문제를 챙겼던 박원순 후보.

박 후보에게도 생각지 못했던 위기가 찾아옵니다.

지하철 2호선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해 249명이 다친겁니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간 박 후보는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사과했습니다.[박원순 :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부상당한 가족과 승객 모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몽준 후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과 박원순 후보의 발빠른 지하철 사고 대응은 지지율 판도를 바꿨습니다.

박 후보가 정 후보를 6%p 차로 앞서며 지지율을 역전에 성공합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일.

정 후보가 들어서자 지지자들의 연호 소리가 경선장을 가득 채웁니다.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으로 타격을 입긴 했지만, 당심은 흔들림이 없는 분위기입니다.

정 후보도 승리를 확신한 듯 표정이 밝습니다.

경선 결과를 기다리며, 태극기 위치를 직접 조정하는 여유까지 보였습니다.

[정몽준 : 저쪽 가운데다가. 저쪽 저 뒤에 거기다 놔. 더더더 가까이 더 가운데.]

[선거인단 여러분, 정몽준 후보가 자랑스런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마침내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되자 연단에 올라선 정 후보.

아들 문제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듯, 다시 한번 눈물의 사죄를 합니다.

[정몽준 :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같은 날 저녁, 정 후보는 뉴스9 출연을 위해 JTBC를 찾았습니다.

[(많이 우셨어요.) 집안 아이 일이 되니까 나도,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나 이런 생각이…]

손 앵커와 대담에서 가족 이야기가 또다시 나오자, 답답함을 내비칩니다.

[손석희 : 정후보님의 개인적으로는 가족분들 발언 때문에 좀 곤욕을 치르기도 하셨습니다. 거듭 사과도 하시고 해명도 하셨는데, 그 질문은 제가 그래서 드리지 않겠습니다.]

[정몽준 : 그렇게 하시면 하신거나 다름없는데요. 하시죠. 뭐.]

[손석희 : 아닙니다. 안 드리겠습니다. 다른 질문 드릴텐데요.]

[정몽준 : 네, 고맙습니다.]

[손석희 : 부인께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을 당했습니다.]

[정몽준 : 허…]

정 후보는 대담이 힘들었던 듯, 한숨을 쉬며 JTBC를 나섰습니다.

[정몽준 : 여기 생각 없이 나왔다가 손해보고 가는 사람 많을거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서 첫 외부 일정으로 현충원을 찾은 정몽준 후보.

국기에 대한 경례를 꼼꼼하게 챙겨가며 연습하고,

[정몽준 : 보통 때는 서서 이렇게… 바뀌었어요? 설명을 한번 해주셔야겠네. 이게 가다가 (걸어가다가 손만 올려가지고) 언제부터?]

방명록 작성에도 문구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입니다.

[정몽준 : 다시, 다시 쓸래. 고맙습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정 후보의 각오가 엿보였습니다.

하지만 여론의 흐름은 달랐습니다.

정치적인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 커녕, 박원순 후보와 격차가 15%p 넘게 더 벌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세를 한껏 낮추고 언론 노출을 피했던 박원순 후보.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두고, 시장으로서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서울종합방재센터를 찾았습니다.

[정몽준 : 사고라는 건 늘 예고 없이 오잖아요. 그러니까 이중삼중으로 늘 체크하고 준비하고 해야죠. 뭐 잔소리 특별히 한건 아니죠?]

시정을 놓는 순간까지 안전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같은 날, 정몽준 후보는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습니다.

가족들을 만나고 나온 정 후보의 표정은 밝지 못했습니다.

[정몽준 : 가족분들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화낼 힘도 없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저는 죄송하다 말씀드렸고 가족분들께서는 여러 가지 말씀해주셨습니다.]

정 후보가 떠난 후, 박원순 후보도 조용히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가족들을 위로하고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정 후보를 20%p까지 따돌렸습니다.

후보 등록을 마치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원순 후보.

뉴스9 출연을 위해 JTBC를 찾았습니다.

박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다소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박원순 : (오늘 바쁘셨죠?) 아뇨 뭐 평소에도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만져보세요. 제가 철로 돼있죠? 사람이 아니죠? (어제 또 홍길동처럼 진도에 다녀오셨어요.) 알려질까봐 굉장히 007작전했죠.]

