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기대주서 스타로..뮤지컬 '태양왕'

이재훈 입력 2014. 4. 24. 09:27 수정 2014. 4. 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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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스트릿 라이프'의 즉흥적이고 욱하는 성격이지만 열정적인 '이수창', '헤어스프레이'의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흑인 고등학생 '시위드', '완득이'에서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도 몸으로 세상을 부딪쳐가는 '완득이', '구텐버그'에서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 올리기 위해 제작자와 투자자 앞에서 열심히 리딩공연하는 '더그'….

새로운 캐릭터를 매번 맡을 때마다 뮤지컬배우 정원영(29)은 항상 기대주였다. 모든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스태프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또 유망주가 됐다.

크게 한방을 터뜨리지 못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관객들과 '밀당'을 잘했다는 평이 더 옳다. 매번 그의 모습이 궁금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원역 역시 "다 읽은 책이 아니라 계속 더 읽고 싶은 부분이 남은 책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뮤지컬 '태양왕'은 그런데 정원영의 가능성과 스타성이 말 그대로 만개하는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와 귀에 감기는 넘버에도 맥이 빠지는 이야기 전개로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태양왕인 루이 14세의 동생으로 기품 있고 이지적인 인물 '필립'을 연기하는 정원영에게는 만장일치 호평이다.

정원영은 '대장금' '스트릿 라이프'에서 함께 작업하며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간파한 원미솔 음악감독의 추천으로 '태양왕'에 합류했다. 기존 대형 뮤지컬의 클래식한 창법과 다른 가요풍의 넘버가 많은 이 뮤지컬에서 어릴 때부터 흑인음악을 좋아해 가수를 꿈꿔왔던 자신의 내공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뮤지컬은 17세기 프랑스 절대주의 시대의 대표적 전제 군주인 루이 14세의 일대기를 그렸다. 특히 루이 14세와 그가 사랑을 나눈 세 여인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필립은 진지한 분위기로 무게 중심이 쏠릴 수 있는 극에, 유머러스한 노래와 연기로 흐름을 환기하는 '쇼스타퍼(show-stopper)' 역을 감당한다. 정원영의 평소 활달하고 유쾌한 에너지와 딱 맞아떨어지지만, 생각만큼 비중이 크지 않아 아쉬울 법도 하다.

하지만 "작년에 '여신님이 보고 계셔' '구텐버그' 등 소극장 뮤지컬에 치중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유명한 배우들과 더 많은 관객을 한 번에 만나고 싶은 소망이 커서 맡은 배역"이라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긍정했다. "안느 대비가 필립이 정치권력을 탐하지 않게 하려고 그를 딸처럼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성적인 정체성을 애매하게 표현하려 했어요. 인생을 덧없이 즐기다 가려는 인물인데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고 입체감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도 전했다.

루이 14세 역에 더블캐스팅된 뮤지컬스타 안재욱과 신성록과 번갈아가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재욱이 형은 학교선배인데 한류스타잖아요. 첫 미팅 때부터 정말 소리가 고급스럽구나, 공력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죠. 성록이 형은 '별에서 온 그대'로 가장 핫한 배우인데 거리감이 생기지 않게 친동생처럼 저를 안아주고 잘 챙겨주세요."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완득이'로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던 정원영에게 분기점이 된 뮤지컬은 2008년 '소나기'다. 주연을 맡은 한류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의 대역이던 그가 처음으로 주연의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승리 씨가 아닌 제가 무대에 오르니 아무래도 관객이 없었죠. 그래서 저희 부모님이 티켓을 150만원치를 사서 초대권인 양 친척들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뿌렸어요. 공연장 안에는 저를 아는 사람들로 가득하니 박수도 많이 나오고 분위기도 좋았죠. 그런 부모님의 든든한 후원이 저에게 큰 힘을 불어넣었고 희망도 보게 했어요. 주인공으로서 한 번이라도 무대에 오르는 건 정말 큰 경험이거든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정원영의 끼는 유전이다. 그의 부친은 2대 품바로 유명한 연극배우 정승호다. 어머니 역시 연극계에 몸담았던 배우로 지금은 장애인극단의 연기 지도를 하는 나종은, 이모는 탤런트 나문희다. "평소 제 연기에 대해 칭찬을 해주시지 않던 아버지가 큰 작품인 '태양왕'에 출연하면서 제가 노출이 많이 되니 좋아하시는 티가 나더라고요. 어머니는 저를 항상 응원해주시고요. 참 저에게는 힘이 돼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태양왕'을 통해 '프로다운 모습'을 배우고 있다는 정원영은 앞으로도 "매번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필립을 잘하면 정말 뜰 거라고 재욱 형과 성록이 형이 말하는데 맹신하고 있어요. 하하하. 무엇보다 캐릭터와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제일 감사하죠. '태양왕'뿐 아니라 앞으로 맡는 배역에 대한 기대감도 충족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태양왕'은 6월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볼 수 있다. 뮤지컬배우 김소현과 윤공주, 김승대, 임혜영, 정재은 등이 출연한다. 연출 박인선, 음악감독 원미솔, 안무 정도영 등이 힘을 보탠다. 6만~13만원. EMK뮤지컬컴퍼니. 02-6391-6333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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