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님' 김종구 "딸 향한 사랑, 살아야 하는 이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연습이 끝나자마자 곧장 인터뷰 장소로 달려온 김종구의 얼굴 위에는 생글거리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뜬금없이 "저는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라는 말을 꺼내놓고는 또 다시 광대 승천이 느껴질 정도로 방긋 웃는다. 김종구는 참여하는 배우와 공연을 본 관객 모두 "힐링 받았다"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로 가슴 따뜻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쏙 빼닮아 있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전쟁을 배경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남한 국군대위 한영범은 부하 신석구와 함께 인민군 4명을 포로수용소로 이송하라는 특별 임무를 수행하지만 다 함께 무인도에 고립된다. 유일하게 배를 수리할 수 있는 북한 소년병 류순호는 전쟁후유증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영범은 탈출을 목적으로 배를 고치고자 순호에게 '여신의 전설' 이야기를 들려주고, 결국 남한 북한군 모두 '여신님이 보고 계셔 대작전'을 시작한다.
김종구는 극 중 늠름한 대한민국 국군 대위지만 알고 보면 처세의 달인이자 딸바보 한영범 역을 맡아 정문성, 조형균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 지난 해 재연 공연에 이어 또 다시 한영범 역을 맡게 됐는데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작품이 좋아서 출연 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관객들도 많이 좋아해주셨고. 좋은 건 다시 하고 싶잖아요. 물론 부담도 됩니다. 다들 기량이 뛰어난 배우들이고, 극장도 객석이 더 많아졌고. 부담이 되는 건 맞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같은 작품을 다른 기운으로 해나가는 작업이 즐거워요."
- 지난 공연과 비교했을 때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달라지는 점이 있나요?
"기본 적인 큰 틀은 그대로에요. 다만 출연하는 배우들이 달라지다보니 뿜어 나오는 에너지와 느낌이 다를 수 있겠죠. 하지만 방향은 같아요. 지금도 연습하면서 만들어 나가고 있는 단계이기는 한데, 아주 조금씩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예를 들어 다들 친해지고 난 뒤에 폭격소리를 듣고 두려워하는 순호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에서 순호와 놀이를 하면서 자극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조그마한 부분이지만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변화를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동선은 크게 바뀌지 않는데 그림은 조금 더 멋스러워질 것 같아요."
- 지난 번 공연을 했을 때 아쉬워서 조금 더 보완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나요?
"각자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무언가가 여신님으로 표현이 되는 건데 영범에게는 딸 진희가 살아야 하는 이유거든요. 초중반에는 터치만 되어 있다가 나중에는 작품이 가진 방향으로만 가다 보니 그 마음이 어느 순간 없어져요. 그래서 진희에 대한 마음을 놓치지 않고 순간순간 보여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에 도전을 해보려고 노력중이에요. 그렇다고 많이 바뀐다는 건 아니지만 유심히 관찰을 해보면 저 사람이 진짜 딸을 생각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구나가 보일 수 있도록 표현하려 하고 있어요."
- 부성애 외적으로 영범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려내실 생각이신가요?
"영범은 가장 현실적이에요. 머리가 굉장히 빨리 돌아가고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나가서 딸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요. 그러다 사람들과 정이 쌓이고 지금껏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감정들을 알게 되죠. 순호의 변화된 모습이나 예쁜 마음을 보고 동화되어 6명이 가족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의 변화와 남북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아픔 속에서 가족 같은 사람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 한영범과 실제로 닮은 면이 있다면?
"많이 있죠. 머리를 비상하게 굴려서 어떻게든 살려고 노력하진 않지만 평소 행동하는 모습이 비슷해요. 유들유들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요. 또 딸을 낳으면 진희라고 이름을 짓고 싶어요. 그 정도로 딸 진희가 마음에 많이 들어와 있어요."
- 가정적인 면이 많으신 것 같아요. 많이 웃고 또 긍정적이고.