출연을 앞두고 분장사가 머리를 손질하는 데 애를 먹자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박원순 : 가발 쓴거 같아요. (이덕화씨?) 응, 이덕화. 그래도 자꾸 보다보면 뭐.]

보좌진들 분위기도 활기가 넘쳤습니다.

출연 내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박 후보를 응원했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후보 등록 첫날 모교인 중앙고등학교를 찾았습니다.

후배들을 만나 장난을 치며 오랜만에 한껏 즐거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정몽준 : 이야, 잘생겼다. 안경 나 한번 써볼게. 어때?]

모교 방문의 소회를 밝히던 정 후보는 기자들에게 역사교과서 이야기를 꺼냅니다.

[정몽준 : 박원순 시장이 시작한 역사 관련 연구소가 우리나라 좌편향 교과서의 아주 본류라고 생각해요.]

후보 등록 후 첫 일정에서 박원순 후보를 향해 색깔론을 제기한 겁니다.

남은 선거기간 동안 정몽준 후보가 펼칠 네거티브 선거전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첫 차에 몸을 실은 박원순 후보.

버스를 내려 도착한 곳은 노량진수산시장입니다.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물가를 점검했습니다.

[박원순 : 요새 많이 싸졌어요? (반값으로 싸졌어요.) 왜 그래요? 많이 잡히나요?]

식당에 들러 민심도 청취했습니다.

[박원순 :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반을 이루는 분들이잖아요. 이분들의 삶을 우리가 이해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열심히 일하는 서민 시장이라는 점도 에둘러 강조합니다.

[박원순 : 나는 집에서 안쫓겨나는게 정말 대단한 일이지. 왜냐면 집에 잘 안들어 가니까.]

정몽준 후보는 신길동 고시학원을 찾았습니다.

[정몽준 : 8월달에 시험보시죠? (네) 그래서 어디자신있어요? 자신있죠? 열심히 공부하셔서 전부다 합격하시길 바라구요. 저도 6월4일에 시험을 봐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시험 공부하고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정몽준 후보.

취재진을 대동하고 나타난 게 미안한 듯 연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입니다.

[정몽준 : 아이고 시끄럽게해서 미안해요.]

가득 푼 밥과 반찬을 남김없이 먹습니다.

작은 고시원 방도 꼼꼼히 둘러봅니다.

[정몽준 : 방 마다 샤워실이 있구나. MIT 경영대학원 다닐 때 다섯명이서 샤워시설 하나 가지고 같이 썼는데…]

[유경희/정몽준 캠프 대변인 : 본인 스스로가 재벌이라는 생각은 별로 안하세요. 남들이 그렇게 보는 선입견에 대한 고통이 좀 있으시고 음식 남는것도 못견뎌하고…]

후보 등록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

반갑게 웃으며 뼈 있는 인사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박원순 : 얼굴이 좋으시네요.]

[정몽준 : 얼굴이 좋은거고 뭐고 기분 나쁘게 해드려서]

[박원순 : 아니, 아니.]

참가자 소개에서도 긴장감은 계속됩니다.

[사회자 : 박원순 시장 후보님을 소개하여 드리겠습니다. 우리 박원순 시장님께서는요, 지난 선거때는 백두대간을 종주하시다가 급히 내려오셔 서울시장에 당선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엄청난 평발이시랍니다. 백두대간 종주일기로 책까지 내셨다는 진짜 산악인. 무모하지만 서울시민에 대한 사랑만큼은 넘쳐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님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사회자 : 7선을 역임하신 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이신 정몽준 후보님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회자가 박 후보는 길게 소개하고 정 후보는 상대적으로 짧게 소개하자, 정 후보가 직접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선거 전 이후 첫 TV토론이 있는 날.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의 격차가 한자릿수대로 줄어들었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려는 듯, 무차별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정몽준 : 박 후보는 돌고래를 바다에 방생하는 데 7억6000만원을 썼습니다. 북한 동포 인권이 돌고래보다 못하냐.]

박원순 후보가 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반격했지만,

[박원순 : 국가안보와 북한인권 중요합니다. 추호의 의문에 여지가 없습니다. 이런 말씀은 철 지난 색깔론입니다.]

