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 안녕들 하시네요

정희상 전문기자 2014. 4. 2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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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5일 밤 방영된 SBS < 그것이 알고 싶다 > 'JSA 김훈 중위, 오른손의 미스터리' 편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김훈 중위 사망 직후부터 16년 동안 이 사건을 추적 보도해온 < 시사IN > 의 자료 등을 바탕으로 취재를 한 이 프로그램은 밀도 있는 구성을 보여주었다. 현장에 남아 있던 타살 정황을 배제한 채 초동수사 때부터 무리하게 자살로 몰고 간 점, 이후 육군고등검찰부와 국방부 특조단이 실시한 재조사 역시 자살 결론에 꿰맞추기 위해 증거 조작과 증언 날조로 점철됐다는 사실이 이번 방송을 통해 재확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총기 발사 시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3차원 입체 분석을 통한 과학적 접근도 시도됐다. 또 국방부가 일부 국내 법의학자를 동원해 자살을 뒷받침하려 했지만, 그들에게 제공된 정보가 사실에 입각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국방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앞세우고 있는 '민간 자문위원(법의학자)들의 일치된 자살 견해'가 사실상 허망한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자살' 쪽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공표해온 국방부의 주장이 허위라는 점도 드러났다. 대법원은 김훈 중위 사건 판결문에 대한 < 그것이 알고 싶다 > 측의 사실 확인 조회 요청을 받고 처음으로 공식 견해를 내놓았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한 군 수사기관의 수사상 직무 소홀 행위가 유가족의 사인에 대한 알 권리나 명예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 사안으로,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원심을 수긍하였기에 대법원의 입장은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해 중립(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다."

ⓒSBS 화면 캡처 SBS < 그것이 알고 싶다 > 의 한 장면. 김훈 중위 사인을 밝히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실험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 처음으로 공식 견해 내놓아

국방부는 그동안 대법원 판결이 '자살'을 뒷받침한다며 김훈 중위에 대한 순직 처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방송 보도 이후에도 국방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만 밝혔다.

1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대법원이 지적하듯이 '잘못 끼운 첫 단추'로 인해 지금까지 모든 단추가 어긋났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과 관련되어 주요 자리에 있던 군 인사들은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았다. < 시사IN > 은 또다시 조명받고 있는 김훈 중위 사건 당시 누가 어떤 자리에 있었고, 어떤 말을 했는지 < 표 > 로 정리했다.

김훈 중위 사건 핵심 관련자와 주요 언행

❶ 김동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현재 예비역 육군 대장)

김훈 중위 사망사건 부대 최고 지휘책임자이자 유족 김척씨(예비역 육군중장)와 육사 동기생.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인 1998년 2월24일 오후 1시30분에 참모들에게 '자살이야 오발이야?'라고 물은 뒤 1시간 만인 2시20분경 김훈 중위 '자살' 문서에 결재. 이어 합참과 전군에 자살로 전파. 그의 자살 결재 후 헌병 수사대가 사건 현장에 도착해 자살 방향으로 조사 착수. 자살 동기나 징후가 나오지 않자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로 발표. 그 뒤 육군참모총장으로 승진. 참모총장 시절 휘하 육군고등검찰부와 국방부 특조단이 잇따라 김 중위 자살로 발표.

❷ 김익현 중대장(당시 대위, 현재 대령)

김훈 중위 직속 상관으로 판문점 군기문란 사건과 김훈 사망사건 부대 지휘책임자. 장관 승인 없이 무단으로 기자회견 열어 "김훈 중위는 무능하고 나약하고 적응능력이 떨어진 군인이었다"라고 말하고, 북한군 적공조와 불법 접촉해 군형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부소대장에 대해 "유능하고 훌륭한 군인"이라고 두둔. 판문점 군기문란 사건과 김훈 중위 사망 관련 핵심 책임자였지만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이후 국방예산으로 영국 유학 다녀와 승진 가도를 달림. 현재 대령으로 육군본부 분석평가단 근무.

