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대 강연.. "참여정부서 만든 위기관리 매뉴얼 정권 바뀌며 무용지물"

강지혜 2014. 5. 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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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참여정부 때 만든 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이 정권이 바뀌면서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미 만든 매뉴얼은 폐기에 가깝게 방치해 사고 대처에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류희인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겸 위기관리센터장은 28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법대 서암홀에서 열린 '한국의 위기관리·재난대응 시스템의 현실과 문제점' 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류 전 사무차장의 강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승만 정부 수립 이후 60년이 넘도록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 청와대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안보, 재난 등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참여정부 때 비로소 매뉴얼을 마련했다.

국가 위기로 판단하는 안보 개념도 기존 통일·외교·군사 분야에서 점차 확장됐다. 현재 통용되는 '포괄적 안보'는 자연 재해와 인재로 일어난 재난과 국가 핵심 기반 마비를 모두 포함한다.

2003년 3월 공식 출범한 참여정부는 인수위 시절 2가지 사건을 겪고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했다. 2003년 1월25일 발생한 사이버테러와 2월18일에는 벌어진 대구 지하철 참사다. 이 사건은 국가위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전 사회적으로 번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정부는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과 같은 수준으로 NSC사무처를 확대·보완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12명에 불과했던 소규모 조직은 ▲전략기획실 ▲정책조정실 ▲정보관리실 ▲위기관리센터 기능을 갖춘 조직으로 변모했다.

이른바 '청와대 지하벙커'라고 불리는 위기관리센터 상황실도 이 때 마련됐다. 2003년 6월25일 개소식을 한 위기관리센터에서는 한반도 영공과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 원전, 서울 시내 주요 도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당시 청와대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이라는 국가 위기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본 지침에는 ▲전통적 안보(북한 위협, 주변국과의 충돌·테러 등) ▲재난(자연 재난, 인적 재난 등) ▲국가핵심기반(국민 안전와 국가 경제, 정부 핵심 기능에 중대한 영향 미치는 인적·물적 체계) 등 국가 위기 영역부터 규정했다. 대통령 유고 등 권한 공백시에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는 상세한 내용도 매뉴얼화 했다.

이 외에도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인 위기 경보 제도와 여행유의, 여행자제, 여행제한, 여행금지 등 여행경보제도도 이 때 마련했다. 대형 재난시 각 부처의 역할을 분담하는 위기관리 표준매뉴얼도 함께 만들었다.

류 전 사무차장은 "이 지침을 만들기 전에는 국가 위기라는 개념 자체가 정부 업무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비상조치권과 일부 법령 등을 제외하면 정부가 업무상으로 국가 위기를 다루는 지침은 아예 없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갈 때 발생했다. 표준·현장·실무 조치 등 꼼꼼하게 마련한 국가 위기 매뉴얼이 제대로 인계되지 않았던 것이다.

2008년 1월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위기관리센터인 NSC사무처 폐지를 발표하고 국가위기관리 전담 최고 조직(컨트롤타워)를 폐지했다. 위기관리 분야를 정부 업무 기관 평가 항목에서 제외했다.

국가가 직접 통솔하는 위기 관리 부문도 안보 분야로 국한하고 비안보분야는 각 주관 부처에 분산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과 일본 원전 사고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결국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복원했다. 이후에는 국가위기관리실로 확대했다.

안전을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체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청와대 직속 국가안보실 등은 통일·군사·외교 분야만 맡았다. 재난분야 컨트롤타워는 안전행정부에 맡겼다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이 터졌다.류 전 사무차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매뉴얼 절반 이상을 부처에 넘겼다"며 "세월호 사건 후 알아보니까 상당 부분 없어진 것이 발견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한 지시를 하는 '머리'격인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청와대여야 한다"며 "군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지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군 통수권자이고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또 "머리와 몸통, 수족 기능을 한 기관에서 다 할 수는 없다"며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는 향후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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