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소유 신안 염전 '노예 염전' 의혹 수사"

신안 2014. 5. 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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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실질적 교주로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가 소유하고 있는 전남 신안군 도초면 일대 염전이 '노예 염전'인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단독 확인됐다. 전남경찰청 도서인권보호 특별수사대 관계자는 "올해 초 큰 파문을 일으켰던 전남 신안 '노예 염전' 사건 수사의 일환으로 구원파가 소유하고 있는 염전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구원파가 소유한 부동산은 전남 신안군 도초면 외남리 일대 총 37만㎡(11만평) 규모다. 이 중 염전으로 허가받은 곳은 10필지로 27만여 ㎡(8만1000평)이고 570-1번지와 9번지 일대는 저수지·하천으로 9만8000여 ㎡(3만평)다. 이는 도초면 일대 염전의 12%를 차지하는 면적으로 신안군에서 단일 염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유병언의 구원파'가 소유하고 있는 전남 신안군 도초면 외남리 일대 염전. ⓒ 시사저널 박은숙

토지대장에 따르면 김 아무개씨(98) 소유였던 신안군 도초면 외남리 570-2번지(2만5289㎡)는 2001년 7월 아들인 김찬식씨(59)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김씨는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계열사 트라이곤코리아의 4대 주주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이 땅을 2008년 10월 구원파에 증여했다. 또한 김씨는 570-3번지(2만5117㎡), 570-4번지(2만4949㎡), 570-5번지(2만4516㎡)도 같은 시기에 구원파에 소유권을 넘겼다. 2006년 12월 아버지로부터 이전받은 270-10번지(2만3583㎡), 570-11번지(2만2466㎡), 570-12번지(2만4959㎡), 570-13번지(2만8231㎡) 등도 구원파에 증여했다.

단일 염전으론 신안군에서 가장 큰 규모

563-17번지(3만5144㎡)는 1985년 6월부터 김씨의 어머니 박 아무개씨(88)가 소유하고 있다가 김씨가 구원파에 넘긴 시기와 같은 2008년 10월 구원파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563-15번지(3만4188㎡)는 2001년 7월 강 아무개씨(76)에게 이전된 후 2008년 11월 소유권이 구원파로 넘어갔다. 강씨는 현재 구원파 소유 염전의 총괄책임자다. 염전 인근 저수지·하천 지역인 570-1번지(3만089㎡)와 570-9번지(3만5078㎡)도 박씨가 1995년 6월 매입해 2008년 10월 구원파에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5월2일 도초면 일대 구원파 소유 염전에 대해 염전 총괄책임자 강씨와 염부장 박 아무개씨(71) 등을 상대로 지적장애인에 대한 임금 착취 및 감금 등 인권유린 문제가 없는지 조사했다. 구원파는 강씨를 책임자로, 그 밑에 30~40명의 직원을 두고 염전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임대 형식으로 직원 한 명당 2000~3000평씩을 맡아 총 생산량 중 40%는 구원파가, 나머지 60%는 직원이 갖는 조건으로 염전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원파 소유 염전을 비롯해 도초면 소재 염전 105개소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측근 김찬식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서울 역삼동의 '몽테크리스토' 레스토랑. ⓒ 시사저널 최준필

구원파 염전에 지체장애인 일하고 있어

전남 목포시에서 뱃길로 약 39㎞ 해상에 위치한 도초도(41.94㎢). 이 외딴 섬에 유병언 전 회장의 구원파가 소유하고 있는 염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본지 취재진은 5월2일 도초도로 갔다. 기자가 도초도항에 있는 슈퍼마켓 주인에게 "혹시 이 섬에 구원파가 운영하는 염전이 있느냐"고 묻자 "TV에서 요즘 계속 나오는 그 이단인가 뭔가 하는 종교 말인가? 내가 여기 오래 살았지만 그런 말은 못 들어봤다"고 답했다.

