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매니큐어 할머니는 청와대서 섭외한 인물… '조문 연출' 일파만파

기사승인 2014-04-30 22:58:00
- + 인쇄
빨간 매니큐어 할머니는 청와대서 섭외한 인물… '조문 연출' 일파만파


[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을 때 위로했던 할머니가 청와대에서 섭외한 인물로 드러났다고 CBS가 보도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쇼를 하기 위해 연출했다는 말도 안 되는 보도가 나왔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CBS 노컷뉴스는 30일 정부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29일 박 대통령이 정부 합동분양소를 방문했을 때 위로한 할머니는 유가족이 아니라 정부 측이 동원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 측이 눈에 띈 해당 노인에게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CBS는 “‘부탁’이란 박 대통령이 조문할 때 가까이서 뒤를 따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민 대변인은 조문 연출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분향소에는 조문객도 있었고 일반인이 다 섞여 있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 그 중 한 분이 대통령에게 다가와 인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조문한 시간은 일반인 조문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쯤이어서 일반 조문객은 없었다. 민 대변인은 CBS 보도가 나온 뒤 서면브리핑을 통해 “슬픔에 잠긴 국민들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언론에서 사실에 입각한 올바른 보도를 해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 할머니가 경기도 안산시 초지동에 사는 오모(73)씨라고 전했다. 오 할머니는 “나는 유가족이 아니다. 분향소에 사람들을 따라 들어갔다가 박 대통령을 만났다”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오 할머니의 고향은 전북 남원으로 지역에서 봉사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편”이라는 주민들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이 할머니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며, 박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등장하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유가족과 온 국민을 농락한 쇼 행각을 벌인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구천에 떠도는 영혼들로부터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조문하던 당시 동영상을 분석한 뒤 “청와대 민 대변인의 말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다. 네티즌들은 "설마, 그렇게까지 했겠어" "동네 할머니가 어쩌다 대통령 만난 것"이라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조문 연출이 사실이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청와대가 생각하는 게 고작 그 정도, 진짜 바꿔야 할 공무원이 누구인지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유족을 위로한 게 아니라는 건 확실히 밝혀졌군"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승욱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