정 후보는 집요하게 이념 문제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정몽준 : 박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와 평택 기지가 미국의 전쟁 침략 기지라는 문서에 서명하셨고,박 후보 말씀대로라면 이석기는 죄가 없다는 주장까지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원순 : 왜곡하거나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보고요. 서울시민들이 지금 이런 철 지난 색깔론에 설득 당하겠습니까.]

참다못한 박원순 후보가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라고 요구하자, 정 후보는 박 후보가 네거티브의 원조가 맞받아쳤습니다.

[정몽준 : 박 후보는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과 네거티브의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박원순 : (나경원 전 의원 피부과 논란은) 저희 캠프에서 주장한 것이 아니고 시사주간지에서 다뤄 거기서 문제제기한 것입니다.]

첫 TV토론은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진 채, 끝을 맺었습니다.

TV토론에서 박원순 후보를 강하게 몰아부친 정몽준 후보.

숙명여대에서 대학교 학보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정몽준 : 반값 등록금이라고 하니까 최고의 지성한테는 참 어울리지 않는 표현인거 같습니다. 다른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데. 대학졸업생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심이 많이 훼손되지 않을까…]

정 후보의 이 발언은 거센 후폭풍을 맞았습니다.

[박광온/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서 시급 6천원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가슴에 일부러 상처를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코 이렇게 말해서는 안됩니다.]

이튿날 정 후보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가,

[정몽준 : (졸업생들의 명예를 훼손시킨다?) 말하지 않은 것에 이렇게 와서 하는 거 적절하지 않아. 무슨 보도가 나갔는데? 존경심 이런 단어 없었어.]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정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와 반값등록금 발언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기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9%p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관에서 조사한 보름 전 결과보다 무려 11%p나 더 벌어졌습니다.

공식 선거운동 첫 날, 박원순 후보는 0시를 기해 상왕십리역에서 선거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대화를 유도합니다.

[박원순 : 안녕하세요. 이렇게 밤늦게. 다들 젊은 분들이네? 어디까지 가요?]

1시간 뒤 정몽준 후보도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박 후보와 달리 뭔가 수줍은 모습입니다.

[정몽준 : 아이고 미안합니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요. 늦으셨네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아이고 미안해요 빨리 갈게요.]

아침이 밝자마자,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서로의 취약지인 강북과 강남으로 향했습니다.

특히 정 후보는 박 후보의 캠프가 차려진 광장시장을 유세 일정에 포함시켰습니다.

[박원순 : (지금 정몽준 후보가 박원순 후보님 베이스 캠프인 광장시장에 있다는데 걱정되진 않으십니까?) 그런 거까지 걱정하면 제가 안그래도 걱정할게 많은데…]

그 시각, 광장시장.

정몽준 후보가 곳곳을 누비고 다닙니다.

특히 중년층 여성들 사이에서 정 후보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정몽준! 정몽준! 힘내세요 힘! 이거 싸드릴게]

다짜고짜 안기거나 사인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광장시장에 이어 젊은의 거리 신촌으로 향한 정 후보.

연단에 올라 갑자기 박원순 후보 포스터 이야기를 꺼냅니다.

[정몽준 : 관상을 봐야 심성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천만 서울시민에게 자기 앞 얼굴도 못 보여주는 이런 분이 서울시장해서 되겠습니까?]

얼굴을 시민들에게 숨겼다고 비판을 받은 박원순 후보.

강남역 앞에서 밝은 얼굴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시민들은 바쁜 출근길 속에 잠시 시간을 내 이야기를 나누고,

[박원순 : (아침부터 고생 많으세요) 아, 글쎄 말이예요. 그래도 시민들 만나고 이런 즐거움이 있잖아요.]

사진도 찍어갑니다.

그리고 선거운동이 시작된 바로 이날, 감사원은 '학교 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내놓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내 867개 학교에 공급된 농산물 가운데 허용치 이상의 농약 잔류 농산물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선거 마지막까지 치열한 진실공방이 벌어진 이른바 '농약급식' 의혹의 씨앗이 뿌려진 겁니다.

유독 재래시장을 찾는 일정이 많은 정몽준 후보.

이날은 작심한 듯 제대로 시장 체험에 나섰습니다.

처음 시도한 건 시장 물건 사기.

[정몽준 : 요거 아 바르는 거구나. 요거는 뭐예요? (똑같애) 똑같애? 그럼 이거 하나 얼마예요? (만3천원) 만3천원? 하나주세요. 내가 무좀이 많아서. 2개하면 2만 6천원?]

