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자 달고 살면 수시로 고혈당·저혈당 '널뛰기'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2014. 5.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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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하모(27·서울 양천구)씨는 군것질을 자주 하는 편이다. 특히 초콜릿이나 과자, 빵,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일을 할 때도 쉴새 없이 먹고, 식사를 한 뒤에도 군것질을 따로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 탓에 지난 1년 사이 체중이 5㎏이나 늘어 현재 74㎏이다. 키가 169㎝로 큰 편이지만 비만(체질량지수 26) 판정을 받았다. 하씨는 전형적인 탄수화물중독증의 사례다. 탄수화물중독증은 정제된 탄수화물(단순당) 식품을 끊임없이 먹어야 포만감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지는 증상을 말한다.

◇끊임없이 먹고 싶고, 안 먹으면 우울

탄수화물중독증이라는 말은 실제 중독으로 인정돼 정립된 용어는 아니다. 탄수화물 식품을 계속 찾는 증상이 니코틴이나 알코올에 중독되는 것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에는 탄수화물 식품 섭취를 줄이는 게 다른 식품에 비해 힘들고, 먹지 않으면 우울감을 느끼는 등 금단 증상이 생기므로 진짜 중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탄수화물중독증이 생기는 생리학적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단백질이나 지방과 달리 탄수화물만 이런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봐서 단순당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추정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흰 쌀밥이나 빵 등 정제된 탄수화물 식품에 많이 든 단순당은 몸속에 들어가면 혈액에 빠르게 흡수돼 혈당 수치를 급격히 올린다. 이로 인해 인슐린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되고, 이는 혈당을 갑자기 떨어뜨려 저혈당 상태로 만든다. 저혈당이 오면 우리 몸은 빨리 혈당을 올리려고 다시 탄수화물 식품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사증후군·피로 유발

탄수화물중독증이 생기면 비만은 물론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협심증·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정제된 탄수화물 식품을 간식으로 먹는 여성의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유제품을 먹는 여성에 비해 30% 높다는 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뇌에 이상을 초래,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도 잘 안 되게 만든다. 탄수화물중독증이 있는 사람이 계속 단 음식을 섭취하고 싶은 것도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려는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이다. 만성적으로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울감과 짜증을 잘 느끼고, 피로에도 취약하다.

◇잠 충분히 자고 자연 식품 먹어야

탄수화물중독증은 뚜렷한 치료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정식으로 병으로 인정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비룡 교수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잠을 잘 못 자거나, 당뇨병이 있으면 탄수화물중독증이 잘 생긴다"며 "이런 문제들부터 해결하는 것이 탄수화물중독증을 극복하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정제된 탄수화물 식품을 먹지 않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탄수화물 식품이라도 빵·과자·라면 대신 과일·채소·잡곡 등 자연 식품을 먹는 게 좋다.

만약 탄수화물중독증 때문에 체중이 계속 늘거나, 우울감이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약이나 식욕억제제를 복용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군것질을 하는 습관을 교정하는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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