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재개발 조합 설립이 애초부터 무효라는 결정이 났다면 이전에 조합 임원들이 해당 의무를 규정한 도시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했더라도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조합 설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조합 임원으로서의 실체와 지위도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조합 임원을 범죄행위의 주체로 하는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2일 도시정비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의 한 재개발조합 임원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들의 행위를 유죄로 보고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조합총회 결의 없이 철거감리업체를 임의로 선정하고 자금 사용 내역 등에 대한 조합원들의 정보공개 요청을 묵살하는 등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옛 도시정비법 24조 3항은 시공자나 설계자 등을 선정할 때 조합 총회 의결을 거치게 돼 있고, 81조는 정비사업 관련 자료를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게 돼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85조 5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원심은 이들의 행위를 유죄로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이들이 속한 재개발조합은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확정 판결이 났다. 재개발 조합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된 셈이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조합 자체가 무효가 됐기 때문에 '조합 임원'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는 도시정비법 위반 범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조합 설립이 무효가 됐는데도 조합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해 이들을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영철·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은 "옛 도시정비법 관련 조항은 조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조합과 조합원의 법적 이익이 정당하게 보호될 수 있으려면 조합의 최종적인 운명과 관계없이 조합이 처음 인가를 받은 시점부터 무효처분을 받은 때까지는 조합 임원으로서 의무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며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사후에 조합 설립이 무효로 확인됐다고 소급해서 조합 임원의 실체를 부정하고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행위 당시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되는지를 확정할 수 없어 부당하다"고 밝혔다.
eshin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4년05월22일 16시1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