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끼워팔기' 난무하는 네이버 자료실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Pre-load app)이 한동안 문제가 됐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자사 앱을 미리 스마트폰에 깔아놓고 삭제조차 안 되게 만든 앱들이다. 스마트폰 첫 화면에 '떡'하고 자리 잡은 이 앱들은 경쟁 앱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홍보 효과를 누림으로써 중소 개발사들을 고사시킨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곳이 또 있다. 네이버 소프트웨어(옛 네이버 자료실)다. 검색포털 서비스 회사인 네이버는 유틸리티 프로그램 개발에도 착수, 어느새 업계 공룡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 소프트웨어 내 다운로드 상위 50개 프로그램 중 네이버 프로그램이 7개(14%)로 가장 많다. 네이버 백신, 네이버 미디어 플레이어, 네이버 캡처, N드라이브 탐색기, 네이버 툴바, 네이버 포토뷰어, 네이버 클리너 등이다.
다운로드 수가 많으니까 이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인가 싶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때도 앞의 네이버 프로그램들이 십중팔구 자동으로 설치되기 때문이다. 가령 '네이버 백신'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화면 왼쪽 하단에 '네이버 포토뷰어'가 추가 설치되도록 자동으로 설정된다. 방심하고 있다간 불필요한 프로그램이 사용자 의도와 무관하게 설치되는 것이다. 이는 네이버와 전혀 관계없는 '안랩 V3 Lite'나 '네이트온'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해당 설정을 취소해도 설치 과정에서 추가 설치 명령이 자동으로 되살아난다. 여간해선 네이버 프로그램 설치를 막을 수 없는 셈이다.
그뿐 아니라 네이버는 '네이버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아예 다운로드 순위에서 잘 보이지 않게 한다. 가령 동영상 플레이어 '곰플레이어'는 다운로드 수가 4만8000여건으로, 3위권에 해당하지만 노출되지 않는다. 자사 프로그램은 '끼워팔기' 꼼수로 어떻게든 사용자 PC에 설치하게 하고 경쟁 프로그램은 아예 보이지도 않게 만든 것이다.
네이버가 중소 업체들과 상생하겠다고 김상헌 사장까지 나서서 대국민 약속을 한 게 지난해 7월의 일이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났지만 네이버의 독과점 행태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4호(04.23~04.2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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