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D-4] '세월號'로 차분했던 선거, 막판 과열 양상.. 곳곳에서 비방戰

정우상 기자 입력 2014. 5. 31. 02:58 수정 2014. 5. 3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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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조용했던 지방선거가 투표일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차분한 정책 선거를 하겠다"고 했던 여야(與野)는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흡수를 위해 경쟁적으로 비난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야권에서는 통합진보당 후보의 추가 사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가 전통적 텃밭에서 모두 고전하는 것도 6·4 지방선거의 특징으로 떠올랐다.

◇與野 비방전 기승

지금까지 네거티브 선거 운동은 서울 등 전략 지역에서 약세를 보여왔던 새누리당이 주도해왔지만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네거티브전에 가담하면서 상호 비방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서울에서 새정치연합은 "당장 내일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이슈를 만들지 않고 지키는 선거전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농약 급식' 문제를 제기하자 맞대응으로 전략을 급히 수정했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원내 대변인은 30일 "정몽준 후보가 '내가 시장이 되면 관련 규정을 통해 사회복지공제회에 개인적으로 기부를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선거법이 금지한 기부 약속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 측은 "뜬금없는 트집 잡기"라고 했다.

경기도에서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제주도 서귀포에 보유한 과수원 3개 필지에 대해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고, 남 후보는 "1필지는 문제가 있어 기부 채납할 계획을 이미 밝혔고 2필지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했다.

인천에서는 새누리당 유정복,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가 서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했다. 강원도에서는 새누리당 최흥집, 새정치연합 최문순 후보가 상대방의 논문에 대한 표절 공방을 벌였다.부산의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각각 측근의 원전 비리 연루설과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텃밭도 흔들리는 선거

새누리당은 최근 TK(대구·경북)만큼 보수 성향이 강했던 지역에서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강화도와 백령도 등 북한과 인접한 '서부도서권역'에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와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가 1~2%포인트 안팎으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강화군과 백령도가 포함된 옹진군에서 70% 안팎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경기 북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2~23일 실시된 JTBC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는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에게 경의권(고양, 김포, 파주)과 경원권(동두천, 양주, 연천, 의정부, 포천)에서 각각 5.5%포인트, 1.7%포인트 뒤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최소 10%포인트 이상 이겨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선 일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강남에서도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에게 밀리는가 하면,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에서는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와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새정치연합도 텃밭인 광주에서 무소속 강운태 후보가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와 접전을 벌이자 연일 지도부가 광주에 내려가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다른 지역 선거운동할 시간도 빠듯한데…. 어쩌다가 광주에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역대 최악 깜깜이 선거 되나

이번 선거는 출마한 후보도, 그들이 제시한 공약도 제대로 모르는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선거에서 멀어졌고, 여야 지도부도 공천을 늦게 하면서 공약과 후보자 검증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지가 지난 20~2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광역단체장 후보를 "알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55%에 불과했고, 시·도지사 공약에 대해서도 17.8%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과거엔 광역단체장 후보는 유권자들의 70% 이상, 공약 인지도도 40% 안팎은 됐는데, 이번엔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기초단체장 후보를 알고 있다는 유권자는 35.4%에 불과했다. 지난 24~25일 실시된 부산MBC 여론조사에선 부산시 교육감 선거 후보 7명의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름·무응답'이 절반이 넘는 53.5%에 달했다.

◇통진당 '줄사퇴'하나

통합진보당은 당초 "전국적으로 1000명의 후보를 출마시켜 진짜 선명 야당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새정치연합이 통진당과 선거 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한 이상, 자신들도 야권 연대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통진당 이영순 울산시장 후보에 이어 지난 29일 고창권 부산시장 후보가 사퇴를 통한 야권 단일화에 나서면서 추가적인 후보 사퇴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진당은 서울 정태흥, 경기 백현종, 인천 신창현 후보 등 17개 광역단체 중 15곳에 후보를 출마시켰다.

야당 관계자는 "수도권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통진당 후보의 거취 문제가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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