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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환율 하락폭 세계 1위…경제 영향은

송고시간2014-05-1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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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유선 김승욱 기자 = 환율 하락이 한국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환율 하락은 '양날의 칼'로 불린다. 수출이 타격을 받는 대신, 내수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환율이 '세자릿 수'로 떨어질 경우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 한달새 3.51%↓…31개국 중 1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달러당 1,024.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는 소폭 반등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환율이 1,02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08년 8월8일(1,017.5원) 이후 5년9개월 만이다. 몇년째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050원선이 지난달 9일 깨진 지 한달도 안돼 30원 가까이 더 주저앉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1,050원선이 무너진 뒤 시장을 주의 깊게 관찰하던 투자자들이 '하한선이 아니었구나'하는 마음으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율의 추가 하락에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 상승세(환율 하락세)는 주요국 중 단연 두드러진다.

지난달 1일 대비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3.51% 하락해 주요 31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 이어 터키(3.09%), 콜롬비아(3.07%), 남아프리카공화국(2.38%), 브라질(2.12%), 일본(1.96%), 영국(1.82%) 등의 순으로 환율 하락폭이 컸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유독 하락세가 가파른 원인은 크게 국내외 요인으로 나뉜다.

국내 요인은 2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다.

지난해 8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경상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1%를 차지했으며, 올해도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쌓이면서 달러의 값어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때문에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이 받아들이는 것도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GDP 대비 경상 흑자가 '적정 수준(3~4%)'보다 많고, 원화 가치가 8% 저평가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외 요인은 글로벌 달러 약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 하락은 '양날의 칼'

환율 하락은 '양날의 칼'로 불린다.

국가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 가운데 수출에는 악재지만, 수입물가를 낮춰 내수에는 호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올해 연평균 환율을 1,050원으로 예상하고 사업 계획을 짰지만,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각각 1천200억원과 800억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는 대기업보다 심각하다.

기업은행[024110]이 지난달 16~18일 중소기업 105곳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달러당 1,030원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설정한 기업이 40.8%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달러당 평균 1,052.8원을 손익분기점으로 꼽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중소 수출기업 101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올해 평균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066.05원, 적정환율은 1,120.45원이라고 답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품의 가격이 낮아져 소비가 살아나면서 내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가격 경쟁력은 하락하는 대신 부품·원자재를 수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줄어들어 득실이 상존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몇년간 고환율 때문에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익 교수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에는 한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9%였는데 2012년에는 56%로 상승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펴서 한국 경제가 불균형 성장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이 높다보니 수출만 상대적으로 잘 됐는데, 앞으로는 환율이 더 떨어지면서 내수 비중이 늘어나 균형 성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충격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환율 하락이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흔들리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환율 하락세가 이어져 연내 1,000원선까지 붕괴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내 1,000원선 무너질까

앞으로의 환율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당분간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의견인 것은 분명하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GDP의 6%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로 보면 환율이 연내 세자릿수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중에서는 웰스파고(Wells Fargo), 도쿄미쓰비시UFJ은행(Bank of Tokyo-Mitsubishi UFJ)이 올해 안에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 수로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박성욱 실장은 "최근 추세와 오히려 반대로 갈 수도 있다"며 "올해 하반기가 되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달러당 900원대에 진입하더라도 외환당국의 개입 등으로 다시 1,000원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연평균 1,030원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IB들의 환율 전망 평균치는 2015년 달러당 1,038원, 2016년 1,002원, 2017년 985원, 2018년 978원이다.

따라서 하루하루의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환율 추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zheng@yna.co.kr, cindy@yna.co.kr,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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