제조사도 꼼꼼히 따지고,

[정몽준 : 이거 누가 만든거야? 아니, 누가 만들었냐구? 2만 6천원? 거슬러줘요 3만원.]

거스름돈도 확실하게 챙깁니다.

[정몽준 : 잔돈이 없네. 하나, 둘, 셋, 넷 하나 더 건강하시고 많이 파세요.]

명동에선 길거리 음식에도 도전했습니다.

꼬치 하나를 집어든 정몽준 후보.

끝에 살짝 소스를 뿌린 후 한입 배어뭅니다.

[정몽준 : (원래 이런 음식 많이 드시나요?) 네 저는 맛있는 것만 잘 먹습니다. 너무 맛있어요.]

길거리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외국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정몽준 : I'm running for mayor's office. (Seoul?). Seoul. Thank you very much.]

아기를 보고서도 반갑게 인사합니다.

[정몽준 : 떼굴떼굴떼굴떼굴 여기여기 여기봐 여기 안녕하세요~]

오늘 명동 유세에는 부인 김영명 여사도 함께했습니다.

정 후보보다 먼저 유세장에 도착한 김 여사는 남편의 건강을 걱정했습니다.

[아주, 목이 쉬셨어요. 감기 기운도 목감기가 와서. 그냥 눈 뜨자마자 나가셔가지고 오시니깐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기본 본인 체력으로 버티고 있으신 거죠.]

[정몽준 : 아이고 오랜만, 왼쪽 눈에 뭐가 생겼어.]

[약을 발랐어요?]

[정몽준 : 아니 아니 괜찮아]

[아니, 뭐 닦아야 되겠는데.]

[정몽준 : 목이 나으니깐, 눈이 그렇네.]

힘든 유세 일정으로 고생하는 남편을 살뜰이 챙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제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던 정몽준 후보.

갑자기 박원순 후보 부인의 행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캠프 논평을 냈습니다.

[전지명/정몽준 캠프 대변인 :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시민들은) 매우 궁금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후보의 부인, 강난희 여사의 잠적설을 제기한 겁니다.

이튿날, 박원순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전에 가족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박원순 : 분명하게 경고합니다. 오늘 이후로 벌어지는 흑색선전에 대해 당사자와 유포자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아들 병역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박 후보로선 가족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원순 후보의 경고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오히려 강난희 여사의 잠적설을 직접 제기했습니다.

[정몽준 : 시장의 부인도 서울 시민들께서 (어떤 분인지) 궁금하게 생각하는데 부인께서 시민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바람직할 수 있겠다.]

2차 TV토론에선 이른바 '농약급식' 의혹까지 꺼내들었습니다.

[정몽준 : 우리의 자라나는 아이들이 비싼 돈 주고 농약을 먹은 셈이 되었는데, 박 후보는 여기에 대해서 사과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박원순 : 감사원이 지적한 것도 행정상의 주의·당부 사항일 뿐이었지 이런 (농약검출) 문제를 지적당하지는 않았다는 말씀을 저는 드립니다.]

이날 논쟁은 선거 마지막까지 지리하게 이어진 진실공방의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강난희 여사의 잠적설이 또다시 확대 재생산됐습니다.

이번엔 새누리당에서 총대를 맸습니다.

[최경환/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 당장 국민 앞에 자신의 생각과 배우자가 어떤 분인지 밝히는 게 유권자에 대한 도리]

네거티브 공방 속에 정책 이슈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11%p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

지지율 격차를 줄이지 못한 정 후보 측은 3차 TV토론에서도 파상공세를 펼쳤습니다.

특히 정 후보는 아이들이 먹는 급식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정몽준 : 우리 학생들에게 계속 농약급식을 하시겠다는 뜻인지. 발등에 떨어진 불 그것에 관해서는 별것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시면 어떻게 토론하겠습니까]

두 후보간에 상식적인 논쟁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축구장에 들어서는 정몽준 후보.

선거전이 시작된 이후 가장 행복한 표정입니다.

정몽준 후보의 축구 사랑은 익히 알려진대로 입니다.

모교에서도.

[정몽준/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5.15) : 중앙고등학교가 축구하고 야구가 전국대회 나가서 우승을 많이 했어요.]

