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참사 속보]"나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자원봉사 여대생의 대자보

백승목·박용근 기자 2014. 4. 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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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쪽지들이 전남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가족대기소에 대거 나붙는 가운데 22일 한 여대생이 어른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붙였다.

이날 오후 1시 진도체육관 입구에는 안산에서 자원봉사를 나왔다는 한 여대생이 5분여 동안 세 장의 대자보를 진도체육관 유리문에 테잎으로 붙인 뒤 울면서 사라졌다.

이 여대생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해 드릴게 없어 이 글을 써 붙였다"고 말했다.

진도 실내체육관 입구에 안산에서 자원봉사 나온 한 여대생이 22일 어른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붙이고 있다. │박용근 기자

여대생은 '저는 어쩔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는 호소문에서 "아는게 없어서 어쩔수 없고, 돈이 없어 어쩔수 없고, 지위가 높은 분이라 어쩔수 없고, 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 어쩔수 없다'면서 '세월호는 소시민의 거울상"이라고 썼다.

이어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결국은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남았다. 나는 이 나라에서 내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가. 억울하고 분하다"고 덧붙였다.

여대생이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써붙인 대자보 │박용근 기자

여대생은 또 "'세월' 따위로 이 많은 사람을 보내려니 마음이 아려온다. 내가 이런 참담한 '세월'을 몇십년 더 보내려니 착잡한 마음이 끝까지 올라온다. 더이상 인명피해 없이 무사귀환 간절히 바라고, 바랍니다"고 써붙였다.

이 여대생은 다른 대자보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위고하 막론하고 단계별 책임묻겠다' 선장은 무기징역"이라면서 "수많은 생명이 달린 직업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게 맞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1년 비정규직으로 목숨을 걸고 일한다는 말부터 정말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썼다.

여대생은 "'세월' 따위로 이 많은 사람을 보내려니 마음이 아린다"고 호소했다.│박용근 기자

여대생은 "무책임한 사회를 만든 우리가 1년 비정규직 선장에 책임을 묻는 것이 책임전가이고 책임회는 아니냐"고 써붙였다.│박용근 기자

< 백승목·박용근 기자 smbae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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