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세월호 성금 모금 하지 말자" 네티즌들의 외침.. 그 속뜻은

2014. 4. 2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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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세월호 성금 모금 반대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나." 한 네티즌이 SNS에 올린 글입니다. 이 글처럼 28일 인터넷에서는 '이상한'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를 위한 성금을 내지 말자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하지만은 않습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금양호 선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보상금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금양호는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수색작업에 투입됐다가 침몰해 선원 9명이 사망·실종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지난 2월 금양호 선원들의 유족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의사자보상금청구 소송에서 "이미 의·사상자에 준하는 보상을 받은 만큼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여기서 보상은 유족들이 국민성금으로 희생자 1인당 2억5000만원을 받은 것을 말합니다. 재판부는 "의사자보상금까지 받는다면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국민들이 성금을 걷으면 정작 사고대응 과정에서 실망감만 안겨준 정부는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한 푼도 주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성금 반대'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 운동이 힘을 얻게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아직 100명이 넘는 실종자가 있다'는 겁니다. 지난 24일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군청 범정부사고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한 유족이 정홍원 국무총리가 성금 모금을 지시한 것으로 거론하며 "우린 이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첫 번째는 아이들 사지가 멀쩡할 때 끌어내는 것이고 두 번째, 세 번째도 마찬가지다. 총리와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장관도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구조에만 온 힘을 쏟아 부어도 모자랄 정부가 왜 원하지도 않는 다른 얘길 꺼내느냐는 거겠죠. 구조 과정에서 유족과 국민에게 '불신'만 안겨주고 있는 정부가 갑자기 성금을 운운하니 '책임 덜어내기' '여론 돌리기'로 밖에 안 보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정말 성금에 관심이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2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세월호 성금 모금액은 약 23억6800만원, 기탁 건수는 19만2000건입니다.

얼핏 이상해 보이는 네티즌들의 "성금 안 내겠다"는 외침, 여기에 담긴 속뜻은 이렇게 들립니다. "아직 실종자 구조,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보상 등 정부가 해야 할 그 무엇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정부가 현재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길 바란다. 성금 모금은 국민들이 뜻을 모아 알아서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거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꺼낼 사안이 아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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