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난보도는 유치원 수준.. '삼풍' 때와 판박이"

강은영기자 2014. 5. 3. 03: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재난정보미디어포럼 이연 회장정확성보다는 속보에만 집착 긴급상황 시 대처법 등은 찔끔피해자들 인권도 뒷전으로가이드라인 없어 과열경쟁·혼선 매체별 준칙 마련 교육 강화 필요SNS 진위검증도 언론의 역할

'한국 언론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언론이 세월호 참사 보도로 뭇매를 맞고 있다. 집단 오보, 부적절한 인터뷰, 지나친 속보 경쟁, 피해자 인권 외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 등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재난재해보도만큼은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 겸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한국의 재난 보도는 유치원 수준"이라면서 언론의 각성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로 언론이 불신을 받고 있다. 이번 사고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언론의 문제는 무엇인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했던 보도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TV가 피해자들이 울고 있는 자극적인 장면을 화면에 계속 내보낸다. 피해자의 인권은 뒷전에 밀린다. 대책본부가 발표하는 내용을 검증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하는 것도 여전하다. 사고 당일 '전원 구조'와 같은 오보를 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태 해결 방안이나 대안 모색은 등한시 한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 등 지상파 방송의 보도가 특히 논란이 됐다.

"국민의 전파나 채널을 위탁 받아 사용하는 KBS와 MBC 등은 준방재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방송사가 3년마다 재허가 심사를 받는 것도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하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심사에서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을 받으면 재허가가 나는데 이중 재난보도 등과 관련해서는 60점 정도가 반영된다. 재승인 심사에서 재난보도의 비중을 60점 이상으로 올려야 방송사가 정확하게 보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가.

"이번에는 신문, 방송은 물론 인터넷, 1인 미디어 등 매체가 너무 많이 모여 현장이 무질서했다.

언론은 그곳에서 무엇을 취재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렇다고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도 마땅히 없었고 기자들이 재난 보도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취재 경쟁이 과열됐다."

외국의 재난 통보 시스템 및 그들 국가 언론의 재난보도는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미국은 중앙통합재난시스템을 갖추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상황과 정보를 알린다. 일본 역시 지진이 잦기 때문에 위기관리대응 시스템이 잘돼 있다. 두 나라의 재난보도는 속보가 아닌 정확성, 즉 진실 보도가 기본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뉴욕에서 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났을 때 현장에 가장 빨리 도착하고도 즉각적인 속보 기사를 내보내는 대신 현장 검증을 철저히 한 뒤 사고 발생 1시간 45분 후에야 첫 보도를 했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3~5초 안에 TV 화면에 발생 자막이 뜬다. 늦어도 20초 안에 재난방송을 하는 게 의무화돼 있다. NHK는 전국에 70여개의 지진관측데이터센터를 두고 지진 발생 후 20초 안에 그 사실을 안방에 전한다. 요미우리 신문의 오사카 지사만 해도 재난보도 전문기자가 국장급으로 10여명이 있다. 아사히 신문은 재난보도 전문기자가 퇴직 후에도 한 달에 한 번씩 현직 기자들과 모임을 갖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재난보도 수준은 유치원 수준이다."

제대로 된 재난 보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재난이 발생하면 언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재난 관련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해 전달함으로써 주민을 안심시키고 그들이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재난 보도에서는 보도 기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위급 상황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복구해야 하는지 등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SNS를 통해 유포되는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언론이 검증해야 한다."

한국 언론에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신문과 방송, 인터넷, DMB 등 각각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언론사별 재난보도 규칙 등을 만들고 정기적인 교육을 해야 하며 기자협회나 방송협회 차원에서도 최소한의 원칙과 보도 준칙을 마련해 회원들이 준수토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가 물에 잠겨 사망자가 나오면 시신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든지, 사진 촬영은 포토라인을 넘지 말아야 한다든지 등의 원칙을 제정해 지켜야 한다.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인이 재일 조선인을 학살한 것도 마이니치 신문의 전신인 니치니치 신문이 유언비어를 게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 언론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중계식 보도를 피하고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해야 한다.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합동취재반을 구성해 방송국 별로 역할을 분담하거나 대표 취재를 통해 방송하는 것도 신중해 고려할 때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