❸ 이상한 대위(군의관, 현재 경북대 의대 법의학부 부교수)

김훈 중위 부검 군의관으로 부검 결과도 나오기 전 시신 검안서에 '자살'로 표기. 김 중위 부검에 대해 국회와 법의학자로부터 질타를 받았지만 자살이라고 끝까지 주장. 2012년 1월14일 "김훈 중위 사건 부실 수사를 질타하고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결정한 대법원 판결에 심히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라는 내용과 "김 중위 유가족의 순직 요구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공문서를 국방부 조사본부에 보냄.

❹ 아레스 대위(미군 군의관)

김훈 중위 사망 현장에서 사체를 수습해 캠프 보니파스 병원으로 옮긴 뒤 사체를 훼손, 권총 사입구를 거즈로 닦는 등 권총자살자 시신 특징에 맞게 변형시킨 뒤 한국군 수도통합병원 이상한 부검 군의관에게 넘김.

❺ 워잭 중령(미군 범죄수사대 대장)

김 중위 사망사건 미군 측 수사 책임자. 김훈 중위 시신에서 화약 잔재 등 가검물을 시료 채취해 하와이 미 육군 범죄수사연구소에 보내 분석 의뢰. 분석 결과 "오른손잡이인 김훈 중위의 왼손바닥에서만 다량의 화약흔이 검출된 것으로 보아 스스로 쏘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됨"이라는 주의 문구가 담긴 회신문을 받고도 1998년 4월29일 1차 수사 발표 시 "한국군 이상한 군의관이 부검 소견서에 '자살'이라고 표기했으므로 자살로 본다"라고 발표. 김 중위 왼손바닥에만 다량의 화약흔이 검출된 이유에 대해 왼손으로 총열을 잡고 오른손으로 발사하는 부자연스러운 자살 연출 자세 최초 고안.

❻ 민홍철 중령(당시 육군고등검찰부장,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동신 참모총장 지휘로 김훈 중위 사건 재조사 담당. 1998년 11월27일 "격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로 발표.

❼ 양인목 국방부 특조단장(사망)

1999년 김훈 중위 사건 국방부 특별조사단장을 맡아 자살 동기와 징후 날조. 사건 현장 요도(要圖)를 자살 상황에 맞게 조작, 국과수의 김훈 중위 화약흔 감정 공문 조작. 김훈 중위를 '마마보이' '나약한 성격의 군대 부적응자'라고 몰고, 유족을 '자살할 만한 집안'으로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가 의원들로부터 명예훼손이라고 질타받음.

❽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현재 아주대 대학원 초빙 교수)

김훈 중위 특조단 조사 당시 국방부 장관 보좌관. 2010년 국방부 장관 시절 국회 국방위에 "대법원이 김훈 중위를 자살로 판정했다"라고 허위 보고.

❾ 승장래 국방부 조사본부장(현재 예비역 육군 소장)

국회 국방위원회에 "해외 논문 통계로 보면 김훈 중위 같은 자살도 가능하다"라고 보고. 국방부 조사본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동 수행한 총기시험 결과가 자살로 나오지 않자 당초 시험 결과에 승복하기로 한 약속을 번복하고 자살 결론 고수. 2011년 "김훈 중위는 정신질환자라서 자살했다"라고 주장하며 정신질환 감정의뢰까지 실시했으나,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는 감정 결과가 나오자 묵살. 김훈 중위 순직처리 반대.

❿ 김관진 국방부 장관

2013년 3월5일 김훈 중위 순직처리 및 국립묘지 안장 방침을 언론에 흘린 뒤 이행하지 않음. 또 김훈 중위와 같은 군내 사망자 중 타 국가기관 조사로 드러난 진상규명 불능자 순직처리 규정을 만든다고 발표한 뒤 감감무소식. 최근 SBS < 그것이 알고 싶다 > 에서 김훈 중위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새로운 과학적 증거들을 방영하자 '무대응' 지시.

정희상 전문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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