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 전국 사찰서 세월호 참사 아픔 나눠

이날 조계사에는 이른 시각부터 법요식에 참석하려는 불교신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본격적인 법요식이 시작한 오전 10시께는 1만여명이 운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법요식에 직접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서울시장 후보들과 각 정당 대표,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주한 외교사절, 시민·사회·노동단체, 새터민 가족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자리했다.
일감 스님의 사회로 도량결계의식과 육법공양의식으로 시작한 법요식은 어느 해보다 경건하고 진행됐다. 신도들도 박수와 환호 대신 차분하게 행사에 임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묵념에 이어 각 종단 대표들은 식순마다 이들에 대한 애도와 위로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봉축사에서 "세월호 사고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며 기본 상식을 지키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공업"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뼈아픈 통찰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소통과 화합, 지혜와 힘을 모아 안전한 사회, 상식과 양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 각계 지도자들의 헌신과 봉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받고 계신 유가족들께 부처님의 자비로운 보살핌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법어에서 "진도 앞바다에서 우리의 가족이요, 나의 한 몸과 같은 어린 생명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우리 곁을 떠나갔다"며 "다 같이 극락왕생 발원의 등과 무사귀환의 등을 밝혀 영원한 행복과 평화를 기원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영혼들께서 이 등불을 가지고 극락세계에 왕생하시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한 창인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이 열렸다.
팽목항 방파제에 마련된 대한불교조계종 팽목항 법당에서 진행된 이날 법요식에는 실종자 가족 등 5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그러면서 "이 나라는 유가족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줘야 한다"며 "유가족과 학생, 국민들이 어떻게 치유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요식에 참석한 스님과 실종자 가족들은 합장하며 방파제를 도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오후 8시 팽목항 방파제에서는 '실종자와 희생자를 위한 기원등 올리기' 행사도 열린다. 행사에서는 실종자 이름과 가족들의 염원이 적힌 풍등 40개가 하늘로 띄워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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