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법원, 이슬람 개종 거부한 임신부에 사형 선고
국제사회 "종교 자유 인정하라"며 사형 판결 비판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수단 법원이 이슬람교로 개종을 거부한 기독교도 임신부에게 사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단 수도 하르툼형사법원의 압바스 무함마드 알칼리파 판사는 15일(현지시간) 배교 혐의로 임신 8개월째인 메리암 야히아 이브라힘(27)에게 교수형을 선고했다고 AFP와 dpa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알칼리파 판사는 또 기독교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이브라힘에게 간통 혐의를 적용해 채찍 100대를 선고했다.
알칼리파 판사는 "이슬람으로 개종할 사흘간의 시간을 줬지만 이를 거부해 이같이 판결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이 여성을 이슬람교도인 아버지의 이름을 따 "아드라프 알하디 무함마드 압둘라'라고 불렀다.
사형 판결이 실행되면 이브라힘은 1991년 제정된 형법 아래 배교 혐의로 사형을 당하는 첫 수단인이 된다.
이브라힘은 이 판결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이슬람교도 부모에서 태어난 이브라힘은 기독교도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체포돼 20개월 된 아들과 함께 구금생활을 해 왔다.
수단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엄격히 적용해 이슬람교도 여성과 비이슬람교도 남성의 결혼을 막고 있다. 이슬람교도 여성과 기독교도 남성의 결혼도 간통으로 간주한다.
앞서 수단 법원과 이슬람 지도자는 이브라힘에게 개종을 거듭 촉구했으나 이브라힘은 "나는 기독교도다. 나는 결코 배교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수단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 판결을 강력히 비판했고 수단에서 찬반 시위가 열렸다.
국제앰네스티는 "종교 선택을 이유로 여성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은 형편없고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매우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표시했고 영국은 "야만적인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는 이전에도 공동 성명을 통해 "수단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판결 직후 하르툼 법원 주변에서는 50여명이 모여 "메리암을 처형해서는 안 된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적 권리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면 이 판결을 지지하는 일부 그룹은 "메리암을 처형 못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고 "신은 위대하다"고 주장했다.
수단 공보장관인 아흐메드 오스만은 국제사회의 우려에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모든 이슬람 국가들은 이슬람교도의 개종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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