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민심르포-경기]"정부가 잘못했지만..바뀐들 달라지나요?"

정다슬 입력 2014. 5. 23. 06:02 수정 2014. 5. 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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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안산 = 이데일리 정다슬 이도형 기자] "한 달이라는 시간은 아픔을 잊기에는 너무 짧지 않나요?"

21일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있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내에 설치된 유가족의 천막.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자리잡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이곳에서 한 달여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오 모씨(42·여)는 "많이 정리되기는 했지만 아직 선거라던가 그런 걸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직 시신을 못 찾은 유가족들이 팽목항에 남아있지 않은가. 같은 지옥이라도 아픔을 함께할 사람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른 법인데…" 자식을 가진 어머니로서 오씨에게는 유가족들의 아픔이 남일같지 않다.

지난 21일 이데일리 기자들이 돌아본 경기도는 아직 슬픔에 잠겨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투표나 지지를 호소하는 현수막보다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의 현수막이 더욱 눈에 띄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떨어진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름은 들어봤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기초단체장 선거부터는 누가 나오는지조차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한 광역의회 의원을 돕고 있는 사무장은 "세월호 이전만 하더라도 명함을 10장 돌리면, 7명은 그래도 편하게 명함을 받아갔는데 지난주 일요일(18일) 다른 후보가 명함을 돌려봤더니 10명 중 5명만 받아갈 정도로 선거 관심도가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분노한 민심,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선거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시민들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말문이 열었다. 안산 한대앞역 근처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박성호(42) 씨는 "선령 제한을 풀고, 컨트롤타워를 없애면서 사고가 터진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민재(42)씨도 "정부가 초동대처를 못했던 건 맞고, 박근혜 대통령도 최고책임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책임론과 별개로 시민들은 야권이 대안세력이라는 것에도 확신을 가지지 못한 모습이었다. '심판을 해봤자 무엇이 바뀌겠나'는 허탈감이 쉽사리 야권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게 하는 셈이다.

이번 사고로 고등학교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한양대 학생 권예지(21) 씨는 "정부심판론에 대해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야당 후보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했다. 그는 "야당이 좀 더 대안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이상 답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주부 이창순(54)씨는 "누굴 뽑아도 변하는 게 있겠느냐"며 "세월호 사고 때문에 오히려 투표하기가 싫다"고 잘라 말했다.

여권에 대한 경고음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수원에서 간호사를 하는 조경화(28)씨는 "후보들은 잘 모르지만, 박근혜정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해야 뭔가 바뀌지 않겠냐"며 "예전에는 야당정부가 들어서든, 여당정부가 들어서든 여야인사들이 중용됐는데 이번 정부는 특히 여당인사만 몰려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정부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 안산시협의회 소속 조모(50)씨는 "누가 해도 똑같았을 텐데, 오히려 이럴 때는 심판론을 내세우기 보다는 정부가 잘 수습을 할 수 있도록 화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현모(60)씨가 "(심판론은) 정쟁이지, 정쟁"이라며 조 씨를 거들었다.

안산 내 공원에서 만난 80대 할머니는 "박 대통령이 도의적인 책임이야 있겠지"라면서도 "요즘 박 대통령이 너무 불쌍하더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니 힘을 실어줘야지"라고 말했다.

◇초접전 승부…'깜깜이 선거' 속 중도층 표심잡기가 관건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10~15%포인트 정도 앞서던 경기도지사 선거판세는 최근 지지율차이가 좁혀지면서 박빙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가를 변수는 '어느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냐'는 인물론이지만, 역대 선거에 비해 '깜깜이 상태'로 선거가 치러지고 있어 아직 시민들은 두 후보의 공약 등 판단기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산 로데오거리에서 만난 이모(42)씨는 남경필·김진표 후보에 대해 "이름만 들어본 수준"이라며 "둘이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양대 학생 이도연(25)씨도 "두 후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정책공약집을 보고 나에게 더 혜택을 많이 주는 공약을 건 후보 쪽으로 찍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 후보진영은 외연 확장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김 후보 캠프사무소에서 만난 관계자는 "경기도는 이기던 지던 5%포인트 차이"라며 중도층 공략이 승부를 좌우할 것임을 강조했다. 남 후보측 관계자 역시 "후보의 '진정성'과 '혁신' 이미지를 통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남 후보의 의원시절 지역구는 수원 팔달구, 김 후보의 의원시절 지역구는 수원 영통구로 정치적 기반도 겹친다. 수원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김창배(62)씨는 "남경필이랑 김진표랑 같은 학교에 같은 교회 아니냐. 그러다보니 (선택하는데) 더 문제"라고 말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가 22일 오후 경기 수원 지동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공)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가 22일 수원에 있는 자신의 선거대책 사무실에서 열린 '안녕한 나라 만들기 국민안전 지키기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공)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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