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의 대표작 '미국의 목가' 국내 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81)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긴 그의 대표작 '미국의 목가'(원제: American Pastoral)가 국내 초역 출간됐다.
'미국의 목가'는 로스가 1997년에 발표한 그의 스물두 번째 책이다. 로스가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완성한 서른한 편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하다고 자평한 작품이 바로 이 책이다.
전 2권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로스의 문학적 자아인 네이선 주커먼이 미국의 황금기라고 부른 1940년대를 시작으로 1960년대를 거쳐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역사의 중추적인 시대를 성찰한다.
책의 중심인물은 유대계 미국인인 스위드 레보브로, 그는 모든 측면에서 모범적인 남자다. 키가 큰 금발에다 훌륭한 운동선수였고 성공한 사업가였고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그의 인생의 유일한 목표는 뉴저지주 뉴어크의 시골 마을인 올드림록에서 조용하고 목가적인 삶을 사는 것이었다.
목가적인 삶을 향한 그의 꿈은 모두 완벽하게 실현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968년의 어느 날 스위드의 소박한 꿈은 산산이 깨진다.
그의 열여섯 딸인 메리가 베트남전쟁 반대운동을 벌이다 체포된 것이다. 반전운동에 도취된 메리는 지역 우체국에 폭탄 테러를 가하고 그 결과 한 명이 숨진다. 가업은 서서히 몰락하고, 사랑하는 아내는 외도를 저지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살아 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스위드의 삶은 역사적 광풍 속으로 휘말려 든다. 보통의 미국인들처럼 평범하고 목가적인 삶을 꿈꾸었을 뿐인 스위드는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자신의 삶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가? 그는 묻고 또 묻는다.
로스는 스위드의 삶을 파헤쳐가는 네이선을 통해 팍스아메리카의 위상에 도취해 한껏 달아오른 미국의 취기가 베트남전쟁의 실패와 맞물리며 어떻게 한순간에 사라지는지를, 그 몰락의 파도 속에 개인의 삶이 어떻게 비극 속으로 휩쓸려 가는지를 예리하게 펼쳐보인다.
그 속에는 공동체의 속성과 소속감, 유대인들의 미국 사회 동화, 아버지와 딸의 관계, 가족에 대한 충성심과 배신, 정치적인 환상 등의 주제들도 녹아 있다.
"그래, 그들의 요새는 금이 갔다. 여기 멀리 떨어진, 안전한 올드림록에서도, 이렇게 한번 벌어진 이상, 다시는 아물지 않을 것이다. 절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들에게 맞서고 있었다. 그들의 삶을 좋아하지 않는 모든 사람, 모든 것이 맞서고 있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모든 목소리가 그들의 삶을 비난하고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이 뭐가 문제인가? 도대체 레보브 가족의 삶만큼 욕먹을 것 없는 삶이 어디 있단 말인가?"(2권 288쪽)
지금은 로스를 두고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라고 부르는데 이견이 없지만 이 작품 전까지 그는 단순히 중요한 유대인 작가로만 인식됐다. 작품에 유대인이 등장하고 유대인이 썼으니 자연스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로스는 늘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일반화된 감상과 비평을 경계했다. 등장인물이 어느 계통이건 간에 그것은 모두의 이야기이며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유대인과 미국인의 이상과 운명이 한곳에서 만나는 작품 '미국의 목가'에서 힘을 얻었고,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1998)와 '휴먼 스테인'(2000)으로 이어지는 '미국 3부작'을 발표하며 더욱 견고해졌다.
로스의 작품인 '에브리맨', '울분', '포트노이의 불평' 등을 우리말로 옮긴 정영목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가 이번에도 번역을 맡았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118권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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