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아픔과 작별하며.. 난 오늘도 산다

입력 2014. 5. 19. 03:08 수정 2014. 5. 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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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8일 일요일 맑음. 안녕.
#108 Emmylou Harris & Mark Knopfler
'If This Is Goodbye'(2006년)

[동아일보]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마크 노플러. 마크 노플러 홈페이지

떠난 사람의 동사(動詞)는 과거형이지만 산 사람의 동사는 늘 현재형이다. 나는 오늘도 산다.

더욱이 지금 난 감히 '흥청대는 풍악'의 중심에 있다. 어제(17일)부터 이틀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 국내외의 좋은 음악인이 많이 출연했다. 그중엔 잭 디조넷이나 조슈아 레드먼처럼 무게 있는 재즈 음악인도 있지만, '재즈 축제'라기엔 흥행을 염두에 둔 팝 음악인의 핵심 시간대 출연이 너무 많은 점은, 좀, 그렇다.

아일랜드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를 이태 연속 헤드라이너(가장 황금시간대 출연진)로 배치한 점도 그랬다. 물론 통기타 한 대와 목소리 하나로 심금을 흔든 그의 무대는 여전했지만. 축제가 끝나고 귀가한, 조금 허한 마음으로 TV를 틀었을 때, 마크 노플러의 2009년 공연 실황과 마주한 건 행운이었다. 절반은.

영국의 걸출한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노플러는 '술탄스 오브 스윙'으로 유명한 영국 록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리더였다. 그는 TV 중계실황에서 특유의 무표정과 청회색 눈동자를 빛내며 '로미오 앤드 줄리엣' '와이 워리' '머니 포 나싱' '브러더스 인 암스' 같은 히트곡을 뛰어난 연주로 들려줬다. 픽(pick·기타 칠 때 쓰는 작은 채) 없이 기타의 6현을 누비는 그의 오른손은 제프 벡의 것과는 또 다른 마법이었다.

노플러의 음악에 맥주 한 잔 타서 개인사, 세상사의 고단함을 잊으려던 날 소파에서 일으킨 건 공연 막바지에 그가 택한 곡, '이프 디스 이즈 굿바이'였다. 소설 '어톤먼트'를 쓴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이 9·11테러 직후 쓴 신문 칼럼을 읽고 쓴 곡이라고 했다. 노플러의 설명은 담담했다. "야만적인 복수가 촉발한 끔찍한 참사의 순간에도 사람들은 마지막 통화로 가족과 친지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죠. 이것이야말로 인간정신의 승리입니다."

즐거운 기억과의 '안녕 시간'은 너무 짧다. 아픔과의 작별은 너무도 길다. 그건 때로 5000만 명의 평생만큼 걸린다. 우리의 승리는 진행형이어야 한다.

'나의 거창한 유언은/찢겨져 너덜너덜하지만/내가 말하려던 게 무엇이든/사랑합니다, 이게 다예요. …나의 거창한 유언은/들려지지 않은 채 하늘의 어둠 속을 맴돌겠지만/사랑해요… 이게 굿바이라면…'. ('이프 디스 이즈 굿바이' 중)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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