복지시설에서도.

[정몽준/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5.3) : 커서 축구선수해라]

축구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냅니다.

[정몽준/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 우리나라보다 가난하고 축구 수준 떨어지는 아시아 국가들 많잖아요. 그런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축구열기는 5배 정도…]

월드컵을 앞두고도 시들한 축구 열기가 못내 아쉬운 듯 정몽준 후보는 서둘러 축구장을 떠납니다.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 박원순 후보는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정몽준 후보를 10%p 이상 여유롭게 따돌리며 선거 승리를 위한 7부 능선을 넘었습니다.박원순 후보의 측근들은 절로 힘이 납니다.

[황장하/박원순 캠프 관계자 : (힘들지 않으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건데요.]

잔뜩 고무된 박원순 후보는 일정마다 달라진 패션을 선보입니다.

[박원순 : (옷이랑 스타일이 바뀌셨는데 언제 또 갈아입으신거예요?) 오늘 또 제가 영화감독들 뵙고 할려면 이 정도는 하고 와야지.]

항상 한결 같아 보이는 박원순 후보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아이돌 가수처럼 여러벌의 옷을 항상 차에 싣고 다닙니다.

[신윤선/박원순 후보 코디네이터 : 공식적인 활동은 수트를 많이 입으시지만 지역활동을 많이 하시 잖아요. 그럴 땐 좀 편한 바지 드려야 돼서]

점심을 먹기 위해 용산 가족공원을 찾은 박원순 후보, 이번엔 편안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온 여성 지지자들 앞에서 네거티브 공방의 중심에 있었던 아내의 이야기를 합니다.

[박원순 : 이건 사실 제가 싼게 아니구요, 집사람이 아내가 아침에 매일 나올 때 마다 이렇게 싸줘요. 저희 집사람이 이런데 나와서 여러분한테 소리쳐서 지원 해달라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요? (아니요!)]

각종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 때문인지 박원순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진로를 걱정하는 대학생들을 만났을 때나

[박원순 : 나는 본래 뭐 잘못하면 딴따라 대학생이 되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감옥을 갔잖아. 감옥 속에서 세상의 중심이 된거지 본의 아니게.]

퇴직 이후를 고민하는 50대와 함께 할 때도

[박원순 : 저는 시장 그만두고도 할 일이 많아요. 왜냐면 제가 개척해 놓은 길들이 많으니까요.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요. 제가 그런 것 중에 하나로, 세상을 바꾼 천 개 직업, 그거 읽어 보셨나요?]

미래에 대한 조언에 거침이 없습니다.

박원순 후보의 자기 확신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의 시작일.

정몽준 후보와 새누리당은 막판 대역전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하루종일 '농약 급식' 공세에 모든 화력을 집중했습니다.

[정몽준 : 학생들이 6개월간 농약 급식에 방치된 일을 막고 최소화 하기 위해서 조치를 취했어야….]

[이완구/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자세에 대해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 정론관에선 새누리당 측 논평이 잇따랐습니다.

[김현숙/새누리당 원내대변인 : 위험한 급식을 먹여 놓고는 책임을 회피하며…]

[박대출/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 : 농약급식 게이트를 둘러싸고 아이들 먹거리 안전을…]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은 정의당이 핀잔을 줄 정도였습니다.

[김종민/정의당 선대위 대변인 : 정몽준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에 새누리당이 총동원령을 내렸나 봅니다. 국회 정론관이 불이 날 지경입니다.]

박원순 후보는 침소봉대라며 일축했습니다.

[박원순 : 침소봉대해서 마치 우리 아이들 급식에 농약성분이 대규모로 공급된 것처럼….]

부인 강난희 여사와 사전투표에 나서며 부인 잠적설도 정면돌파했습니다.

오후 3시,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한 정몽준 후보.

심각한 얼굴로 입을 땐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의 사상 문제를 다시 거론했습니다.

[정몽준 : 박 후보가 북한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을 못 들어 봤습니다.]

정 후보는 장소를 옮겨가며 색깔론은 이어갔습니다.

[정몽준 : 박원순 후보의 3년은 잃어버린 3년입니다. 너무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박원순 후보의 호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박원순 : 네거티브에 대한 답은 네거티브가 아닙니다. 그게 시민이 원하는 선거문화입니다.]

