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500억 적자 안고 신사옥 짓는다?

2014. 5. 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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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1000억 이상 손실 추산…"사측 전망에 근거해도 이익잉여금 바닥, 자본 잠식까지도 우려"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EBS(사장 신용섭)가 일산통합사옥 건설로 인해 4년간 약 50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재정전망을 제시했다. 내부에서는 이익잉여금이 고갈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자본잠식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EBS는 지난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한송희)를 상대로 일산통합사옥 건설에 따른 재정전망을 설명했다. EBS는 이 자리에서 2018년 110억, 2019년 132억, 2020년 128억, 2021년 109억원으로 4년간 총 479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자리에서 EBS지부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손실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8년간 약 28억원의 수익을 냈던 EBS의 이익잉여금은 738억8800만원정도로, 2018년 이후부터 적자가 지속되면 이익잉여금이 바닥난다는 것이다. 일정한 손실이 나면 그만큼 이익잉여금이 감소하며, 적자가 지속적으로 커지면 이익잉여금이 '제로' 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 이익잉여금이 없어지면 손실액만큼 자본금이 줄어드는데 이를 '자본 잠식'이라고 한다. (관련기사 < 1700억 확보 어떻게? EBS 일산 사옥 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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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EBS지부는 사측보다 더 부정적인 재정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EBS지부는 2018년부터 200억 이상의 손실이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8년 239억, 2019년 276억, 2020년 299억, 2021년 315억 원으로 총 1,129억원이다.

사측과 노조의 재정전망이 크게 차이나는 건 수익에 대한 전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광고수익의 경우, 사측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노조는 최근 3년간 지상파TV 방송광고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통계를 감안, 사측의 전망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노조는 지상파 광고 수익이 매년 1.85%p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매년 1.8%p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는 방송발전기금 수익 전망도 차이가 크다. 사측은 2015년 13% 증가 등 매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노조의 판단은 다르다. 노조는 최근 4년 평균증가율 1.2%이므로 '13% 증가'의 근거를 물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내놓은 재정전망도 문제이지만 이마저도 '장밋빛 전망'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EBS지부 관계자는 "사측 재정전망에 따르면 자본잠식까지는 오지 않지만 노조 측 전망에서는 이익잉여금이 제로가 되고 결국 자본금까지 잠식되게 된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EBS 자본금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원래 자본금이 360억원이었고 사옥 건설 때문에 정부로부터 506억원을 더 받았지만 현재 거의 다 쓴 상태라고 본다. 보통 이익잉여금이 다 소진되면 잠식이라고 해도 자본금이라는 안정망이 있는데 EBS는 그마저도 없을 것이라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 EBS 사옥

EBS지부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자본 잠식이 되는 순간 은행은 차입금을 필사적으로 상환하려 하고 채무 회사의 자산마다 차압 딱지가 붙는다. 그 회사 직원들의 미래와 노후는 상상에 맡긴다"고 반발했다.

EBS지부는 "말로가 불을 보듯 뻔한 신사옥 건설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는 EBS 경영진이 믿고 있는 것은 오로지 '의지'뿐이다. 심각한 수준의 안전 불감증"이라며 신용섭 사장과 이춘호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EBS지부는 신 사장을 향해 "방통위 고위 관료 출신이 유관 기관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이른바 '관피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영인협회, 그래픽협회, 기술인협회, 기자협회, 미술인협회, 연구인협회, 카메라맨협회, PD협회 등 EBS 직능단체들도 지난 3월"사장과 경영진은 EBS 사옥 이전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EBS 홍보부 관계자는 "500억 가량의 손실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모두 감안해서 낸 재정전망이다. 노조의 주장처럼 이익잉여금이 바닥이 나거나 자본잠식이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미래 비전을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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