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노동 사이 育兒.. 아빠의 열정에 달렸다

최현미기자 2014. 5. 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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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탄생 / 사와야마 미카코 지음, 이은주 옮김 / 소명출판 세계 최고 아빠의… / 데이브 잉글도 지음, 정용숙 옮김 / 더숲

미국의 평범한 아빠 데이브 잉글도는 본명보다 '세계 최고 아빠(World's Best Father)'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미국노동단체 '워킹 아메리카' 부회장이자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그는 딸 앨리스 비가 태어나자 딸을 위한 선물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어린 시절을 유쾌하게 추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것.

그는 아이 사진하면 떠오르는 귀엽고 감동적인 사진과 다른 특별한 것을 원했다. 이에 그는 앨리스가 8개월이었을 때, 앨리스를 미식축구공처럼 옆구리에 끼고, '세계 최고 아빠'라는 문구가 쓰인 머그잔에 우유를 넣는 사진을 찍었다. 육아에 녹초가 된 아빠 모습에 친지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렇게 시작됐다. 평범한 아빠의 2년 넘는 육아일기가.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재미있는 사진, 때로는 엽기적이기까지 한 사진과 함께 짧은 육아일기를 올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미국 일간 뉴욕 데일리 뉴스로부터 '가족의 특별한 추억 만들기'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그 사이 아이 엄마 진이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근무한 1년 동안 데이브 혼자 아이를 키웠다는 것이다.

책은 매우 평온하게 시작한다. "앨리스가 태어난 지 3일째. 드디어 우리 공주님이 집으로 왔다. 앨리스 비, 어쩜 이리도 작고 사랑스러운지. 내가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딸아인 얌전하기 그지없다. 하루 대부분 시간을 고요하고 달콤한 잠에 빠져 보낸다. 오늘 아침 아내가 준 머그잔에 새겨진 타이틀 '세계 최고 아빠'를 걸고 맹세했다. 나는 정말 누구보다도 좋은 아빠가 될 생각이다. 기대하시라."

하지만 초보 아빠의 자신만만한 장담은 곧바로 깨진다. 아기는 밤낮으로 울고 보채고, 개인 시간은 전혀 허락되지 않으면서 그는 점점 지쳐간다. 하지만 수록된 사진들은 하나같이 유쾌하고 때론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지나치게 장난스럽지 않나 생각이 들지만, 우린 때론 좀 장난스러워질 필요도 있다. 그는 사진 한 컷을 위해 20시간 가까이 투자했다고 한다. 딸을 찍는데 대략 1, 2시간, 6초마다 사진이 찍히도록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자신을 찍는데 30여 분, 그리고 포토샵 등 후반 작업에 15시간 이상이 걸렸다. 그는 이 작업을 주말과 앨리스가 잠든 밤 시간을 이용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아빠의 육아가 힘들지만 그 힘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것이 단순히 아빠-딸로 태어나기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추억의 시간이 축적돼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세계 최고 아빠의 육아일기가 분명히 유쾌하긴 하지만 여전히 육아 책임이 개인에게, 그것도 엄마에게 일방적으로 쏠려 있는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먼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이보다는 사와야마 미카코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객원교수의 '육아의 탄생' 쪽이 우리 고민에 가깝다. 이 책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사회에서 '다음 세대인 어린이의 생명을 어떻게 안전하게 지키고 키워나갈 것인가'라는 문제가 새롭게 주요 사회 이슈가 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대지진 이후 가족, 가정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된데다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근본적 반성 속에 육아 문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기 시작한 결과이다.

책은 '아이 기르기'와 '교육'이 접목돼 탄생한 육아는 근대적 가족이 형성되면서 '탄생한' 용어로 규정한다. 남녀의 명확한 성역할 구분과 함께 태어난 '육아'는 현대로 넘어오면서 교육에 대한 엄마의 열정과 결합해 더욱 단단한 여성의 신화로 굳어졌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 같은 육아개념은 가족해체라는 시대 변화와 불화하면서 육아 병리, 육아 불안 같은 모순을 발생시켰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육아는 모성과 부성이 결합하고, 젠더의 규범을 넘어 생명체의 성장을 위한 인간 기르기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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