새누리당은 또다시 강난희 여사를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이수희/정몽준 후보 대변인 : 강씨가 유씨의 장남 유대균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열린 각종 모임에 핵심 멤버로 참석했다는 이야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박원순 후보 측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즉각 반발했습니다.

[진성준/박원순 후보 대변인 : 박원순 캠프는 정몽준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즉각 고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의 마지막 변수인 JTBC TV토론.

토론이 시작되자, 각자 준비해 온 자료를 제시하며 난타전을 벌였습니다.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건수를 놓고선 서로 다른 서울시 문건을 들고 나와 진위 논쟁이 붙기도 했습니다.

[정몽준 : 제 자료는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고요. 박 시장님 자료는 홈페이지에 있는지 제가 알 수가 없습니다.]

[박원순 : 근데 기간이 표시가 안되어있잖아요. 정 후보님이 내신 자료에는…]

결국 JTBC에서 검증에 나서는 선에서 마무리되기도 했습니다.

두 후보는 토론이 끝나자마자, 두시간도 채 남지 않은 선거 마지막날 첫 유세 일정을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선거 하루 전, 박원순 후보는 새벽 3시 15분 집을 나섭니다.

[박원순 : (잠을 좀 주무셨어요?) 네네.]

[박원순 : 한 시 정도에 자고 오늘 세시에 나왔으니까 한시간반. 거의 한시간 잤죠 잠잔 건. 그래도 쌩쌩하네요 이렇게.]

정몽준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 날 찾았던 동대문을 다시 찾았습니다.

[정몽준 : 몇 시에 나오셨어요? (밤 11시요.) 건강하시고요. (사진 한번만 찍어주세요.) 네, 찍죠! 누가 눌러주세요.]

[정몽준 : (오늘 마지막 날이잖아요. 선거 일정이 압축되어 있다고 할까, 너무 짧아요. 제가 서울시를 위해서 좋은 후보니깐 저를 꼭 찍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며 세월호 참사를 되새겼습니다.

[박원순 : 다시는 세월호 참사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고 기본과 원칙, 상식이 회복되고 그리고 합리와 균형 위에 우리 사회가 다시 질서잡기를 간절히 바라고 호소합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선거 마지막까지 네거티브 공세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정몽준 : 학생들이 농약 있는 농산물을 먹었느냐 했는데 대답을 못하구요. 당신 이런 사실 언제 알았느냐고 했더니 직무정지 됐기 때문에 잘 모른다 이러더라고요. 이게 말이 됩니까 여러분들.]

마지막 유세날, 정몽준 후보는 18개 일정, 모두 122.4km를 누볐습니다.

박원순 후보도 15개 일정 125.8km를 돌았습니다.

두 후보가 13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동한 거리는 각각 737km와 652km.

각 구별로 살펴보면, 정몽준 후보는 중구와 종로, 마포구를 자주 찾았고, 박원순 후보 역시 종로와 중구, 동작구 순으로 방문 횟수가 많았습니다.

두 후보 모두 선거의 중심지인 종로와 중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선거의 마지막도 나란히 종로에서 맞았습니다.

[정몽준 : (힘들지 않으세요? 오늘 새벽부터?) 아이고, 어저께 토론 끝나고 집에 가서 잠을 한 두 시간밖에 못자서 피곤은 했는데요. 그래도 뭐 마지막 날이고 많은 분들이 나와 주시니깐, 좋았습니다.]

[박원순 : 오늘 제가 오전 세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시민들 뵈었습니다. 그런데 뭐 너무 즐겁고 행복하면서도 제가 굉장히 많은 부채감 부담감을 갖게 된 거지요. 어쨌든 내일 좋은 결과가 나와야죠.]

두 사람은 자정이 다 되도록 시민들에게 한표를 호소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박 후보는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벌였지만, 결국 패배의 쓴잔을 마셨습니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동작구에서 고배를 마셨고, 강남 4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당선을 확정짓기 위해 선거 캠프를 찾은 박원순 후보.

부인 강난희 여사와 함께 나란히 단상에 올랐습니다.

박 후보는 가장 힘들었던 일로 가족을 향한 네거티브를 꼽았습니다.

[박원순 : 저를 향해 네거티브를 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가족에 대해서까지 하는 것은 정말 용서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를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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