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품 쏟아지는데 관리할 공무원 안 보였다”

진도 | 박용근 기자

진도 실내체육관 자원봉사자 심재준씨

“정부는 구조도 포기했지만 구호도 포기했습니다. 사복경찰이나 투입해 민간 자원봉사자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감시·사찰하고 있다는 데 분노를 느낍니다.”

30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심재준씨(45·사진)는 체육관 밖에 설치된 수십개의 간이천막을 오가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째 되던 지난 18일 진도에 왔다. 무능한 사태 수습에 사실 은폐, 언론 호도를 보면서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잔일이라도 거들며 힘이 돼야겠다고 맘먹었다.

“구호물품 쏟아지는데 관리할 공무원 안 보였다”

▲ 체계 없이 허둥대는 정부 보고만 있을 수 없었죠
현장서 느끼는 분노 더 커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단걸음에 도착한 그는 현장에서 또 놀랐다. 재난사고 구호에 대한 시스템이 너무나 허술했기 때문이다. 구호물품은 전국에서 몰려드는데 이를 관리할 정부 관계자는 없었다.

“물품은 쏟아지는데 얼마나, 어디로 가는지 파악도 안되고 창구도 단일화되지 않았지요. 지금도 자원봉사자들 힘으로 반입과 반출을 관리하고 있으니 말 다 했죠.”

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엄청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있다. 대부분은 사회단체 봉사자들이다. 이들은 주로 배식을 하거나 생필품을 천막 안에 갖춰놓고 지원한다. 화장실 청소와 분리수거 등 궂은일은 개인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하루에 빠지고 채워지는 개인 자원봉사자들이 50여명은 될 겁니다. 스스로 자원봉사센터를 구축해 할 일을 배분해주고 관리합니다. 전국에서 직장인과 학생, 취업준비생들이 하던 일을 제쳐두고 달려왔지요. 잠은 간이천막이나 체육관 스탠드에서 잡니다. 맘이 있으니 하는 것이지 시켜서야 누가 하겠어요.”

자원봉사자들도 실종자 가족들 못지않게 구조활동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심씨는 정부가 청해진해운 등 선사 쪽에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뒤로 빠져버리려 한다는 느낌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해경은 스스로 나온 사람을 배에 태우기만 했고, 대형 크레인은 비용만 낭비하고 돌아가버렸습니다. 우리 구조현장의 단면이 이래요. 초동조치 부실에다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구조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심씨는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다. 그는 “너무나 기가 막히면 헛웃음이 나온다. 사고가 났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분노가 수그러드는 법이다. 그런데 여기 가족들의 분노는 끊임이 없기 때문에 자포자기하고 기진맥진해버린 상태다. 이런 분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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