"가정적이라는 건 제가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제 가족들은 저와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좋다는 얘기를 해주시곤 해요. '네가 내 아들이라 행복하다'라고 말이죠. 잘 웃고 또 복잡하게 살지 않아서 긍정적인 편이죠. 화내는 것도 잘 못해요. 비둘기를 사랑하는 지독한 평화주의자랍니다. 그리고 멋 내는 걸 좋아해요."
- 키도 워낙 크다 보니 외적인 자신감도 좀 있으시죠?
"키가 크긴 한데 다리가 되게 얇아서 그게 전 콤플렉스에요. 남자는 다리가 튼실해야 하는데 원래 좀 얇아요."
- 혹시 한영범 외에 따로 연기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요?
"다른 친구들이 공연 때문에 바쁜데 저는 한가해서 연습실에 거의 매일 있어요. 지겨울 정도로 상주해 있는데, 그러다 보니 대타로 투입이 되곤 해요. 한번은 우연찮게 석구를 했는데, 제 역할이다 싶더라고요. 어색함 하나 없이 자연스럽고 마음도 편했어요. 사실 저는 창섭이 엄청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리딩을 해 보고, 없을 때 동선을 맞춰보니까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철저하게 분석하고 고민해서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제게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신다면 조동현을 하고 싶네요.(웃음) 지난 공연에서 (최)성원이가 석구를 했는데 성원이가 영범을 하고 제가 석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성원이도 영범을 잘하더라고요.(웃음)"
- 이미지로 봤을 때 신석구 역을 맡아도 잘 어울리실 것 같긴 하네요.
"그런데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역할이 있고, 관객들이 좋아하는 역할이 있더라고요. 제가 '모범생들'에서 수환과 종태를 연기했었어요. 수환은 자신도 없었고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관객들이 좋아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반면 종태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전혀 문제도 없었고 마음도 편했어요. 그런데 관객들은 종태보다 수환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 때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과 관객들이 좋아하는 역할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정확하게 어떤 면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관객들도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석구 또한 내 옷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관객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어요."
-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선택할 때 혹시 딜레마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나요?
"같은 기간,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역할과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은 역할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한다면요? 정말 어려운 선택이네요. 저는 어렵고 힘들어도 고민을 하고 싶어요. 제게 잘 맞는 것 말고, 확신이 없고 두려운 것일지라도 조금 더 도전하고 싶어요. 사실 비슷한 상황이 있었어요. '트라이앵글'을 할 때 소심하고 찌질한 은둔형 외톨이로 습작만 쓰는 도연과 열혈 록커 경민이 있었는데, 저는 경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밝고 명랑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고 신출귀몰해요. 실제 제 성격과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도전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반응은 그저 그랬지만요.(웃음)"
- 재연 당시 新팀으로 투입이 됐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어서 또 다른 새 멤버들을 맞이하게 됐잖아요. 느낌이 어떠신가요?
"조심스러운 것이 있어요. 저에겐 기존의 그림이나 저만의 해답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것이 정답인 것은 아니거든요. 지금은 이 친구들과 방향을 맞추고 조화를 이뤄야 하는 과정인데 혹시나 제가 가진 해답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조심하게 돼요. 뒤로 물러나서 다른 친구들과 소통을 하다보면 조금 더 좋은 장면,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맞이했다기 보다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커요.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연출님과도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좋은 시간이고 재미있어요. 다른 친구들이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는데,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영범 역으로 정문성, 조형균 배우가 함께 캐스팅이 됐는데, 전혀 다른 연기 스타일, 에너지를 보여줄 것 같아요.
"맞아요. 문성이 같은 경우는 익살스럽죠. 외형적인 이미지만 봐도 작고 소중하잖아요. 꾀돌이 같은 느낌이 있어요. 또 형균이는 노래를 정말 잘해요. 영범이 부르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이 작품의 타이틀이기도 한데, 그 노래를 하나만으로도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어쩌다 보니 전작인 '나쁜 자석'에 이어 또 정문성 배우와 함께 작품을 하게 되셨네요? 장단점이 있을까요?
