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밥상은 영리 회사입니다. ‘나눔’은 우리의 마케팅 전략이죠.”

‘식품 하나를 주문하면 하나는 기부하겠다’며 지난달 26일 온라인 식품 쇼핑몰 ‘희망밥상’을 연 이승환(40·개그맨) 주식회사 벌집 대표이사에게 ‘이번 사업은 나눔이 콘셉트냐’고 묻자 그는 단박에 고개를 저었다. 지난달 29일 강서구 등촌동 주식회사 벌집에서 만난 이 대표는 “‘나눔’이 각종 광고비를 들이는 것보다 보람있고 유효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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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상승률의 몇%는 나눔에서 나왔다’는 식의 정량적 분석은 할 수 없지만, 그가 나눔 마케팅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희망밥상’은 정식으로 문을 연 지 사흘째인 28일에 하루 4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포털에 검색 광고도 안한 인터넷 쇼핑몰에 많은 사람들이 들른 데는 블로거 후기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주 베타 테스트 때 상품을 구매한 분들이 인터넷상에 많은 후기를 남겼다. 맛이 좋아서도 그렇겠지만 ‘뜻이 좋아서’ 남긴 분들도 많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약 10년간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경영하면서, 매장 문을 열 때마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행사를 해 왔다. 이후 매장에 방문하면 고객 중 1~2명은 꼭 그 행사 이야기를 꺼낸다. 나눔 때문에 찾아온 고객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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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벌집’도 불황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연매출 200억원을 올리던 이 업체는 지난해 매출액이 15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은 큰 수익이 나지 않는 나눔 마케팅을 통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회사 내부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희망밥상을 당장의 ‘매출 반전 카드’로 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다. ‘나눔’ 내세우는 회사가 제품에 장난칠 리 없다고 고객들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희망밥상’으로 구매·기부·봉사를 합친 새로운 형태의 유통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그는 희망밥상 기부물품을 ‘함께 배송할 고객’을 모집 중이다. 소비자가 기부뿐 아니라 직접 봉사까지 나서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식품 하나 주문하면 하나는 기부” 온라인 쇼핑몰 열자 ‘입소문’ 사흘만에 하루 400만원 매출“맛이 좋아서, 뜻이 좋아서 블로거 후기 보고 많이 들러 장기적으로 신뢰가 가장 중요”

이 대표는 “봉사에는 중독성이 있다. 한 번 기쁨을 맛본 고객들이 ‘봉사를 하고 싶어서’ 물건을 구매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가능한 이야기일까? 그는 “2005년 결혼 때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화환대신 쌀을 받아 기부했다. 당시는 ‘쌀화환’이라는 것이 없어서 결혼준비 대행사에서 일일이 화환값을 받아 쌀을 샀지만, 지금은 쌀화환이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첫 시도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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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집을 통해 삼겹살·친환경 야채 등 식재료와 돈가스·바베큐 립 등 조리식품을 판매하는 ‘희망밥상’은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바베큐 립·목살구이 제품 1개를 구매하면 구매자 이름으로 한끼 식사가 대한적십자사 희망풍차에스아르(SR)를 통해 어려운 가정에 기부된다’는 식의 1+1 마케팅을 진행한다. 이후에도 야채 등 다른 제품으로 동일 마케팅을 펼치고 매출의 1~2% 기부 활동도 할 계획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