택시를 타고 가며 기사에게 "이곳에 김찬식씨가 운영한다는 염전이 있다는데, 어디인지 아느냐"고 묻자, "그 염전은 여기서 조금만 가면 된다"고 답했다. 택시기사는 이어 "김찬식씨 아버지가 원래 염전 소유주였는데 돌아가셨다. 형제들이 많은데 그중 김씨에게 염전을 몰아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김씨는 서울에 살아서 보기 힘들다. 여긴 잘 안 내려오고 염전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의 염전이 구원파 소유인지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소금 생산의 성수기가 아니어서인지 염전 주위는 한가해 보였다. 드문드문 일꾼들이 눈에 띌 뿐 어디를 봐도 분주한 기색은 없었다. 염전 중앙쯤에 두 명의 염전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한 명은 말과 행동이 어눌한 지체장애인이었다. '노예 염전' 사건에서 드러난 것을 봤을 때 염전 노동자가 외지인이고 지체장애인일 경우 '노예 염전'일 가능성이 크다. 기자도 이를 의심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지적장애인 안 아무개씨(50)는 염전 중간 책임자인 박 아무개씨 며느리의 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안씨는 며느리의 동생으로 2005년 12월에 실종됐다가 2012년 4월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발견됐다"며 "(며느리의) 가족들이 안씨를 돌볼 여력이 없고 염전 일도 도울 겸 해서 2013년 7월부터 내가 데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전남경찰청 도서인권보호 특별수사대 김상수 대장은 "박씨의 주장대로 안씨가 실제로 박씨 며느리의 친동생인지 여부를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통해 확인했다"며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으나 진술상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구원파가 소유하고 있는 도초면 염전 일대에 대한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경찰은 현재 외지인 염전 노동자들의 가족관계, 급여 문제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파 염전 원소유자 김찬식은 누구?

유병언 일가 '핵심 7인방'에 대한 검찰 소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의 핵심 측근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소유인 전남 신안군 도초면 외남리 일대 총 11만평 규모 염전의 원소유자 김찬식씨(59)다. 김씨는 유병언 일가의 비자금을 수사 중인 검찰에 의해 유 전 회장 일가와 상류층 인사들의 네트워크 형성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실제로 김씨는 유 전 회장의 장남인 대균씨의 최측근으로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이자 대균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계열사 트라이곤코리아의 4대 주주 중 한 명이다.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는 구원파를 창설한 고 권신찬 목사의 아들이자 유 전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씨다. 트라이곤코리아의 주식 중 대균씨가 20%, 김씨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트라이곤코리아가 600억원대 분양 매출이 기대되는 '광진트라이곤시티' 개발 사업을 시행 중인 TRG개발전문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일명 TRG리츠)의 실소유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또 (주)호일의 대표이사이자 (주)모래알디자인의 이사도 맡고 있다. (주)호일은 청해진해운 대표 김한식씨(72)가 감사를 지냈던 곳이다. 모래알디자인은 유 전 회장의 해외 사진전시회, 청해진해운의 수상택시 디자인 등 그룹의 디자인을 도맡아왔다. 유 전 회장의 큰딸인 섬나씨(48)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으로 유병언 일가의 이른바 페이퍼컴퍼니 가운데 하나다.

김씨가 대균씨와 공동대표로 있는 서울 역삼동의 레스토랑 몽테크리스토 내부는 명품 시계 수천 점과 미술품으로 장식돼 있다. 김씨는 이곳을 정·재계와 연예계 인사들의 교류의 장으로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레스토랑의 VIP 고객으로 등록돼 있는 이 아무개씨(50)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인들이 단골로 드나들었다"며 "한 유명 유통회사 회장의 경우 직원들이 이 레스토랑으로 직접 찾아와 결재를 받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차와 식사를 팔아 임차료 등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보유하고 있는 그림 한두 점만 팔아도 운영비는 떨어진다. 간혹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 밖에도 서울 한남동·청담동 등 두 곳의 매장에서 프랑스 초콜릿 브랜드 '드보브에갈레'를 수입·판매하는 '드보브에갈레코리아'의 대표다. 드보브에갈레는 한 알에 1만원이 넘는 초고가 초콜릿으로 가죽 케이스에 든 200주년 기념판 초콜릿은 35알에 69만원에 달한다.

신안=이혜숙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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