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처형' 파키스탄 임신부의 남편, 알고보니 전처 살해
지난 27일 파키스탄 대도시 라호르 도심에서 파르자나 파르빈이라는 25세 여성이 가족에게 '투석 처형'을 당했다. 가족 허락 없이 결혼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피살된 '명예살인'이었다. 파르빈은 임신 3개월째였다. 남편은 살해된 부인의 가족들을 맹비난했으며, 이 사건 뒤 파키스탄 내에서는 여성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사건은 또 다른 반전을 만났다.
파키스탄 언론들은 살해된 파르빈의 남편인 무함마드 이크발(45)이 파르빈을 잃기 전 첫 부인을 살해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29일 보도했다. 전처를 살해한 남성이 가벼운 처벌만 받은 뒤 다시 결혼생활을 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크발이 살고 있는 펀자브주 경찰에 따르면 이크발은 6년 전 첫 부인을 살해했다. 이크발과 첫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도 범행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크발은 1년을 갇혀 있다가 피살된 첫 부인의 가족에게 위자료를 주고 풀려났다. 이크발은 CNN 인터뷰에서 "파르빈과 다시 결혼하고 싶어서 전처를 살해했다"고 스스로 말했다.
이 막장드라마 같은 사건은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인을 살해한 남편이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다는 것, 새 부인이 명예살인을 당했다는 것 말고도 이 사건 안에는 '신부값'과 같은 고질적인 병폐가 녹아 있다. 이크발은 파르빈과 재혼하기 전 파르빈 가족들의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 부인의 가족들에게 몸값으로 8만루피(약 83만원)와 금붙이를 주기로 '협상'을 끝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파르빈의 아버지와 오빠들이 말을 바꿔 10만루피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파르빈을 살해한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29일 "파르빈 살해는 용납할 수 없는 잔혹한 살인"이라는 성명을 내고, 펀자브주 총리에게 진상보고를 지시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이런 일을 '명예살인'이라 불러선 안된다"고 비난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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