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니까'..데이트 폭력에 갇히는 여성들

입력 2014. 6. 8. 12:02 수정 2014. 6. 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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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성폭력상담소장 논문.."개인책임 몰아가 고립 심화"

이화영 성폭력상담소장 논문…"개인책임 몰아가 고립 심화"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이른바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하루라도 빨리 어긋난 관계를 단절하려고 노력하지만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이는 피해 여성들이 위축돼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도 '개인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외면받으면서 심리적으로 더욱 고립됐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2012년 7월부터 작년 11월까지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석사 논문으로 정리했다.

논문에 따르면 20∼40대인 이들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3년간 교제한 남성으로부터 폭행, 폭언과 협박, 납치 및 감금, 강간, 스토킹 등을 겪었다.

이들은 폭력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관계를 빨리 끊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죄책감으로 내면화한 공통점을 보였다.

한 여성은 "제가 대응을 잘 못해서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제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여성도 "남자 친구 자체도 나쁘고 저도 잘못한 것 같다. 대처를 바로 못해 (폭력이) 계속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피해 여성들의 죄책감은 주변에 도움을 청해도 '사적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보호받지 못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더욱 강해지는 현상을 보였다.

한 여성은 "어느 날 싸움이 커져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조사만 받고 그냥 풀려났다"며 "경찰에 '나중에 화가 나서 나를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찾아오면 또 신고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20분간 몸싸움을 했는데도 이를 본 누구도 신고해주지 않았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또한 피해 여성들은 주변인들이 자신에게 실망할 것을 우려해 폭력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잘 알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부모님이 싫어하니까 덩달아 부모님과 멀어지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행복하지 않을까 봐 고민을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등 속내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과의 '거리 두기' 현상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가해 남성과의 '심리적 결합'이라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이 소장은 분석했다.

이 소장은 8일 "폭력적인 연인에 대처하지 못한 책임이 피해 당사자에게 돌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는 데이트 폭력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폭력 관계는 개인이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데이트 폭력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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