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서준영 "'너 언제 뜰래?'만 10년째죠" (인터뷰)

조지영 2014. 4. 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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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돌직구. 이 남자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없다. 서글서글한 외모 속에는 뜨거운 심장이 뛰고 있다. 싫으면 곧 죽어도 싫고 좋으면 곧 죽어도 좋다. 불의를 보고 눈감는 일은 결코 없다. 공인, 연예인은 그에게 또 하나의 수식어일 뿐.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린다. 혹자는 치기 어린 행동이라 꾸짖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배우 서준영(27)은 그런 남자니까.

범죄 스릴러 영화 '방황하는 칼날'(이정호 감독, 에코필름 제작)에서 억관(이성민)의 직속 후배이자 신참 형사 현수를 연기한 서준영. 딸을 잃고 살인자가 돼버린 아버지 상현(정재영)과 그런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 딜레마의 중심에 서 있는 어린 캐릭터다. 상현과 억관의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조금 눈을 돌리면 어린 현수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저 그런 형사 현수가 될지 적어도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의로운 형사 현수가 될지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긴다.

2004년 MBC 드라마 '슬픈연가' 뮤직비디오에서 권상우의 아역으로 데뷔한 서준영은 어느덧 10년 차 중견 배우가 됐다. 아직도 풋풋함이 가득한데 10년 차라니, 세월이 무상하다.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KBS2 '반올림3'다. 이후 '마왕' '대왕세종' '웃어요, 엄마' 등 브라운관을 활보했다. 지난 2011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광평대군으로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펼쳤다. 이후 KBS1 일일극 '당신 뿐이야'에서 기운찬으로 어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브라운관에서만 활약한 건 아니다. 2011년 충무로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파수꾼'(윤성현)에 출연하며 이제훈, 박정민, 이초희와 함께 충무로의 샛별로 도약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주연·조연, 심지어 단역까지 선을 긋지 않는다. 대게 조연부터 시작해 주연을 하고 쭉 그 명맥을 이어가는 데 서준영은 정석(?)을 따르지 않는다. 주연으로 주가를 달리고 있다가도 아주 작은 역할로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 그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주연이 뭐고 조연이 뭔데요? 단지 시간문제죠. 얼마나 화면에 더 오래 나오는지. 결국 그 차이죠. 역할의 출연 비중이 뭐가 중요해요. 내가 얼마나 이 영화에 작 녹아들 수 있는지, 제겐 그게 더 중요해요. 못 알아보면 또 어때요? 제가 작품에 출연했다는 그 사실은 변치 않잖아요. 다 자기 만족감이죠."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서준영은 분량 욕심에 대해 "젼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못 박는다. 대게 욕심을 부릴법한 나이지만 진리를 아는, 근래에 보기 힘든 청년이다. 툭툭 내뱉는 독한 단어도 그가 하니 밉지 않다. 정도(正道)를 아는 배우, 참으로 반갑다.

"전 에로 영화 빼고 다 할 거에요. 뭐 19금 멜로도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웃음) 말 그대로 자극적인 그런 영화들 있잖아요. 지금 제 또래의 배우들이 많잖아요. 스타가 된…. 이래저래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오겠죠? 그 가운덴 진짜 진국인 저예산 영화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맞물려있으니까 못할 거에요. 하고 싶어도 소속사가 말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전 그런 게 없으니까요. 흐흐. 꽂히는 작품이 들어오면 무조건 할 거고 하고 싶어요. 주변에서는 '너 작품 좀 골라서 해라'라고 하지만 이해가 안 돼요.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인데 그런 작품을 값을 따져야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서준영은 아직도 '파수꾼'의 동윤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벌써 4년 전 이야기다. 그동안 훨씬 남자다워지고 연기도 변했지만 여전히 동윤을 찾는단다. 그렇다고 결코 동윤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는 그다. '파수꾼'의 동윤을 찾는 감독이 있다면 일단 오디션부터 봐달라고 외친다고. 그런 과정에서 수차례 거절당한 경험도 있단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뚝심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 정신이 바로 서준영이 생각하는 정도다.

"저도 사람이고 배우인데 당연히 주목받고 싶죠. 대신 방법이 다른 것 같아요. 단언컨대 뜨려고 연기한 건 아니에요. 좀 더 솔직해지자면 '반올림3' 이후엔 그런 생각을 전부 지웠죠. 전에는 어리고 연기가 뭔지도 몰랐으니까요. 스트레스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전혀요. 스타가 된다는 게 뭐죠? 김수현이 되는 건가요? 어쩌면 이 모든 게 획일화된 합리화 아닌가요? 뜬다는 건 '사람들이 나만 봐야 해'가 아니죠. 대중이 나보다 작품을 더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작품만 20편이 넘는데 아직 '떠오르는 샛별'이래요.(웃음) 다들 저보고 10년째 '너 언제 뜰래?'라고 말하지만 그런 분들께 되묻고 싶네요. '꼭 떠야 하나요?'. 지금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선배들을 보면 다 그렇잖아요. 작품이 결국 인정받게 되잖아요. 제가 스타가 되는 날은 바로 그런 날이 아닐까요?"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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