"일단 가족 같죠. 문성이가 대학교 선배이기도 한데,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나쁜 자석' 때는 다른 역할이라 장점이 더 많았어요. 무대에서 같이 연기할 수 있으니깐요.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역할이라 함께 연기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단점이라 할 수 있죠. 제가 지금 35살이니까 문성이랑 14년 동안 알고 지냈네요. 제일 친해요. 사실 예전에는 제가 연기를 엄청 못했어요.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닌데, 예전에는 진짜 못했어요. 제가 느리고 센스가 없거든요. 그런데 문성이는 머리가 좋고 빠르고 센스도 좋아요. 좀 게을러서 그렇지.(웃음) 문성이와 연기적인 고민이 생기면 얘기도 많이 하고, 서로 존중을 많이 해주죠.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 순호를 맡고 있는 배우들의 첫 인상이나 연습 과정은 어떤가요?
"다들 성향이 참 많이 달라요. 사람이 가진 기운 자체가 다르다 보니 연기를 할 때도 달라요. 그래서 저 또한 기대되고 궁금해요. 첫 인상은, 다들 잘 생기고 미성이라 순호 같은 친구들을 다 뽑아서 데리고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 중에서도 재균이는 진짜 또라이 같아요. 평소 생활도 약간 그런 것 같긴 한데(웃음) 연기할 때도 순호 네 명 중에 제일 미친 것 같아요. 또 려욱이는 정말 성실한 친구에요. 착하고 부지런하고 겸손하고 열심히 해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족구는 잘 못하는데 날이 갈수록 족구 실력이 느는 것을 보니 좋더라고요. 다들 잘 생기고 훈남이라 제가 여자라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족구를 많이 하시나 봐요? 누가 가장 못하나요?
"저희 몸 풀기로 족구를 많이 해요. 못하는 멤버는 려욱이와 백형훈이죠. 저도 잘은 못하는데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 남자들이 워낙 많아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요?
"연습을 할 때 웃음이 끊이지 않아요. 다들 유쾌한 사람들이라 늘 행복하게 연습하고 있어요. 매 순간 순간이 에피소드고 매일이 만우절 같아요. 컵차기를 하는데, 진 사람에게는 인디언밥을 해요. 남자들이라 힘이 정말 세요. 그래서 그 때는 공기가 달라져요. 살벌하고 긴장감이 장난 아니거든요. 그런데 다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죠.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행복해해요. 기분 나쁜 고통이 아니라 웃음이 나게 아파요.(웃음)"
- 이번에 여신님이 두 명이 됐잖아요. 잘해주시는 편인가요?
"엄청 잘해주죠. 늘 여신님으로 받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손미영 여신님은 차분하고 진중하고 꼼꼼해요. 섬세한 친구라서 기대가 돼요. 또 이지숙 여신님은 여신 그 자체에요. 지금까지 쭉 여신님을 도맡아 왔기 때문에 우리에겐 대들보 같은 존재죠. 정말 큰 기둥이십니다."
- 개막을 앞두고 있는데, 관객들에게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자랑을 한다면?
"초연, 재연에 이어 삼연까지 가는 건 좋은 작품이며 좋은 배우, 좋은 크레이티브 팀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잘 해내서 중극장 대극장에 이어 일본 진출, 세계 진출까지 이뤄내 창작뮤지컬의 획을 긋고 싶은 마음입니다. 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단의 현실과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까 많이들 보러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배우 김종구를 표현할 수 있는 한 마디만 해주세요.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신의 선물, 기적'이요. 그런 기적을 이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노력하겠다는 뜻인 거죠. 저는 조금은 서툴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예쁜 마음과 긍적적인 생각으로 똘똘 뭉친 배우입니다. 저는 제 연기를 보고 사람들이 행복해줬으면 좋겠어요. 슬픔이든 기쁨이든. 이 모든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연기를 보고 그런 감정이 정확하게 들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진선규, 최대훈, 김종구, 정문성, 윤석현, 이지숙, 주민진, 손미영, 조형균, 신성민, 안재영, 정순원, 백형훈, 려욱, 문성일, 이재균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4월 26일부터 7월 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연우무대]
김종구
| 뮤지컬| 여신님이보고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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