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저 상품화..'무한도전 선택2014'의 성공

입력 2014. 6. 1. 10:28 수정 2014. 6.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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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만명 투표참여, 유재석 19만표로 1위.."초심 잃지 않겠다"

45만명 투표참여, 유재석 19만표로 1위…"초심 잃지 않겠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한편의 TV 예능프로그램이 보여준 '위기관리법'이 지난 5월 한 달 큰 화제를 모으며 우리 사회를 흥미롭게 풍자했다.

MBC TV '무한도전'이 차세대 리더를 뽑는다며 지난 4주간 진행한 '무한도전 선택2014'.

'무한도전 선택2014'는 각종 참사가 잇달아 터지면서 우리사회의 위기관리 시스템 붕괴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더욱 표면화되고 있는 요즘 상황과 절묘하게 대비가 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9년 토요예능프로그램의 대명사로 군림하며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언젠가부터 SBS '스타킹', KBS2 '불후의 명곡' 등과의 경쟁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준 '무한도전'은 자신들의 위기를 점검하면서 그것을 곧 '상품화'하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했다.

지난 31일 유재석의 당선으로 마무리된 '무한도전 선택2014'의 시청률은 12.6%.(이하 닐슨코리아) 같은 시간 방송된 '스타킹'은 9.9%, '불후의 명곡'은 7.3%였다.

'무한도전'은 자신의 위기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희화화'하는 동시에, 6·4지방선거를 앞둔 기막힌 시의성을 한껏 활용하는 '병법'을 구사해 시청률도 잡고 프로그램에 대한 '재신임'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 시청자 45만 투표참여…유재석 19만표 얻어 1위

'무한도전 선택2014'는 지난달 17~18일과 22일 온·오프라인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오프라인 투표는 실제 선거와 똑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표시간과 방식은 물론, 출구조사와 사전투표제도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실제 6·4지방선거 투표를 유도하는 '작용'도 했다.

투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6·4지방선거에서 누가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는지, 누가 시·도의원 선거에 출마했는지는 '깜깜'해도 '무한도전 선택2014'의 판세가 어찌 돌아가는지는 꿰뚫고 있는 시청자가 많았다.

유재석, 노홍철, 정형돈, 박명수, 하하, 정준하 등 출연진도 선거 과정에서 합종연횡, 단일화, 인신공격 등 실제 선거판에서 횡행하는 일들을 고스란히 풍자하면서 시청자에게 한표를 부탁했다.

후보자 토론회까지 진행한 끝에 치러진 선거에는 총 45만8천398명의 시청자가 참여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오프라인 투표소를 찾은 샐러리맨부터 지방에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주부 등 사연도 많았다. 오프라인보다 4배가량 많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 열기 역시 뜨거워 '무한도전 선택2014'에 투표하기 위해 MBC홈페이지에 신규회원으로 등록하는 네티즌이 급증했다.

웃자고 시작한 일이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진지'해지는 모양새마저 띠었고, '시청자의 하인이 되겠다' '시청자를 부모로 모시겠다' 등 후보자들의 공약은 정치인들의 그것과 비교되면서 날카로운 정치풍자쇼의 즐거움도 줬다.

개표결과 유재석이 오프라인 4만644표, 온라인 15만6천551표를 얻어 총 19만7천195표를 기록, 42.8%의 지지율로 '무한도전 선택2014'의 주인공이 됐다.

노홍철이 총 15만1천885표, 34.52%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고, 정형돈은 그보다 한참 뒤진 꼴찌였다.

이같은 결과는 제작진이 오프라인 투표소에서 1만4천371명을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 결과와 비슷해 출구조사의 정확성(?)도 보여줬다.

◇ 유재석·무한도전 모두 '재신임' 성공…발빠르고 적극적인 위기대응

이번 선거로 '무한도전'과 프로그램의 리더인 유재석 모두 재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다.

특급 MC 유재석이 1위를 할 것임은 대부분 예상했지만 선거가 진행되면서 노홍철, 정형돈에 대한 인기도 치솟아 '혹시 유재석이 1위를 하지 못할 수도 있을까?'라는 물음에 관심이 쏠렸던 것도 사실이다.

'무한도전 선택2014'는 '무한도전'이 자신의 경쟁력 하락을 '닥치고' 인정하고 시청자와 머리를 맞대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위기관리법이다. 유재석이 이 프로그램의 리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위기가 닥친 이상 리더부터 '물음표'로 놓고 재신임을 구하겠다는 전략은 그간 '무한도전'의 열혈 시청층에 속하지 않았던 주변 시청자의 관심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1일 "'무한도전 선택2014'는 그야말로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작진이 참 영리한 기획을 했고 다시한번 '무한도전'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유재석은 선거 과정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준비하고 앞으로 10년, 20년 시청자들의 변함없는 하인으로 웃겨드리겠다"고 공약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콘셉트로 출발해 색다른 즐거움을 줬던 '무한도전'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무한도전'은 31일 방송에서 또다른 위기관리법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방송한 노홍철 장가가기 프로젝트 '홍철아 장가가자'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닥치고' 사과한 것이다.

유재석은 "예능의 기본은 시청자께 재미와 웃음을 드리는 것인데 노홍철 소개팅 특집이 시청자께 불편함을 드릴 수 있는 내용이었음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의 예능프로그램이 보여준 발빠르고 적극적인 위기관리법. 그 뒷맛이 개운하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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