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에 비친 세월호 침몰.. 선장 탈출에 충격, 무능력한 정부 조롱

입력 2014. 4. 30. 02:27 수정 2014. 4. 30.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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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적나라한 모습을 전 세계에 들켜 버렸다. 한국의 재난 현장을 들여다본 외신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천t급 여객선의 침몰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의 대처 과정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여객선 산업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까지 허연 민낯을 드러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외신들은 정치인과 공무원뿐 아니라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국내 언론까지 따끔하게 꼬집었다. 과연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까지 했다.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보름이 지난 29일, 외신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점검해 봤다.

그들은 세월호 침몰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 신문은 거의 매일 1면 머리기사로 다뤘고, 방송은 가장 첫 번째 꼭지로 적잖은 시간을 할애해 보도했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은 다른 나라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구글 뉴스나 야후 뉴스 등 외국 인터넷 포털은 메인 화면에 걸어뒀던 우크라이나 사태,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을 세월호 사건으로 갈아 끼웠다.

◇도마 오른 안전 불감증=일본 권위지인 아사히신문은 22일 사설에서 세월호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설은 이 사건이 얼마나 역설적인가를 강조하기 위해 먼저 한국의 발전상을 소개했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생활수준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잇따라 붕괴된 데 이어 올 들어 경주 마우나리조트 지붕이 무너지는 등 대형 참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 효율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심과 자만은 없었는가. 성장과 경쟁의 논리가 안전을 뒷전으로 하는 풍조를 만든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또 "일상의 업무규칙 준수, 장비 및 시설의 철저한 점검, 사고시를 상정한 피난 및 구조 훈련 등은 어느 업계에서나 통용되는 기본 원칙"이라며 "아무리 기술이 진보해도 안전의 최후를 지키는 것은 사람의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한국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했다. 이번 참사를 '완벽한 인재'로 규정하면서 전쟁을 제외한 최악의 참사라고 평가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선장과 선원들의 판단 착오가 이어졌고, 해상 당국도 우왕좌왕했다는 것이다. 화물도 규정대로 싣지 않았고, 선박 개조도 무리했으며, 안전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CNN은 '충격적'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한탄했다. AP통신과 ABC방송도 인명 피해를 키운 선사의 무책임한 초기 대응을 집중 조명하면서, 세월호 선장을 2012년 1월 좌초한 유람선을 버리고 도망가 구속된 이탈리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선장과 비교했다. 캐나다 클로브앤드메일지는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았던 한국 해운의 안전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태국도 세월호 사건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태국 일간 더네이션은 20일자 신문에서 이 사건에 1면 포함 두 개 면을 할애했다. 조난자 구출 작업 진행 과정,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 세월호 승무원 구속 등 사고 관련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자매방송인 네이션TV는 지난 18일 수도 방콕 중심가 대형 쇼핑몰에서 조난자 구출을 기원하고 참사를 당한 한국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한국을 위한 기도' 행사를 열기도 했다.

◇불신 낙인 찍힌 3류 국가="한국 정부는 이미 불신의 낙인이 찍혔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21일자 보도 내용이다. 신문은 안전행정부 대책본부와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가 제각각 따로 놀면서 생존자를 한 명도 찾지 못했다고 비난하며 "한국이 3류 국가가 아닌지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지난 18일 영문판 사설에서도 세월호 사건을 통해 한국의 수준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세계 정상 수준의 조선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서 이런 참사가 벌어지는 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이번 재난은 후발 현대화의 한계와 취약성을 보여준 거울"이라며 "현대화는 인간, 특히 인간의 생명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외신들의 시각도 비슷했다. 정부와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팽배해졌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정부 대응을 문제 삼았다. 사건 발생 직후 탑승객 전원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혼선을 빚었던 점을 꼬집었다.

정부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과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한 실종자 가족이 정부를 향해 쏟아내는 불만을 인터뷰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는 살인자"라고 말한 것도 기사화했다. A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지난 19일 항의를 하기 위해 청와대로 몰려가는 실종자 가족들을 경찰이 막아선 상황을 전했다. FT는 이에 대해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의 발걸음이 비틀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선장에게 '살인자와 같다'고 한 발언도 비판 대상이 됐다. 외신들은 이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어린 아이들의 희생으로 감정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에서 세월호 선원들에게 너무 쉽게 '살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며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침몰 초기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에 대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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